정진영 객원논설위원

[데일리로그 = 정진영 객원논설위원(現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코로나가 발흥한 2020년 이후로 해운시장의 운임은 상승곡선을 크게 그리고 있다. 2020년에는 컨테이너 운임이 대폭 상승했고, 이에 비해 상승율이 낮았던 벌크 운임도 2020년말부터 시작해 3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이 2020년 이후로 해상운임이 폭등한 것은 코로나로 인한 물류마비 현상, 특히 미국 서부지역의 물류대란, 그 여파로 인한 port congestion 등이 선복량의 부족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항만 물류 마비에 따른 운임상승과 컨테이너 체화료 등으로 인해 상당수 물류기업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격었을 것으로 보인다.

포워더는 화주로부터 운송의뢰를 받고 해당 화물의 운송에 적합한 운송수단과 실제 운송인(actual carrier)을 수배해 운송계약을 체결한다. 일회성 주선이라면, 화주와의 계약 시점과 운송인과의 계약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별로 없고 운임 변동성도 크지 아니하므로, 화주와 약정한 운임 범위 내에서 실제 운송인과의 운송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 설령, 실제 운송인과 계약 체결시점에 운임이 다소 상승하더라도 그 손실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건설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대형설비나 기자재와 같이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수회의 분할선적이 예정된 화물의 경우, 물류기업이 그러한 project cargo의 화주와 확정운임 방식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해 놓고 나중에 약정된 분할 선적 기일에 이르러 선박을 수배하고자 할 때, 최근 2년 동안 우리가 경험한 바와 같이 운임이 2-3배 상승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반도체나 가전제품 등을 수출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연초에 입찰을 통해 운송주선인(Forwarder)를 선정하고 아울러 주요 항로별 해상 및 항공 운임을 확정시켜 놓는데, 막상 포워더가 제품의 선적일정에 맞춰 선박을 수배할 시점에는 운임이 폭등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필자가 최근 2년간 담당한 사건들 중에는 해상운임이 물류기업과 화주 사이에 약정된 확정운임 보다 2배 내지 3.5배 정도 상승한 사안들이 다수 있었다. 물류기업은 ▲화주에 대해 코로나 사태가 불가항력에 해당함을 이유로 들어 운송계약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사정변경을 이유로 들어 화주와의 운송계약을 해지하거나 화주와의 계약상 운임의 인상을 요구하거나 물류기업이 입게 되는 손실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했다.

필자가 검토한 바로는, 코로나 사태가 화주와의 계약서에 '불가항력 사유(Force Mageure Event)'로 명시돼 있지 않는 한 코로나 사태를 불가항력으로 볼 수 있는지 불분명했고, 특히 코로나 발생 이후에 물류기업과 화주 사이에 운송계약이 체결되는 경우에는 코로나로 인한 운임의 상승이 예측가능하다는 점에서 코로나 사태를 불가항력의 사유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우리나라 민법상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의 해지나 계약조건의 변경요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필자가 취급한 사건에서, 화주가 운임 등 계약조건의 변경 또는 물류기업의 손실 보전에 합의하지 않는 한, 물류기업으로서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선박을 수배해 투입하거나, 아니면 선박 수배 및 배선 의무의 이행을 거절하고 화주의 손해배상청구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위와 같이 물류기업이 호소할 수 있는 사후적 법적 구제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가슴 답답한 결론을 의뢰인에게 제시하면서, 그렇다면 물류기업으로서는 급작스러운 운임폭등에 대비해 사전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지를 고민해 보았으며, 이를 통해 몇 가지 방안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화주와의 물류서비스 계약 또는 운송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안전장치를 명문화 하는 것이다.

첫째, 화주와 계약을 체결한 직후 또는 그와 동시에 동일한 조건(Back-To-Back 조건)으로 선사와 계약을 체결해 해상운임 내지 항공운임을 고정(fix)시켜 두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실제 선박 배선 시점에 운임이 급등하더라도 당초에 약정된 운임으로 운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둘째, 화주와의 계약서에 '향후 선박수배 시점에 시장운임이 (화주와의) 약정운임 보다 일정 비율 이상 상승한 경우'를 불가항력 사유로 명시해 놓는 방안이다. 이렇게 해 놓으면 향후 선박배선 시점에 운임이 폭등하더라도 물류기업은 불가항력을 이유로 선박의 수배 및 배선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째, 화주와의 계약서에 '향후 선박배선 시점에 이르러 시장운임이 (화주와의) 약정운임 기준 일정비율 이상 상승하는 경우 그 차액의 전부 또는 일정비율 만큼 약정운임을 증액시키거나 그 차액 상당 손실의 전부 또는 일정 비율 이상을 화주가 보상해주기로 한다'는 취지의 계약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넷째, 화주와 확정운임 방식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커미션(Commission) 방식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이다. 즉, 실제 운송인과 약정한 운임을 그대로 화주에 청구하면서 그 운임의 일정비율만을 주선 수수료로 지급받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물류기업으로서는 매출이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운임급등에 따른 경제적 위험은 모두 화주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

물론, 필자가 제안하는 방안이 ‘갑’과 ‘을’ 관계가 명료하고 업계 내부 경쟁이 극심한 물류업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운임 급등으로 인해 물류기업이 화주와의 계약 이행을 거절하고나 포기하는 경우, 화주도 매매계약이나 공급계약 상 상대방에 대해 위약벌 또는 지체상금 등 법적 위험을 부담하게 되는 점 등을 인지하고 화주와 물류기업이 서로 상생의 길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는 실현가능성이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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