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물류-해운-항공’ 수직통합으로 진화하는 글로벌 선사

새 정부서 HMM이 갈 길은?

수송보국(輸送報國). 수송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故 조중훈 한진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함축한 이념이다. 한진해운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수송보국의 꿈도 깨졌지만, 아이러니하게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공격적 M&A를 기반으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해운기업은 해운만 해야 한다’던 전통을 고수했던 MSC 마저도 지난해 브라질과 아프리카 물류기업 인수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트렌드에 합류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글로벌 선사들의 ‘M&A의 해’로 역사상 가장 활발한 M&A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수십조 원대의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 선사들이 올해는 물류와 항공을 넘어 신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는데, 아마 기존의 물류와 항공을 넘어 새로운 시도를 해볼 가능성도 있어 새 정부의 해운 밑그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본지는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국내 선사의 대응방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 머스크, 끊임없는 M&A 통해 종합물류업체로 진화

지난해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M&A가 가장 활성화 된 시기였는데 그 중심에는 단연 머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016년 소렌 스코우 CEO 취임 이후 사업부문을 해양과 비 해양부문을 나눠 수직적 통합으로 사업을 재편 중으로, 2018년 10월 중장기 계획인 ‘앞서간다(Stay Ahead)’ 정책을 발표하고 공격적 M&A를 통해 외연확장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류대란에 대해 공급망 통합자(Supply chain integrator)로서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고 공언하는 등 물류사업 강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를 성장시킨 정점의 오너 맥키니 몰러 시절에는 P&O 네들로이드, 사프마린, 함부르크 수드 등 거대 M&A를 통해 시장 진입을 위한 서비스 항로 보완 형태의 해운 외형을 성장시켜 왔었다”면서, “맥키니 몰러 작고 후 소렌 스코우 CEO 체제에서는 물류사업에 필요한 조직들이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통관, 이커머스, 풀필먼트, 수배송 IT 솔루션 업체이고 인수업체 규모도 중소형이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운송사업 강화 움직임도 돋보였는데, 지난해 6월 항공물류 자회사인 ‘스타 에어’를 통해 그룹 항공운송 물량을 처리하겠다고 공표한바 있다. 스타 에어는 총 15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12대는 UPS에, 3대는 DHL에 배정해 운영 중이다. 이들 업체는 특송화물만 취급 중이나 스타 에어측은 “추가적으로 수요에 따라 항공기 1~2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항공물류에 강점이 있는 독일계 포워더 세나토 인수를 공식화하고 올 상반기까지 관련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회사측은 올해 화물기 3대를 임차하고 2024년까지 2대의 항공기를 추가 확보해 항공물류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 원양선사 관계자는 “머스크는 연간 항공운송 물량의 3분의 1을 자체 네트워크를 이용해 처리하겠다는 구상인데, 육상운송에 항공물류와 나아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화주와 직접 소통 등 ‘처음부터 끝까지(End-to End)’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들어서는 신규 M&A소식이 없는 상황이지만, 해운호황으로 막대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대형 M&A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 CMA-CGM, 물류·해운·항공 수직계열화로 종합물류 안착

머스크에 질세라 지난 수 년동안 활발하게 M&A를 펼쳐온 선사로는 CMA-CGM을 꼽을 수 있다. 머스크와 유사하게 물류와 해운, 항공을 엮는 수직적 통합행보에 대한 맥을 같이 하고는 있지만, 다른 점은 물류자회사 담코를 통합해 하나로 움직이는 머스크와 달리 이 회사는 세바로지스틱스(물류)와 CMA-CGM 에어카고(항공)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6월 CMA-CGM도 육·해·공 종합물류회사로의 전환을 위한 혁신 전략으로 ▲해운사업 강화 ▲육·해·공 물류솔루션 제공 ▲혁신과 디지털 가속화 ▲인적자원 역량 향상 등의 내용을 포함한 ‘더 좋은 길(Better Ways)’ 을 발표했다.

출처-CMA-CGM 에어 카고 홈페이지.
출처-CMA-CGM 에어 카고 홈페이지.

로돌프 사드(Rodolphe Saade) CMA-CGM CEO는 “아마존과 월마트 등 글로벌 화주들은 선적부터 도착지 배송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며, “물류 서비스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CMA-CGM은 그동안 터미널과 종합물류업체 등 전통적 물류부문에서 사업체들을 연달아 인수했으며, 추가적으로 항공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그룹사 내 수직계열화를 통한 복합물류 서비스를 완성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굵직한 M&A는 11월 미 서안 캘리포니아 항만에서 세 번째로 큰 터미널인 ‘FMS’ 지분인수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2월에는 ‘CMA-CGM 에어 카고’ 설립과 동시에 카타르 항공에서 중고 화물기 3대를 도입했으며, 올 상반기까지 2대를 추가 인수할 방침이다. 에어 카고 소속 항공기는 에어 벨기에에 위탁하고 있으며, 그룹 물류계열사인 세바 로지스틱스에 선복을 우선 제공할 방침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간 긴밀한 협력으로 시너시 창출을 하겠다는 것인데, 서비스 범위가 현재는 넓지 않지만, 지난해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으로 향후 신규 투자를 통한 외형 확대가 이뤄진다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CMA-CGM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는 ‘일디림(Yildirim)’의 지분매각은 CMA-CGM의 향후 행보에 주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무슬림 자본인 일디림이 항만 개발과 사업 추진에 대한 자금 조달 방안으로 CMA-CGM 지분 매각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CMA-CGM은 일디림이 종합물류회사로서 전환을 전적으로 지지해온 만큼 현재의 지위를 유지해 주길 바라고 있으나, 일디림측은 “매력적인 제안을 받을 경우 언제든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 MSC, 지난해부터 물류기업 인수 본격화

전통적인 해운사업에서 벗어나지 않고 물류사업 확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MSC마저도 지난해 9월 브라질 물류기업 인수로 물류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MSC는 지난해 9월 브라질 물류기업 ‘로그인 로지스티카’를 약 6,000억 원에 인수한데 이어 같은 해 12월 아프리카 물류시장 1위 업체인 프랑스 물류회사 ‘볼로레 로지스틱스(Bollore Logistics)’의 아프리카 사업부문 ‘BAL(Bollore Afirica Logistics)’ 인수를 공표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볼로레의 경우 머스크와 CMA-CGM이 상당히 눈독들인 회사로 지속적으로 양대 선사와의 M&A설이 시장에 흘러 나왔었는데, 결국 MSC가 아프리카 사업부문에 한해 집어먹게 됐다”면서, “양대 회사가 아프리카 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M&A를 통해 역량 강화를 해온 만큼 인수전에 관심을 보였는데, MSC가 최종 승자가 된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해운 빅3’가 모두 관심을 보인 볼로레는 아프리카 물류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기업이다. 볼로레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카메룬, 가봉, 콩고, 토고, 기니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16개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 중이다. 또 85개 해운대리점과 3개의 철도 운영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MSC 홈페이지.

다만, 아프리카 현지에서 볼로레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볼로레 그룹은 아프리카 다수의 국가에서 비윤리적 행위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오너 역시 프랑스 현지에서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2월 토고에서는 부패혐의로 1,400만 달러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한 해운 전문가는 “MSC는 창립 이래 50여 년간을 선대 확장을 통한 해운 위주 성장을 추진해 왔고, 크루즈와 컨테이너 등 해운 양분화로 오너 위주의 정통 해운기업임을 강조해 왔었지만, 실제로는 양대 선사에 비해 자금력 부족으로 고민해 오다 지난해부터 실탄이 확보되면서 뒤늦게 진출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면서, “오너가 작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사인 머스크 출신 소렌 토프를 CEO로 영입하면서 종합물류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인데, 이러한 M&A 역시 소렌토프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진화하는 글로벌 해운사…새 정부서 HMM이 갈 길은?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해운 호황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시현했던 각 선사들은 신규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종합물류기업 진화의 시발점인 머스크는 글로벌 10위권 안의 물류회사를 인수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기존 중소규모의 기업 인수로 사업을 확장해오면서 한계점에 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해운전문가는 “머스크 입장에서 충분한 실탄이 확보된 만큼 거뜬히 글로벌 10위권 이내의 물류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을 것”이라며, “올해 들어 M&A 소식이 들리지 않은 이유도 큰 대어를 물기 위한 것이란 의견이 많은데, 비슷한 규모의 사업부문 확장에 한계를 느끼면서 CMA-CGM 식 수직계열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해운업계 관계자는 “10위권 물류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겠지만, 머스크가 물류사업에서 플랫폼 투자와 확장으로 화주와 접근성을 높이는 것으로 봐서는 아예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파트에 투자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큰 돈을 벌어들인 만큼 분명 투자처를 찾고 있을텐데 M&A가 올해들어 주춤한 이유도 신규 사업처를 찾고 있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또 CMA-CGM과 MSC의 경우도 지난해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으로 M&A 활성화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원양선사 관계자는 “자금이 충분한 만큼 외형확장을 지속할텐데, CMA-CGM은 항공물류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물류사업 진출 후발주자인 MSC도 항공이나 육상운송 사업체들을 추가적으로 인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실탄을 확보하고도 글로벌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는 HMM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초대형선 확보로 창사 이래 최대 수익을 가져왔음에도 ‘글로벌 선사들의 M&A 전쟁’이 펼쳐졌던 지난해 단 한 건의 M&A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HMM에 대한 해운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해운 전문가는 “물류나 해운은 시설투자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순식간에 망가지게 된다”면서, “호황에 안주하지 말고 불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글로벌 선사들이 컨테이너 해운을 기준으로 물류와 항공, IT 플랫폼, 통관에 접근하는 동안 HMM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 HMM 사업다각화를 위해 벌크사업을 확장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글로벌 트렌드는 벌크사업은 매각하고 컨테이너 전문화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새 정부에서는 HMM의 민영화가 이뤄질텐데, 민영화와 별개로 HMM이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합류할 수 있도록 정책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선사들의 물류사업 확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데, 국내 시장에서 물류시장은 2자물류와 3자물류를 나누는 기형적인 구조를 고집하면서 그 기준마저 모호하다”면서, “머스크가 현재 국내 육상운송시장에서 화주와의 접근성을 어떻게 높여가고 있는지 업계와 정책 당국자들이 파악을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글로벌 선사들은 더 큰 시장을 노리고 확장하고 있는데,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국가의 물류패권을 외국선사에 내줘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하고는, “새 정부에선 해운과 물류, 항공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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