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근해선사, 항만사업 확장해 ‘무역 조력자’로 육성해야

GTO DP월드, 피더선사 인수로 17위권 선사 진입…거점연계형 성장 주도

해운·항만연계 M&A 정부가 장려해야

“글로벌 선사들이 DP월드의 주요 고객이며, 기존에 구축한 글로벌 항만 네트워크에 필요한 지역 선사를 인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에서 대륙간 역내 무역이 과거보다 활발해지면서 경쟁력 있는 로컬선사를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DP월드가 피더선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세계 17위 선사로 도약한 이유에 대해 한 해외 유력 해운지가 분석한 내용이다. 이 회사는 앞서 국내 물류업체인 유니코 로지스틱스를 인수하는 등 항만사업자에서 근해선사와 물류를 연계해 글로벌 시장에서 거점 연계형 종합물류기업에서 나아가 글로벌 무역 조력자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 허브 앤 스포크의 무역 패러다임이 대륙간 역내 무역으로 전환되면서 각 지역에서 강점을 갖는 피더선사들의 역할도 중요해진 만큼 DP월드는 신규 사업 방향으로 본인들의 항만 인프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로컬선사를 인수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항만업체까지 종합물류기업의 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선사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에 본지는 DP월드의 사업 방향을 분석하고 나아가 새정부 출범에 따른 근해선사의 해운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 글로벌 17위 선사된 GTO, DP월드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인 DP월드(Dubai Port World, DPW)는 2018년부터 피더선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단숨에 글로벌 17위 선사가 됐다.

출처-DP월드 홈페이지.
출처-DP월드 홈페이지.

DP월드는 유니피더(2018년), 피더테크(2019년), 트랜스월드피더(2020년) 등 유럽 현지에서 경쟁력을 갖춘 선사를 연이어 인수했는데, 먼저 덴마크 역내 최대 피더선사로 알려진 유니피더의 경우 약 8,5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또 싱가포르 소재 아시아 역내 선사인 피더테크 지분 77%를, 인도 피더선사인 트랜스월드피더의 중동법인과 인도법인 등을 인수했다.

세부적으로 유니피더는 북유럽~지중해~흑해 구간에서, 피더테크는 중국~동남아~인도, 트랜스월드 피더는 인도~중동지역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DP월드는 이들 선사를 유니피더 그룹으로 묶어 아시아~유럽 해상구간에서 촘촘한 서비스망을 구축했다”며, “자사의 모항인 UAE 제벨알리항을 허브항으로 활용하면서 기존 항만 거점을 연결하는 신규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 항만 거점으로 해운·물류 확장, 항만·해운·물류 수직통합 완성

DP월드는 피더선사와 함께 물류회사도 인수하면서 자사의 사업 모태인 항만을 거점으로 해운, 물류를 연결하는 수직통합을 완성했다.

지난 2020년 7월 국내 중소 물류업체인 유니코 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는데, 대형 물류회사보다 특정 지역에 강점을 두고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등 지역별로 치밀한 서비스망 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유니코 로지스틱스는 중국횡단철도(TCR)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 철송 인프라를 바탕으로 극동~중앙아시아~러시아에 이르는 대륙간 철도운송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로 알려졌다.

DP월드 그룹 내 해운 자회사. 출처-유니피더그룹 홈페이지.
DP월드 그룹 내 해운 자회사. 출처-유니피더그룹 홈페이지.

이듬해 7월 DP월드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스아톰(Rosatom)과 북극항로 개발 및 컨테이너선 시범 운항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9월에는 러시아 선사 페스코(Fesco)와 블라디보스토크를 북극항로 물류 거점으로 개발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블라디보스토크는 북극항로의 전초기지이면서 환적항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러시아 서쪽에 위치한 무르만스크항도 극동과 북유럽을 잇는 핵심 환적항으로 개발될 예정이었다”며, “무슬림이 비교적 서방국가의 눈치를 덜 보는 부분도 러시아 항로 쟁탈전에서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본 것 같다”고 전했다.

DP월드측도 당시 공식발표를 통해 “러시아 북극항로는 수에즈운항의 대체항로로 세계무역의 회복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하는 등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화주접근성 높이고 사업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 출시 등 종합물류업체로 도약

DP월드는 선사와 물류회사 인수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개발과 이커머스 시장에도 신규 진출하면서 고객과의 접근성을 높이고, 나아가 물류와 해운 항만 기능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4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이커머스 플랫폼 ‘듀바이(DUBUY)’를 출시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듀바이는 아프리카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고 아프리카 현지업체 및 글로벌 화주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든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로 현재 르완다와 케냐, 두바이 3개 국가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DP월드는 듀바이에서 거래되는 물품을 자사의 글로벌 항만과 물류네트워크를 활용하는만큼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되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터미널 운영사를 넘어 해운과 물류를 연결하고 기능을 통합해 종합물류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디지털 물류 플랫폼 카고스 로지스틱스(Cargoes Logistics)도 출시했다.

출처-유니피더그룹 홈페이지.
출처-유니피더그룹 홈페이지.

해당 플랫폼은 복합운송 물류 서비스 제공과 해운·철도·트럭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선택할 수 있고 실시간 운임 견적과 신속한 예약확인, 다양한 결제 서비스가 가능하다.

회사측은 해당 플랫폼 도입 목적에 대해 “기존 공급망에 존재하는 복잡성과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가시성을 극대화함으로써 효율적인 End to End(처음부터 끝까지) 물류 체계를 갖추기 위함이다”고 설명하는 등 종합물류기업 도약을 공표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DP월드도 결국 머스크나 타 선사들처럼 종합물류기업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면서, “기존 선사들이 항로의 거점을 확보하고 연결되는 육상과 철송 등 물류로 뻗어나갔다면, DP월드는 거점을 두고 거점에 필요한 항로를 확보하고 물류를 연결하는 방식인데,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운송 서비스를 다 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 터미널 확보로 근해선사 경쟁력 키워야 하는데, 정부는…

해외 선사와 항만업체들이 저마다 자기들의 기존 사업을 모태로 종합물류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해운정책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하나 남은 원양선사(HMM)를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살려놓았지만, 이후 원양선사를 뒷받침할 근해선사들에 대한 지원책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한 해운 전문가는 “사실 원양선사에 대한 지원책도 선박 발주가 대부분이라서 앞으로가 걱정인 상황이지만, 이를 논외로 본다면 근해선사에 대한 정책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장금상선이 시대를 앞서 터미널 사업을 확장하려고 했을 때 오히려 훼방을 놓은 것이 정부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역작업중인 장금상선 컨테이너선.
하역작업중인 장금상선 컨테이너선.

국내 대표 근해선사인 장금상선의 경우, 광양과 부산북항에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운영에도 참여하려 했으나, 결국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BPA) 간 이견 차이로 우선협상자 계약이 해지당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당시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DP월드가 선사들의 물류사업 확장을 보고 해운회사를 인수하는 등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금상선의 터미널 확장은 선견지명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데 오히려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을 했던 정부에 대해 지금도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도 “팬데믹 이전에는 선사 베이스가 없는 항만업체들도 거액의 자본을 등에 엎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지만, 이후 머스크가 바꿔놓은 해운 패러다임의 변화로 항만업체들도 선사를 인수하거나 선사들과 지분교환으로 새로운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면서, “결국 국내에서도 선사가 없는 항만업체들이 앞으로 어떤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인지 뻔한데, 장금상선이 대안이 될 수 있었던 기회를 안타깝게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근해선사에 대해서는 거점 마련을 통한 사업확장으로 종합물류기업을 지향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 전문가는 “부산신항에 피더부두를 짓는다고 하면서 건설과 운영을 BPA가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민간시장에 공기업이 들어오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 항만운영과 해운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이는 한참 뒤처진 주장이다”면서, “DP월드가 그 많은 터미널을 두고도 선사를, 그것도 피더선사를 인수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은 해봤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허브 앤 스포크에서 역내 무역으로 무역 패러다임이 변화했기 때문에 본인들이 운영하는 거점에 더해 시너지를 낼수 있는 강점이 있는 항로를 운영하는 선사들을 순차적으로 인수했다”며, “국내 근해선사들은 아시아 항로에 저마다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터미널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판에 공기업이 민간시장에 아무 거리낌없이 진입하겠다고 하는 발상은 누가봐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북항 BPT 전경.
부산북항 BPT 전경.

- 뒤처지면 사라지는 글로벌 해운시장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도태되면 도산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당하게 된다. 시장은 힘 있는 자, 돈 있는 자, 시대를 앞서가는 자에게는 승기를 거머쥐게 하지만, 도태되고 뒤처지는 자에게는 패배의 쓴잔을 맛보게 한다.

도태된 회사에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서는 안되겠지만, 반대로 글로벌 흐름에 합류하고 시장발전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선사에게는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지금처럼 팬데믹이 가져온 뜻하지 않은 호황과 함께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시기에는 정부가 정책 밑그림을 잘 그리고 이에 편승하는 기업들에 대해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특히 외국선사들이나 항만업체에 비해 국내 선사들이 자금력이나 신사업 투자에 대해서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을 정부가 연결시켜 주거나 일부 메워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운 전문가는 “현재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 선사들이 모두 호황인 상황이지만 좀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국내 선사가 벌어들인 것에 비해 외국선사들은 비교도 안될만큼 큰 수익을 냈다”면서, “다시 말해 상대가 그 많은 수익을 어디에 투자하고 쓰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정부는 당장의 호황과 수익치가 국내 산업분야에 비해 높다데에만 취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은 종합물류에 더해 IT를 접목한 플랫폼 개발까지 이미 많은 투자를 일궈놓은 상태”라며, “이에 반해 국내 선사들이 신사업 투자에 어떤 노력을 했고 정부는 어떤 지원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선사들의 투자가 보수적인 플랫폼 개발에 대해 정부가 공동개발을 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근해선사에 거점마련형 육성정책을 통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과거 GTO들은 본인들 주력 사업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선사를 인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며, “불황이 길어지는만큼 호황에 벌어들이는 규모도 커지면서 패더라임도 변화하는데, 국내 선사들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또다시 생존 걱정을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무역시장에 원양선사와 피더선사는 모두 필요한 존재들이다. 때문에 정책방향도 원양과 근해선사를 구분한 종합물류기업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면서, “아직 플랫폼 개발에 보수적인 선사들에게 정부가 나서서 실용화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터미널 사업 M&A나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등 근해선사들도 글로벌 흐름에 합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전경.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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