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협소해 '디 얼라이언스' 물량 3분의 2 처리 못해 /

남‘컨’부두 통합은 지지부진…서‘컨’ 지분투자는 명분 부족

부산신항 4부두에 기항한 HMM 알헤시라스호.
부산신항 4부두에 기항한 HMM 알헤시라스호.

부산신항에서 한해 600만TEU 가량을 처리하는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는 HMM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 4부두 통합이 무산된 이후 남컨테이너부두 통합도 지지부진한데다, 기존 4부두를 거액에 인수하면서 서컨테이너터미널 신규 투자에 대한 명분마저 떨어지다보니 디 얼라이언스 물량을 보고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운·항만업계에 따르면, HMM이 소속된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는 부산신항에서만 연간 600만TEU 가량을 처리하며, 이중 4부두에서 200만TEU, 3부두(HJNC)에서 270만TEU, 1부두(PNIT)에서 100만TEU 가량을 각각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얼라이언스는 같은 멤버선사가 기항지에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으면, 동등한 가격일 경우 우선 기항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HMM은 부산신항 4부두를 보유하고 있지만, 터미널 캐파가 작아 600만TEU 중 200만TEU만 처리하고 나머지 400만 TEU는 다른 터미널에서 분산 처리되고 있어 HMM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항만업계 관계자는 “HMM이 거액에 인수한 4부두가 디 얼라이언스를 모두 처리해야 맞는데, 터미널 사이즈가 작다보니 경쟁 터미널에 고스란히 뺏기고 있는 억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 HMM도 디얼라이언스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해 초 다목적부두를 사이에 두고 1, 4부두 통합을 추진했지만 한진의 반대와 MSC가 1부두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사실상 통합이 물건너갔다. 이후 대안으로 남컨테이너 부두 운영통합을 추진했지만, 5부두(BNCT)의 대주주인 맥쿼리에 막혀 이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HMM은 6부두(BCT)에도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함께 각각 5%,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 따라 운영 부문 통합을 물색했지만, 5부두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사실상 통합이 가로막힌 상황이다.

항만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투자가 끝나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민자부두와 매년 공사(BPA)에 임대료를 내고 있는 임대부두 간 통합도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며, “5부두와 6부두간 이미 투자한 비용을 재산정해 HMM이 사줘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도 없을테고 5부두도 오션얼라이언스를 잡고 있어 통합을 협조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HMM이 서‘컨’ 부두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출자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비싸게 매입한 4부두와 6부두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부산신항에 추가적으로 터미널을 확보하기 위한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HMM은 지난 2016년 PSA에 4부두 지분 40%를 800억 원에 매각한 후, 이듬해 지분 30%를 재인수하면서 2,000억 원을 넘게 지불하고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1, 4부두 통합도 물건너가고 남‘컨’통합도 추진이 막히면서 서‘컨’지분인수를 노릴 수 있겠지만, 4부두를 너무 비싸게 매입한 전력(?)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터미널에 지분을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또 부산신항 한 곳에서 터미널을 여러 개 분산해 가지고 있을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지적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당시 4부두만 인수하지 않았어도 지금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텐데 왜 당시에 이를 밀어 붙였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서‘컨’부두 초기 우선협상자에 장금상선과 공동 컨소시엄으로 들어갈 때에도 산은에 어렵게 투자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해지당했기 때문에 이를 또 다시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자들이 항상 단기 성과에 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4부두 인수 당시 비난 여론을 무시한 채 거액을 들여 재인수한 것이 지금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데, HMM 입장에서 4부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캐파가 작아 얼라이언스 물량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데 얼마나 아깝겠냐”면서, “4부두 인수 이후에도 해수부가 서‘컨’ 우선협상대상자이자 HMM이 참여했던 '장금상선 컨소시엄'만 내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을 꼬아놓은 해수부는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 HMM이 겪는 이러한 현실적 문제는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 좀더 신중하게 해야함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주변의 여러 정황을 파악한 후 정책을 펼쳤으면 지금 HMM이 겪고 있는 문제가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HMM측은 현재로서 서‘컨’부두에 대한 투자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서 서‘컨’부두는 이미 주주구성이 완료됐다고 한다”면서, “때문에 현재로선 서‘컨 투자 계획은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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