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국토부장관이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 독점적 지위에서 나오는 각종 불공정, 부도덕한 행위 등 기관의 뿌리깊은 악습을 개혁하고자 민관합동 TF를 만든다는데, 이는 부산항만공사(BPA)에 더 필요한 것 아닙니까.”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5일 산하 공공기관이 제출한 자체 혁신안이 악습을 혁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민관 합동 TF를 꾸려 검증작업에 돌입키로 한 가운데, 업계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원 장관은 이날 공공기관 혁신을 위한 민관합동 TF를 구성하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업무를 수행하는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는 없는지 ▲자회사 재취업 사례 등을 되짚는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반 공공기관 정서를 탈피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고강도 혁신안을 마련키로 한 상황에서 최근 항만업계는 국토부의 선제적 혁신과는 달리 해수부의 대응을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하는 국토부 산하기관을 일반인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항만에 적용하기에는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국토부의 대응안을 살펴보면 BPA에도 해당되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BPA는 대한민국 최대 항만을 운영하는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회사(출자회사) 재취업이 비일비재하고, 업무 공정성은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무분별한 민간기업 지분출자로 민간영역을 침범해 왔다”며, “이번에 국토부가 지적한 내용은 BPA에도 해당되는 사항인데, BPA가 국토부 산하기관이 아닌게 아쉬울 지경이다”고 비판했다.

물론 해수부도 최근 장관 주재 산하기관장 회의에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공공기관 혁신 추진’을 요구하고, BPA 스스로도 공공혁신과 재무건정성, 국정과제를 중점 추진하기 위한 ‘경영혁신 추진단’을 발족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관련업계 대다수는 이같은 BPA의 자구노력 계획을 실제 실행할지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더해 상급기관인 해수부가 과연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믿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부산항 관계자는 “이미 수차례 지적했던 낙하산과 철밥통에 대한 문제가 자구노력만으로 해결이 될 것 같았으면 벌써 됐을 것”이라면서, “청렴서약서 작성만 몇 번째이며 본인들이 스스로 하겠다는 출자회사 낙하산 금지마저도 지키지 않은 조직인데, 시간이 지나 관심에서 멀어지길 기다리는 면피용 혁신안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 장관이 공공성을 잃은 공공기관들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대목은 뼈아프기까지 하다.

원 장관은 “공공기관은 법에 의해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해야할 본연의 임무가 있음에도 자신의 편의와 무사안일을 위해 어렵고 힘든 일은 방치하거나 떠넘기고 수익이 나고 쉬운 일에는 민간이나 다른 기관의 일까지도 무분별하게 확장해 이익집단화되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동안 BPA는 걸핏하면 터지는 부산신항의 밀입국이나 보안사고와 항만 안전사고는 민간이나 타부처에 맡겨놓고 출자회사 만들기나 퇴직자 자리 챙기기, 해외 법인 설립 등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은 눈치보지 않고 서슴없이 행해왔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때마다 시정하겠다고 했지만 늘 말뿐이었다.

이권이 많은 항만에서 일반인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특징을 악용해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면서 취업청탁 채용비리, 금품수수, 방만경영, 철밥통 등 숱한 수식어를 낳아 온, 이미 자정노력을 잃은 BPA를 두고 해수부는 언제까지 무딘 칼날을 들이댈 것인가.

“공공기관이 국민의 비판과 개혁대상이 된 점에서 감독기관인 국토부도 책임을 통감한다.”

원 장관이 자부처 산하기관을 향해 내뱉은 쓴소리가 해수부에서 나오지 않은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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