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춘선 객원논설위원(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HMM의 흑자가 13조 원을 넘었고 ‘해운진흥 5개년계획’의 막바지 단계에서 이의 관리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 외 해운선사들도 역대급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COVID-19가 유행하면서 주로 컨테이너 운임이 급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 하반기 이후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상승과 긴축기조에 따라 수요가 위축돼 해운업계의 피크아웃(정점통과)이 현실화되면서 운임이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으므로 흑자 증가폭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인 부문은 스팟보다는 장기계약위주의 운영 등의 대응전략으로 여전히 흑자폭은 상당기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HMM 흑자 등을 ‘해운진흥 5개년계획’의 최대성과로 내세우면서 금년 8월에는 조승환 해수부장관이 HMM 지분의 ‘단계적 매각’이라는 카드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HMM이 계속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부문 지분율이 너무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해운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공부문의 지분율이 너무 높은 상태에서는 민영화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까지 지분율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해수부장관 입장에선 구체적인 시점을 말하기 어렵고, 앞으로 해운정책 방향의 흐름 속에서 시장상황이나 해운시황 등을 고려해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해운물류 관련업계와 전문가들도 이러한 발표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며, 산업은행도 HMM의 관리주체가 해수부인 만큼(HMM은 해수부 산하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금년부터 단독으로 관리) 해수부 입장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HMM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단계적 매각을 통한 민영화는 이제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거의 공식화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HMM의 지분은 산업은행이 20.69%, 한국해양진흥공사가 19.96%로 공공이 보유한 지분율은 40.65%에 달한다. 더구나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전환사채(CB)를 주식전환 시 공공지분율은 어림잡아 70%를 상회할 전망이다. 주식전환 시 공공지분 확대로 민영화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단계적 매각이 옳은 방향으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인 추진에서는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인수자금과 CB 주식전환 문제, 그리고 나아가 적절한 인수자의 결정 등이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은행은 자금회수에 방점을 두고 상환보다는 주식전환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HMM이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전제하에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주가가 많이 오른 HMM이 주식전환을 포기한다면 배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수부는 산업은행과 함께 높은 정부지분율을 해소하고 적절한 시점에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향에는 궤를 같이 하고 있지만, 공적자금의 최대한 회수보다는 해운물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보다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복량 확대와 물류터미널 확충에 더많이 투자해야 하고,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확보해 우리 해운물류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머스크(Maersk), MSC 등 글로벌 선사들처럼 종합물류회사로의 변신으로까지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어찌됐든 해운물류업계는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고, 이를 활용한 ‘해운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에는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이 대체로 수긍하는 모양새이다. 해운물류산업의 주기적 변동을 감안할 시, 이러한 흑자기조는 오래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실제로도 세계 경기침체에 따라 호황은 수년 내에 사라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작금의 흑자를 해운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해운물류산업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해운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는 정해졌다. 공적자금의 회수라는 단기적 목표보다는 보다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해운물류산업의 중요성과 비중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이며 각계로부터 뒷받침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해운물류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저변에 깔려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꼭 필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중장기적 시각에선 정책 추진과정에서 특별히 유의해야 할 핵심 중 하나가 일관성의 유지라 할 수 있다. 정부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집행돼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다. 해운물류산업은 여러 이유로 시장기능에만 맡길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부정책방향의 일관성 유지는 무척 중요한 사안이다.

다음으로 글로벌 해운물류동향에 발맞춰 우리의 해운물류산업을 정조준해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당장에는 안되더라도 중장기적 시각에서 흑자상황을 적극 활용해 트렌드에 부응해 나가야 한다. 이런 방향에 맞춰 각 주체별로 구체적인 계획의 수립과 집행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인수자의 결정도 향후 해운물류산업의 발전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으므로 의지와 역량을 갖춘 기업이 인수할 수 있도록 민영화 과정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 정부와 업계 등이 함께 추진하되, 과감해야 한다. 기회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한진해운 파산의 여파는 아직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글로벌 해운물류사는 이전보다 훨씬 강하고 민활해졌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운물류산업은 이번에 발생한 일시적 흑자상황에만 매몰되면 안 되고, 다른 여타 산업들과 형평성 있게 대우되고 취급되어야 할 것이다. 적자관리와 마찬가지로 흑자관리 측면에서도 동등한 취급이 필요하며, 조선산업 등 제조업, 기타 다른 서비스산업이나 첨단산업 등에도 뒤처짐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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