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글로벌 공급망 재편, 해운물류에 새로운 기회될까

‘해운·물류=길’ 본연 역할하며 변화에 대비해야

“글로벌 공급망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코로나는 현존하는 세계화 속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 계기가 됐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코로나는 전세계 공급망의 취약점을 노출시켰다. 펜데믹이 끝나도 회복하는데 1~2년이 걸릴 것이다.” 술탄 아메드 빈 술라이엠 DP월드 회장.

“공급망에 대한 잡음이 심했던 것은 맞지만 대부분의 CEO들이 공급망을 조금만 다각화하면 리스크가 한 나라에 집중되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의 혜택을 보지 못한 국가들에게 (코로나로 촉구된) 이같은 공급망 재편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은고지 오콘조 아이웰라 WTO 사무총장.

올해 초 열린 미니 다보스포럼(다보스 어젠더 2022)에 참석한 패널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기존 글로벌 공급망이 생산의 효율화와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자동화와 디지털화, 지역화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반영돼 정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급망 재편은 글로벌 경제에서 ‘길(road)’의 역할을 하는 해운선사들에게 새로운 미래전략을 짜는 주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본지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분석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고 국내선사들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봤다.<편집자 주>

-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금융위기 촉발이 시발점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촉발됐다고 알려진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는 사실 2008년 발발한 금융위기 사태가 시발점이었다.

기존 공급망은 1950년부터 2000년까지 약 반세기동안 구축된 시스템으로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생산 분업체계가 보편화된 시스템이었는데, 기업들은 제품 생산을 위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품질이 좋은 원자재를 다양한 국가로부터 조달했다. 이 시기에는 물류 비용이 크게 감소하고 전반적인 관세율이 빠르게 하락하는 등 무역 비용이 감소했다는 특징이 있다.

한형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이 금융위기 이전까지 확대돼 오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기존 공급망이 변화된 주요 원인은 세계의 공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중국의 ‘인건비 상승’이었다”며, “개도국의 임금이 올라가면서 효율성만을 추구할 수 없게 됐고 낮은 노동구조가 형성된 인도나 미얀마 등 다른 아세안 국가로 확장될 수 밖에 없는 방향으로 간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은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과 보호무역, 자연재해 증가 및 자동화 등으로 서서히 변화되고 있었다. 이 변화는 코로나로 인해 생물학적 리스크를 증대시켜 위기관리 측면에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충격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미·중 무역갈등과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은 다양한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를 야기했다.

대표적으로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 차질은 세계 곡물 가격 상승과 관련 제품 생산 중단 혹은 지연이 발생했다.

한 박사는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글로벌 공급망은 중국 생산 비중이 줄고 아세안 국가 베트남의 생산 비중이 강화되면서, 미국 인접국인 멕시코 생산의 해외 부가가치 활용 비중 증가 등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면서, “아시아 지역은 역내 다양한 국가들과 공급망을 연계하고, 북미도 미국, 캐나다와, EU 역시 역내 국가간 공급망 사슬이 더욱 복잡하게 연계되는 ‘지역화’의 특성을 보이는 중이었다”고 전했다.

- 코로나로 증폭된 공급망 재편, 글로벌 기업들 방향은?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기존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공급망 다변화에 대해 준비해 오고 있음에 따라, 코로나를 전후로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변국가로의 연결성이나 지역화 등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라는 전언이다.

한 부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는 동아시아 즉, 일본이나 대만, 우리나라 등에 의존성이 높아졌고 투자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나타나는데, 디지털화나 자동화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가속화되는 추세이다”며, “디지털이나 자동화는 시장 가까이에 생산기지를 설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데, 수요에 대한 대비들은 이전부터 해왔던 부분이고 코로나 이후에는 규모가 큰 투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항만 운영사인 DP월드는 피더선사 인수로 공급망 다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 = DP월드 홈페이지]
글로벌 항만 운영사인 DP월드는 피더선사 인수로 공급망 다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 = DP월드 홈페이지]

대외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의 경우 주요 7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모두 공급망에서 아시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판매망에 있어서는 유럽기업은 미국의 비중이 상승했지만, 중국, 대만, 미국, 한국 기업의 경우 아시아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에 있어서는 일본과 프랑스의 비중이 증가했으며 설비투자에 있어서는 일본 비중이 증가했다. 섬유 및 의류산업은 판매망에서는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으며 세계 3대 패스트패션 기업들의 경우 공급망에선 일본,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에선 프랑스와 부동산 기업에 대한 지출비중이 증가했다.

한 박사는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해 볼 때 코로나 이후 본국 및 아시아 생상역할 증대, 디지털 및 자동화 투자 증가 등 종전 공급망 변화 방향 및 예측과 동일했다”며, “국내 주요 기업들의 분석결과도 글로벌 기업들의 추세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국의 정책적 대응은 기업의 경제적 효율성을 넘어선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을 꼽는데, 미국은 보호무역과 관련된 것들을 법안화하고 관세조정 등 생산에 사용하는 부가가치의 모든 것을 컨트롤하면서, 중국산 원자재 사용 금지 등 단기적으로 공급망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 부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이미 구축된 공급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단기적으로 빠른 공급망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는 요인들은 각국의 정책적 대응들이다”며, “대표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과 관련된 정책의 실체화되면서 적용된 산업이 반도체로 중국 견제용 법안이 시행 중이다”고 전했다.

미국의 반도체법은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한 것으로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에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 투자를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법안 통과에 대한 성명에서 “미국이 공급망에서 더 나은 회복력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며, “미국 소비자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을 다른 나라에 절대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해운불황 대비 '안전판 정책' 냈지만…

글로벌 경제가 이렇듯 공급망 재편으로 흘러감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이나 항만업체들도 눈에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국내 해운업체들에 대한 정책 방향은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이달 초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위기에 강한 해운업으로의 도약’을 지원하는 ‘시황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운임이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시황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 해운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3조 원 규모의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고위험 선사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지원하는 등의 1조 원 규모의 위기대응펀드를 조성하고 해양진흥공사의 공공 선주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아시아 역내항로 운항 중소선사들의 자발적 협력체(K얼라이언스)를 통해 중복항로를 조정하는 등 효율화를 추진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시황 분석과 대응 고도화를 위한 것이나 한국형 컨테이너운임지수 발표는 장기적으로 국내 해운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구체적으로 선사들의 경영안전판 마련을 위한 방안이나 해운산업 성장기반 확충에 대해선 장기적이면서 디테일한 정책방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급망 재편 이슈는 해운뿐만 아니라 항만 트렌드 변화에 있어서도 민감한 요인임에도 경제부처 공동의 정책 방안이라고 하기 무색할 만큼 아무런 언급도 돼 있지 않아 업계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국내 A선사 관계자도 “경제부처 공동 정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지원책에 대한 내용이 얄팍하다”며, “공급망 재편은 코로나 이후 해운이나 항만업체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고 올해초 산자부에 글로벌 공급망 대응을 위한 분석센터까지 출범했음에도 이에 대한 국적선사들과의 공동대응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고 전했다.

이어 “최소 정부가 해운업종과 원양 및 연근해컨테이너 선사들에 대한 구분된 정책 밑바탕을 만든 다음에 시황변화에 따라 어떻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그림을 그리고 지원책을 강구했어야 했는데 해운을 여전히 시황타는 산업으로만 바라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장금상선이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퍼시픽 캐리어호

- ‘해운=길’이라는 본연 역할하면서 새로운 흐름 대비해야

‘코로나발 글로벌 공급망 위기’라고 표현을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가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을 완전히 해체한 것은 아니다. 반세기간 구축된 공급망을 단기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기업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을 크게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해운업체들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공급망 변화가 얼마나 빨리, 어떻게 변화될지에 대해선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화주들은 공급망 다변화에 따라 선사들이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주길 기대할 것이다. 흔히 해운·물류를 경제혈맥이라고 표현하는데, 해운에서 특히 컨테이너해운은 글로벌 경제의 ‘길’이라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부연구위원은 “공급망 다변화가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나 미중통상분쟁같은 외부적인 요인이 결부됐을 때는 변동성이 커진다”며, “물류나 해운이나 큰 흐름 속에서 ‘길’인데 외부환경에 대한 변동성에 항상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국가간 물류의 길이 변화되거나 변화됐지만 이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시킬수 있을지에 대한 본연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 전문가들은 이처럼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정부가 이에 대한 해운선사들의 대응방안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책방향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해운 전문가는 “무역국가로서 결국 해운은 같이 가는 산업인데 국내기업들이 우선적으로 배려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최근 국내 화주가 머스크와 벌크화물의 컨테이너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데다 글로벌 선사들도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대폭 확장하려 하는데 이에 대해 국내 선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비용절감이나 생산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던 공급망 다변화로 해운기업들도 더 이상 단순히 고운임으로 많은 화물을 실어나르며 이익을 보는 시대가 저물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큰 비전을 제시한 종합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가 결국 원양과 연근해선사의 역할을 완전히 구분해 양분할 수도, 더 이상 물류와 해운과 항만의 경계를 없애 대형선사만 살아남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플랜을 가지고 정부가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지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북항 BPT 전경
부산북항 BPT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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