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동안 해운 및 물류업계는 희비가 엇갈리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해운 및 물류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호황세를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우선 해운시장은 ‘컨’운임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주요 선사들은 여전히 기분좋은 한 해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해운업계는 이미 하반기부터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데다, 운임하락의 폭이 크지 않고 오히려 정상화 수준으로 진입했다고 보고 있어 올해도 상당한 이익이 예상된다. 또 물류업계는 팬데믹에 따른 배송물품 증가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은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새해부터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파업은 2개월이 넘는 ‘최장 파업’으로 귀결됐고, 이어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친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국내 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데일리로그는 다사다난했던 2022년 한 해 동안 국내 해운 및 물류산업에서 있었던 이슈를 종합,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 ‘컨’운임 하락세에도 선사 이익률은 ‘여전’

2021년 끝없이 상승했던 컨테이너 해상운임이 올해 1월 5,109.60p를 최고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해운호황 막바지에 접어든 것을 실감케 하고 있다. 컨테이너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16일 기준 1123.29p를 기록했는데, 이는 26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2년 6개월여 만에 최저점을 찍은 것이다.

해상운임의 상승 원인이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는데, 엔데믹 국면 전환으로 주요 항만의 선박정체 완화와 고환율, 고금리 여파에 따른 물동량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운임하락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당초 해운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던데다 운임하락의 폭이 크지 않고 오히려 정상화 수준으로 진입했다고 보고 있어 해운선사들은 올해도 상당한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긴 불황 끝에 맞이한 호황이 끝물에 들어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커 선사들도 현금 보유를 높이거나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불황 대비에 나섰다.

한편, 지난달 해양진흥공사는 한국형컨테이너운임지수인 ‘KCCI(KOBC Container Composite Index)’를 개발해 공식 발표했다. KCCI 역시 첫 발표인 11월 둘째주 2,892를 기록했지만, 최근 1,936으로 하락하는 등 ‘컨’업황의 계절적 비수기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싸늘한 민심과 정부 강경 대응에 꼬리 내린 화물연대

정초부터 시작된 택배시장에서의 운송거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이어졌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7일부터 2022년 말 종료(일몰제 적용)되는 안전운임제를 제도화하고 적용 대상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8일 만인 14일 정부 및 업계관계자들과의 실무회의를 통해 ‘안전운임제 연장’에 합의했지만, 11월 24일 같은 요구사항을 내세우며 2차 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적용대상 품목 확대 등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했지만, 정부의 강력대응 방침과 차가운 민심에 두손을 들었다. 정부는 지난 6월 파업 당시 약속한 ‘일몰제 3년 연장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2차 파업을 벌이자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선 것이다. 결국 화물연대는 16일 만인 12월 9일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9일 오전 파업 중단 여부를 묻는 조합원투표를 단행, 3,575명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211표(61.84%), 반대 1343표(37.55%), 무효 21표(0.58%)로 집단 운송 거부가 종료됐다.

- 부산신항 피더부두 민자개발 ‘눈덩이’ 의혹

민자개발로 추진 중인 부산신항 남측 피더부두 개발사업과 관련, ‘사전정보 유출’, ‘특혜시비’, ‘허위공문서 작성’ 등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해양수산부가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지난 2월 관련 고시 변경 당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서 해수부가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고시가 변경된 후 제안서 작성까지 10개월 가량이 소요됨에도 고시변경 당일 제안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혹이 일었다.

특히, 해수부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제안서를 5개월 가량 수정보완만 하고 뒤늦게 다음 단계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의뢰하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등 특혜 논란까지 가중됐다.

여기에 더해 올해 초 피더개발 매립 대상인 호란도의 주인이 사업참여를 제안한 민원까지 민원인에게 통보도 없이 자진 철회하고 관련 공문서까지 남기면서 ‘허위공문서 작성 의혹’으로까지 번지는 등 관련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커가고 있다.

특히, 호안해운측이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들을 모아 검찰에 고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내년에도 피더부두 개발과 관련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공정위, ‘컨’선사 운임담합 과징금 확정…선사들 즉각 반발

지난 2018년 9월부터 시작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컨테이너선사 운임담합 조사 건이 올해 거액의 과징금 부과로 4년 만에 결론을 내렸다.

수입목재업체들의 신고로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4년간의 조사 끝에 지난 1월 한·동남아항로 운임담합으로 국내외 23개 선사에 총 962억 원을, 6월에는 한·일항로 15개 선사에 800억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당초 8,000억 원대로 예상됐던 과징금 규모는 대폭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내 산업계의 과징금 규모에 비해 과도한 금액을 부과하면서 선사들의 반발을 샀다. 또 한·중노선에는 시정명령만 내린데다, 외국선사보다는 국내선사에만 제재를 가하는 등 불공정 논란도 일었다.

조승환 해수부장관도 당시 기자회견에서 “해운산업만의 국제적인 관행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해운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선사들도 행정소송을 진행 중에 있어 공정위와의 다툼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글로벌 빅3 ‘컨’선사 항공사업 진출 러시…해운·항공·물류 수직계열화

올 한해 동안 글로벌 빅3 컨테이너선사가 항공화물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다각화 물결이 크게 일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항공화물 서비스를 전담하는 머스크 에어카고를 공식 출범시킨데 이어 글로벌 1위 선사인 MSC도 지난 9월 MSC 에어카고 설립을 공식화 했다. 앞서 지난해 2월 CMA-CGM도 CMA-CGM에어카고를 설립하면서 글로벌 3사 모두 항공화물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머스크는 모국인 덴마크 제2공항으로 주요화물 허브공항인 빌룬트 공항을 항공화물 허브로 활용하며 매일 항공편을 제공키로 했다. 머스크는 지난 2005년 머스크 에어를 아이슬란드 항공사에 매각한 이후 17년만에 재진출한 것이지만, 여객수송을 제외하고 항공화물 시장에 제한적인 진출로 물류와 해운, 항공을 연결하는 수직계열화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이다.

물류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MSC도 내년부터 MSC에어카고를 선보인다고 공표한 이후 지난 10일 홍콩에서 첫 서비스를 개시했다. 당초 MSC는 MSC에어카고 서비스가 첫 번째 화물기가 인도되는 내년 초로 예상했으나, 화물기 조기 인도로 이보다 앞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CMA-CGM도 지난 5월 프랑스·네덜란드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 지분 인수와 10년간 화물운송 파트너십 체결로 항공사업 영역을 지속확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내년에도 이들 선사들의 수직계열화 성공 여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BPA, ‘방만경영’ ‘낙하산 인사’ 등 도덕성 문제 여전

부산항만공사(BPA)가 지난 6월 퇴직한 인물을 또다시 신규 출자회사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등 해양수산부 최대 산하기관의 도덕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BPA는 자사가 출자한 민간기업에 단 한 곳도 빼놓지 않고 퇴직자를 내려보낸 것도 모자라, 지난 7월에는 또 다른 퇴직자를 사업위탁 기관에 내려보낸 것이 알려지는 등 항피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 초에는 비위사건에 휘말린 간부에게 ‘징계’가 아닌 ‘문책성 연수’를 보내겠다고 해 업계의 빈축을 사기도 했으며, 2019년 베트남에 설립한 동남아대표부를 소리소문없이 인도네시아로 이전해 방만경영 논란에 불을 지폈다.

또 메인 사업지인 부산신항이나 앞으로 건립될 진해신항과 한참 떨어진 북항재개발지역 노른자 위에 총사업비 2,633억 원을 들여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렇듯 비난의 대상이 된 BPA가 내년부터 ‘기타 공공기관’으로 전환되면서 관리감독 권한이 기재부에서 해수부로 이관되는 것이 확정돼, 해수부가 이러한 문제를 얼마만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 국토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첫 기본계획 발표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 17일 제1차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은 중장기 생활물류산업 발전 정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생활물류법 제20조)으로, 지난해 7월 27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수립되는 계획이다.

국토부로부터 용역을 받은 한국교통연구원이 마련한 기본계획(안)은 ▲모빌리티 대전환을 위한 생활물류 규제 혁신 ▲생활물류산업의 첨단화 촉진 ▲지속가능한 생활물류 인프라 공급 확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로여건 조성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국토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에 추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제기되는 의견들을 검토해 기본계획(안)을 수정·보완하고 관계부처 협의,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제1차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올해 중 확정할 예정이다.

- HMM, 역대급 실적에도 조직개편 등 ‘다사다난’

HMM이 올 들어 관리주체가 한국해양진흥공사로 변경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던 배재훈 사장이 용퇴하고 후임에 김경배 사장이 취임했다.

신임 사장 취임에 앞서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 총괄부사장직을 신설하고 해사부문을 제외한 컨테이너, 전략·재무, 벌크 등을 총괄부사장이 종합 관리하는 체계로 개편했다. 특히, 컨테이너물류본부를 세분화해 운영본부와 항만물류사업본부로 나누는 등 총괄 CEO 아래 각 부문별 CEO를 두면서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또 역대급 실적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1년 만에 3,000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컨’운임 상승으로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올해도 역대급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운임이 고점을 찍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경영 효율성 증대를 위해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 명목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 CJ대한통운 택배노조 64일간 최장 파업 종료

2022년을 나흘 앞두고 시작된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운송거부 행위는 새해가 되고 2개월 여가 지나서야 멈췄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파업 64일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700여 명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택배요금 인상분 공정분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 3월이 돼서야 현장에 복귀했다.

택배노조는 ▲택배요금 인상분 3,000억 공정 분배 ▲급지수수료 인상 ▲별도요금 및 집하수수료 차감 폐지 ▲부속합의서 즉각 폐지 ▲노조 인정 등을 요구했다.

전국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3월 2일 표준계약서 작성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합의안에 사인하고서야 악수를 했다.

- 물류에 올인한 쿠팡, 8년만에 첫 분기 흑자 전환

쿠팡이 사업을 시작한지 8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으로 국내 택배시장을 뒤흔드는 등 혁신적인 배송시스템을 필두로 공격적 경영을 펼쳐왔다. 하지만, 물류시설 및 시스템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는 적자경영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쿠팡은 2010년 설립 이후 12년간 전국 30여개 지역 물류망 투자에 6조2,000억원을 투입, 현재 전국에 100곳 이상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새벽배송 및 익일배송을 주도하고 있다.

쿠팡이 지난 11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 기간 6조8,383억 원(51억133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037억 원(7,742만 달러), 당기순이익 1,215억 원(9,067만달러)를 기록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범석 쿠팡 의장은 '자동화 기술에 기반한 물류 네트워크'를 3분기 흑자 전환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쿠팡은 ‘머신 러닝’ 기술 기반의 수요 예측을 통해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지난해와 비교해 50%나 줄였다는 것이다.

쿠팡은 이번 분기 첫 흑자전환을 계기로 내년에는 연간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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