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춘선 객원논설위원(現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해운업계의 주요 이슈로는 해상운임 하락세, 친환경 규제, 얼라이언스 재편 움직임 등을 들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롭게 등장하는 글로벌 해운동향에 대해 사전적 예측으로 기민하면서도 시의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 수급동향과 해운운임 하락세

최근 3년동안 해운운임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폭등했지만, 지난해 2월부터 무서운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수요증가에 따른 선복량 및 컨테이너 장비 부족현상에 더해, 미국 서안부두 노동자들의 코로나 감염 확대와 내륙공급망 와해 등으로 해운시장의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돼 해운운임이 엄청난 폭등을 경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회귀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올해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및 인플레이션에 따른 글로벌 해운수요의 증가세 둔화, 그리고 선복량의 증가 등으로 해운운임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드류리 등 세계적 해운전문 분석기관들은 올해 해운시장 전망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 등 내적·외적 부정적 요소들이 많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 기간 중 글로벌 해운시장의 기록적인 호황을 경험한 선사들이 컨테이너선을 대규모로 발주해 2년 내에 공급과잉이 가시화될 상황이므로 운임의 하락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

그러나 올 상반기까지는 침체를 겪을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정상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 전문기관도 있다(영국 해운시황분석 전문기관 MSI). 그래도 최소한 글로벌 선사들은 선복량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으므로 운임이 코로나 이전의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 이후 시의적절한 해수부의 해운정책 방향 제시와 미세조정이 필요한 시점이고, 국적선사인 HMM도 글로벌 해운시장의 동향에 대처해 코로나 기간 중 실현한 막대한 흑자의 적절한 활용에 힘쓸 시점이다.

- 해운산업의 탈탄소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해운계의 최우선과제는 탈탄소화를 위한 대체 에너지의 전환이다. 다양한 옵션을 논의하고 있지만 확실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계는 당장 탈탄소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가중되고 있는 탈탄소화 압박에 대해 대다수 선사들은 아직 준비가 미흡해 관망자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관망만 하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경쟁에서 뒤처져 버릴 수 있다. IMO가 목표로 하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50% 감축’보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방출 Zero’ 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고, 오는 7월 IMO회의를 거쳐 11월 두바이에서 개최될 COP28(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을 전후해서 선택의 폭이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올해는 해운의 탈탄소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2022년에 LNG 추진선 109척, 메탄올 추진선 32척이 발주됐다는 사실은 향후 대체에너지의 향배를 예측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향후 전환기 연료로는 LNG, 미래 연료로는 1차 메탄올, 2차 암모니아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HMM도 지난 2월 9,000TEU급 메탄올추진선 9척을 신조 발주해 친환경 선대 경쟁력을 글로벌 탑티어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목표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해수부의 국적선사 친환경 선대개편의 효과적인 지원계획(해양진흥공사와 HMM의 친환경도입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과 맞물려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여타 선사들도 친환경과 관련해 관망모드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옮길 타이밍이다.

- 얼라이언스 재편 움직임과 대응 방안

최근 얼라이언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재편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고 그 핵심에는 2M이라고 하는 머스크(MAERSK)와 MSC가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는 그동안의 막장까지 가는 혼란 속에서 그런대로 3대 얼라이언스 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잡아 안정적인 운영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최근 2M의 머스크와 MSC가 각기 제 갈 길을 찾고 있어 이러한 움직임이 양 사의 차원을 넘어 얼라이언스의 재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코로나로 인해 머스크와 MSC를 비롯한 글로벌 해운업계 전체가 기록적인 호황을 맞이했고, 이와 같은 막대한 수익의 발생은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한 해운 간 동맹적 성격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화주측과 미국을 비롯한 해운동맹에 비판적인 국가들의 분위기는 얼라이언스에 더 이상 호의적인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21년 7월 바이든 대통령이 경쟁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해운에서의 공동행위를 규제하는 해운법 개정안(Ocean Shipping Reform Act of 2022)이 하원에서 발의돼 국회를 통과했다.

이러한 가운데 2M을 구성하는 글로벌 1위 및 2위 선사들인 MSC와 MAERSK 양 사는 향후 전략을 달리해, 해운업계에서는 이것이 얼라이언스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2M의 협력기간이 오는 25년 1월에 만료되므로 25년 이후 어떤 형태로든 얼라이언스의 재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최근 기록적인 호황에서 침체의 문턱에 이른 해운업계로서는 얼라이언스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015년 2M 결성 당시는 글로벌 해운업계가 과도한 선복량의 공급과잉으로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었고, 장기침체 우려에다가 운임경쟁이 치열해 글로벌 선사들은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과 얼라이언스 재편을 활발히 추진했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글로벌 얼라이언스는 2M, 오션(COSCO+CMA CGM+EVERGREEN), 더 얼라이언스(Hapag-Lloyd+ONE+HMM+Yang Ming)의 3대 얼라이언스 체계로 정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3개 얼라이언스(전세계 선복량의 약 80% 점유)에는 세계 9대 선사가 가입해 명실공히 글로벌 정기선업계를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다.(HMM은 20년 4월 더 얼라이언스에 가입)

2015년 출범 당시 2M의 규모는 총 185척 210만TEU로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의 29%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2023년 1월 현재에는 885만TEU로 증가해 약 34%를 점유하고 있다. 만년 2위였던 MSC는 463만TEU로 머스크보다 선단규모가 40만TEU나 앞섰다. 또 신조 발주규모도 133척(82.5만TEU)으로 머스크의 29척(35.8만TEU)을 압도하고 있다.

이는 MSC가 해운 위주의 전략으로 나가고 있는 반면, 머스크는 글로벌 통합물류 그룹을 지향점으로 삼아, 21년부터 선복량 확대를 동결하는 등 25년까지 해운과 물류의 매출을 반반으로 가져가겠다는 복안이다. 머스크는 독자적으로 나가기에는 규모가 적고 타 선사들과 함께 가기에는 규모가 크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데, 이 점이 오히려 향후 얼라이언스 재편 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EU 당국의 비호의적인 시각과 경쟁선사들의 얼라이언스 가입 차단 움직임으로 머스크는 새 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HMM이나 ONE과 협력 및 제휴를 모색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MSC와 마찬가지로 선박공유협정과 선복임차(슬롯차터) 등을 통해 얼라이언스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독자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25년 이후 얼라이언스가 해산되고 재편이 이루어진다면, 현재 더 얼라이언스에 소속돼 있는 HMM 등 우리 선사들은 어떻게 해야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다한 발주가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에서 운임경쟁은 계속될 것이고, 화주측의 운임통제력 확보와 서비스요구가 점증할 것이다. 향후에는 화주의 요구에 부응해 선복량이 많은 선사보다도 고객관계가 좋고 서비스가 뛰어난 선사들이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경쟁법 하에서 시장점유율 30% 선을 준수하면서 얼라이언스가 재편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9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동서원양항로에서의 3대 얼라이언스에 비해 과다하게 분산돼 있는 인트라 아시아항로도 함께 재편될 가능성이 있어 역내선사들은 글로벌 선사들과 협업체제를 모색하는 등의 건전한 파트너쉽 구축이 화두로 대두될 수 있다. 다양하지만 때로는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 대처해 나가야 하겠지만, ‘시장상황에 따른 얼라이언스의 재편’이 그 중심에 있을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의 수급동향과 해운의 내적·외적인 변수, 해운의 탈탄소화와 그에 따른 선박의 추가 발주 규모 및 시기, 그리고 얼라이언스 재편 등은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대로 상호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 어쩌면 1~2년 내에 철수와 낙마가 가시화되는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는 경쟁구도 속에서 우리 선사들은 또다시 엄청난 지혜를 발휘해야 할 지도 모른다. 아울러 뒷선에서 해수부의 방향 제시와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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