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출구전략만 도울 뿐"…비판 거세

현대LNG해운이 보유한 멤브레인형 LNG선 현대피스피아호. 사진출처 현대LNG해운 홈페이지.
현대LNG해운이 보유한 멤브레인형 LNG선 현대피스피아호. 사진출처 현대LNG해운 홈페이지.

현대LNG해운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해양관련 사업자단체의 잇단 성명이 사모펀드의 출구전략을 마련해준다는 의혹으로 비화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에너지전용선대의 해외매각은 국부유출일 수 있지만, 시장가치에 비해 매각가가 너무 높아 현대LNG해운의 매각협상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관단체가 무작정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부산항발전협의회,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등은 각각 현대LNG해운의 해외매각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각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현대LNG해운의 해외매각은 심각한 국부유출이며, 향후 사모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폴라리스쉬핑이나 SK해운의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업계는 유관단체들이 왜 매각 이슈가 불거진지 한참 지난 현 시점에서 성명서를 잇따라 내고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현대LNG해운의 해외매각 이슈는 이미 지난 3월말께 불거진 바 있다. 

특히, 현대LNG해운을 보유하고 있는 IMM인베스트먼트측이 국내 매각에 실패한 주요 원인이 지나치게 높은 매각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성명서가 사모펀드의 출구전략을 도울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가치 2,0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선사의 매각가를 2배 가량으로 높게 부른데다, 해당 선사에 대해 그만큼 가치를 쳐줄 수 있는 회사도 HMM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IMM이 원하는 대로 해외매각을 한다고 하면 해외 매수자들 중 HMM에 제시한 매각가만큼 가치를 쳐줄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IMM이 실제로 해외에 매각을 성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전용선대의 해외매각은 안될 일이긴 하지만, 현재 현대LNG해운이 보유한 선박들 대다수가 가스공사와의 계약이 3~5년가량 밖에 남지 않은데다 해당 선박들 모두 탄소집약도지수(CII) 등 환경규제에 대응하지 못해 어차피 오래 사용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하고는, "IMM이 해외매각을 강행한다면 가스공사가 더이상 계약 연장을 하지 않거나 하는 등의 방안이 있을텐데, 현 시점에서 어떤 의도로 이같은 성명서를 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현대LNG해운은 LNG전용선 16척, LPG 전용선 6척, LNG벙커링 전용선 1척 등 총 23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대다수 선박들이 가스공사의 전용선대로 계약돼 있다. CII 규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환경규제로, 5,000t이상 선박의 1년간 운항 정보를 바탕으로 지수를 산출해 A~E까지 등급을 메기며 3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1년 이상 E등급을 받을 경우 선박 운항이 제한된다. 현대LNG해운의 선박들은 대부분 신조된지 10년 이상 된 고령선이다보니 해당 규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가격이 타당하다면 매각이 진행 중인 HMM이 다시 사는 것은 합당하다고 생각되지만, 다른 선사들도 현대LNG해운의 현 상황을 파악하면 IMM측에서 제시한 가격을 주고 사갈 선사가 없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모펀드들의 잇따른 해운사 투자는 실패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된다고 국부를 운운하면서 (해양 유관단체들이)성명서를 발표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A선사 관계자도 "해양업계가 현대LNG해운을 비롯한 사모펀드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었더라면 관련업계의 공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가치대비 가격을 터무니없게 높게 부르는 선사를 막무가내로 사달라고 떼쓰는 식이다보니 오히려 사모펀드의 출구전략을 도와주려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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