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편집국장] 현대LNG해운 매각을 놓고 관련업계가 시끄럽다. 전략화물을 수송하는 LNG선사를 해외기업에 매각하는 것은 국부유출이니, ‘국내기업’이 무리해서라도 매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제기되는 국내기업은 ‘HMM’이다.

우선 이번 논란의 본질을 살펴보자. 지난 2014년 현대상선(현 HMM)으로부터 인수한 IMM이 현대LNG해운으로 사명을 변경해 운영해 오다 회사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사실 양사는 지난해말 M&A 성사 직전까지 갔었지만, HMM측이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철수한 바 있다. 현재까지 시장에 알려진바에 따르면, IMM측이 원하는 매각가는 대략 5,000억 원 안팎 수준이다. 그런데 시장에선 3,000억 원 수준을 적정가로 보고 있다.

어떤 기업이 경쟁입찰로 시장에 나왔고,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제시한 기업이 해당 기업을 인수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좀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8일 해운·항만·물류 54개 단체가 가입돼 있는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가 ‘에너지 국부유출’을 이유로 전략화물수송선사(현대LNG해운)를 해외기업에 매각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틀린 주장은 아니다.

한해총은 특히, “SK해운(한앤컴퍼니) 등 또 다른 전략물자 수송선사도 매각을 추진중인 시점에서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은 다른 선사의 매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만일 전략물자 수송선사들이 해외에 매각된다면 앞으로 원유, LNG 등 주요 전략물자 수송은 해외 선사에 의존해야 하며, 이는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 차원에서 해외매각을 저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상황이 좀 묘하게 돌아갔다. 정작 해운업계 종사자들이 성명서 내용을 보고는 ‘굳이 왜?’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지난 10일 본지가 보도했듯 현대LNG해운의 LNG선박과 가스공사와의 수송계약이 3~5년밖에 남지 않았으며,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인 탄소집약도지수(CII)에 이 회사 선박 대다수가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관련업계로부터 현대LNG해운은 그렇게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라는 평판이 나오고 있다. 웃돈을 얹어서까지 매입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며, 해외기업으로 매각되도 ‘국부유출’까진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한해총의 성명은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HMM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해외매각을 저지해 달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해수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정부가 무슨 수로 민간기업 간 M&A에 관여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번 인수전에 참여할 HMM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HMM은 일반 민영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긴급정책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사실상 정부 소유의 기업이다. 때문에 한해총의 주장은 해수부가 HMM을 통해 비싼 가격을 지급해서라도 현대LNG해운을 인수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인수 포기 후 지난 3월 예비입찰에도 나서지 않았던 HMM이 이번 입찰에는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이러한 주장은 전략화물수송선사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사모펀드의 출구전략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때문에 한해총은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

이러한 주변 여건들은 HMM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인수를 못하면 국부유출이고, 이는 곧 HMM의 책임이라고 비난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HMM은 내달 2일로 예정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LNG해운을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HMM이 비난받거나 책임질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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