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객원논설위원

[데일리로그 = 정진영 객원논설위원(現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물류회사가 국제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먼저 계약운송인(contractual carrier) 입장에서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이어 화주의 입장에서 실제운송인(actual carrier, 선사 및 항공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물류회사는 이러한 운송계약의 체인에서 중간 당사자(intermediary party)의 입장에 위치하게 되는데, 어느 한 계약은 정상적으로 이행됐으나 다른 한쪽 계약에서 불이행이 발생하는 경우 그로 인한 책임과 위험이 중간 당사자인 물류회사에 귀속될 수 있게 된다. 컨테이너 체화료, 공매비용 등도 두 계약의 불일치 현상으로 인해 중간 당사자인 물류회사들이 직면하게 되는 곤혹스러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송하인의 요청으로 선사로부터 컨테이너를 빌려와 화물을 적입해 보세구역에 장치했으나, 송하인이 선불조건(freight prepaid) 운임을 지급하지 않아 컨테이너가 운송선박에 선적되지 않고 보세구역에 장기 체화되는 경우('선적항 콘테이너 체화료'), 또는 컨테이너가 도착항에 도착했으나 수하인이 파산 등 사유로 이를 수령해가지 않은 채 장기체화되는 경우('도착항 컨테이너 체화료'), 물류회사는 통상적으로 소요시간을 초과한 기간에 관해 컨테이너 체화료를 선사에 지급해야 하며, 그 금액을 화주에게 다시 청구하게 되는데, 화주가 파산이나 회생 기업이 되거나 또는 폐업을 한 경우 그 비용을 회복하기 어렵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법원의 경매, 세관의 공매 내지 멸각 처리 등이 없는 한 체화 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 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컨테이너 체화료가 계속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필자는 컨테이너 체화료와 관련한 자문 및 분쟁 업무를 취급하면서, 물류회사가 컨테이너 체화료와 관련해 법적 책임과 위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어떠한 것이 있을지 나름의 생각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본다. 단, 콘테이너 체화료는 화주에 대해 파산 내지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주로 발생하므로 이를 전제해 대비책을 설명드리기로 하며, 단기간의 재무상태 악화를 이유로 하는 컨테이너 체화료와 그에 관한 가압류 등 채권보전절차는 논의에서 제외키로 한다.

선적항 컨테이너 체화료에 관한 사전적 대비책으로는, 가능하다면 물류회사가 선사로부터 컨테이너를 빌릴 때 이메일이나 선박회사의 싸이트 등에 ‘as agent for shipper’라고 기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실무적으로 선박회사가 물류회사가 아닌 송하인의 신용을 믿고 콘테이너를 빌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와 같이 컨테이너를 빌려가는 주체가 물류회사가 아니고 송하인임을 분명히 해두면 선적항 콘테이너 체화료에 관해 물류회사가 지급책임을 부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게 된다.

선적항 및 도착항 컨테이너 체화료와 관련한 사후적 대비책은 아래 3-4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컨테이너 내에 적입된 화물에 관해 유치권을 보유 및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해 법률검토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치권에는 민법상 유치권과 상법상 유치권이 있는데 그 요건과 담보범위에 차이가 있으므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대입시켜 물류회사가 유치권을 갖는지, 갖는다면 어떠한 유치권을 갖는지 등에 관한 객관적 분석과 검토가 이뤄져야 하며, 물류회사로서는 그러한 법률분석에 기해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컨테이너 체화료는 대부분 송하인 또는 수하인의 신용위험으로 발생하며, 그 대부분은 파산절차 내지 기업회생 절차로 이어지게 된다. 만약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류회사가 컨테이너 체화료를 원인으로 하여 적입된 화물에 관해 유치권을 갖는다면, 물류회사는 화주의 파산절차 내지 회생절차에서 별제권 내지 회생담보권의 행사를 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해당 화물이 총 채권자를 위한 채무 변제 재원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셋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컨테이너 체화료는 그 종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물류회사로서는 손실경감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적입 화물을 반출시키고 해당 컨테이너를 신속히 선사에게 반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화주와 협의해 컨테이너 봉인을 해제하고 적입된 화물을 반출해 보세구역 보다 보관료가 더 저렴한 창고로 이고(移庫)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한 경우 컨테이너 체화료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한편 물류회사는 화물에 대한 유치권을 계속 보유해야 하는 바, 새로운 창고를 통해 화물에 대한 점유 및 통제를 유지해야 한다.  

넷째, 화주로부터 컨테이너 체화료 등을 회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해당 화물에 관해 경매를 신청해 진행하는 방안이 있다. 이는 장기체화로 인해 화물이 변질 내지 훼손된 상태에서의 시세 등 가액이 컨테이너 체화료와 경매절차 비용을 합한 금액을 상회하는 범위에서 경매신청을 진행할 실익이 있다고 사료된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민법상 또는 상법상 유치권에 기한 경매신청을 할 수 있고, 두번째는 상법 제808조에 기한 경매허가 신청을 하는 것이다. 유치권에 기한 경매신청은 점유 등 유치권 성립을 위한 요건의 충족 여부, 그리고 관련관계와 같이 유치권에 의해 담보되는 채권의 범위와 관련해 여러 복잡한 쟁점이 있는 반면, 상법 제808조는 운송인이 운임, 부수비용, 체당금, 체선료 등을 받지 못하는 경우 점유 여부 및 점유 주체 등을 묻지 않고 그 운송물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경매를 신청할 절차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 필자도 2017년 해외에서 350개 정도의 컨테이너에 적입돼 국내로 수입된 화물과 관련해 선사가 의뢰인인 물류업자에게 20억원 정도의 컨테이너 체화료를 청구한 사안을 맡은바 있다. 당시 해당 건에 대해 앞서 설명한 4가지 절차를 취하면서 의뢰인의 손실을 경감시키면서 컨테이너 체화료 대부분을 경매절차를 통해 회수시킨 경험이 있다. 

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경기침체 환경에서는 컨테이너 체화 건들이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물류회사들이 앞으로 컨테이너 장기 체화에 대응하는데 위 내용이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