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DL사 AGV 쓰는 싱가폴 '투아스항'은 1년째 테스트中 /

‘안전성’ ‘생산성’ 모두 우려돼

강준석 부산항만공사(BPA) 사장(사진 오른쪽) 앞쪽으로 보이는 파란색 장비가 항만 무인화의 꽃 AGV이다.  
강준석 부산항만공사(BPA) 사장(사진 오른쪽) 앞쪽으로 보이는 파란색 장비가 항만 무인화의 꽃 AGV이다.  

개장 연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부두가 내년 상반기까지 완전개장하는 것도 시기적으로 힘들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AGV를 도입해 짧은기간 동안 테스트를 완료한다고 하더라도 시간당 하역처리능력을 나타내는 생산성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부두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서‘컨’과 같은 회사의 AGV를 발주해 사용하고 있는 싱가포르 투아스항이 부분 개장한지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장비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항만공사(BPA)가 주장한 내년 상반기 개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항만업계에 따르면,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부두에 도입되고 있는 AGV 중 17대를 납품할 예정인 네덜란드 VDL사는 싱가포르 투아스항에 도입되는 AGV 장비 대다수를 납품하고 있는데, 지난해 부분개장한 투아스항은 AGV 테스트에만 1년 이상을 거쳤지만 현재까지도 테스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BPA는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2-5단계 부두(3선석)에 대해 올해 10월 준공 예정이며 충분한 시운전을 거쳐 상업운영을 개시하고 부산북항 자성대 부두도 내년 북항 2단계 재개발 착공전까지 컨테이너 기능을 종료하고 반납할 계획임을 밝혔다.

BPA의 주장대로라면 북항재개발 2단계 착공이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는만큼 자성대 이전을 위해서라도 최소 내년 6월 이전에는 서‘컨’부두를 개장해야 한다.

이와 관련, 완전자동화항만으로 건설되고 있는 싱가포르 투아스항은 오는 2027년 완전 개장을 목표로 연간 6,500만TEU를 처리하는 싱가포르 신항으로 지난해 일부 선석을 개장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기존 구항인 싱가포르항 컨테이너 부두 기능을 2040년까지 투아스 신항으로 이전해 통합할 예정이며, 완전자동화를 목표로 AGV를 순차적으로 도입 중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투아스항에 사용하는 AGV 대부분은 부산신항 서‘컨’부두에 도입되는 AGV와 같은 회사인 VDL 제품이다”며, “싱가포르에선 메인 업체로 VDL을 선정하고 백업 목적으로 프랑스와 중국업체 제품도 병행해 사용 중이다”고 설명했다.

투아스항의 경우 정보시스템을 모두 직접 개발해 운영키로 하면서 AGV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인 FMS를 비롯한 TOS 등도 자체 개발해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구항을 접고 투아스신항으로 전략적으로 완전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며, 지난해 개장한 일부 선석에 대해서도 최소 1년 이상 AGV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 현지 업계 관계자는 “메인물량은 기존터미널에서 처리하지만 일부 선박을 투아스항에 접안해서 테스트해보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AGV가 다 들여와도 다른 기기들과 연동돼 돌아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테스트 기한만 최소 1년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투아스항이 이렇듯 오랜기간 테스트를 거치는 것은 VDL사 제품에 대한 시장 검증이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항만무인화에 대한 성공 지표는 시간당 원활하게 하역을 할 수 있는 처리능력인 ‘생산성’인데, 투아스항 역시 생산성이 아직까지 보장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 상업운영에 성공한 완전자동화 항만들의 대부분은 핀란드 코네크레인(Konecrane)사의 AGV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크레인그룹은 계열사로 TBA를 두면서 AGV 장비는 모회사인 코네크레인이, 운영 소프트웨어인 FMS는 TBA가 담당한다.

현재 자국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중국항만을 제외하고는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ECT델타, APMT(Maasvlakte), 로테르담 월드 게이트웨이(RWG), ECT 유로막스 터미널, 미국 롱비치 LBCT, 독일 함부르크 HHLA CTA 터미널 등이 코네크레인과 TBA 제품을 사용 중이다.

이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AGV를 대표하는 회사는 코네크레인인데, 가격은 비싸지만 가장 범용해서 사용되고 있고 검증된 회사라고 봐야 한다”며, “투아스항이 오랜기간 테스트를 거치는 것도 이러한 점이 반영됐을 것이며, 실제로도 투아스항은 기존 터미널들 대비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도 “완전자동화의 성공 지표는 시간당 하역처리량인 생산성이 기존 반자동화 대비 효율적이냐로 평가하는데, 이러한 평가를 받는 항만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장비가 코네 제품이다보니 VDL에 대해선 좀 더 검증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이 부분개장이긴 하나 일부 선석을 운영하면서 서‘컨’부두와 같은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투아스항이 개장 후 1년여가 되가는 현 시점까지도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부산신항 서‘컨’부두의 내년 상반기 중 완전 개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BPA의 주장대로 내년 상반기 중 개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생산성’과 ‘안전성’ 부문에서 상당한 리스크(Risk)가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서‘컨’부두에 도입될 총 60기의 AGV 가운데 VDL사 장비는 17기 뿐이며, 나머지 43기는 국내기업인 현대로템이 처음 제작해 도입된다. AGV 운영시스템인 FMS 역시 현대로템에서 처음 개발될 예정이다. 효율성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게 제기되는 대목이다.

싱가포르 관계자는 “검증된 FMS가 아니다보니 성공하려면 시행착오가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을 무시한다면 사고확률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는, “AGV는 항만내 다른 자동화 장비와 다르게 ‘자율주행’ 부분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를 잘 운영하는 기술력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TOS라는 두뇌에 각 자동화 장비들을 연결해야 하는데 팔다리 역할을 해야할 AGV와 FM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냥 허울 좋은 터미널일 뿐”이라며, “투아스측도 장비를 연결하고도 수개월 간 테스트를 지속해왔음에도 만족스럽지 않은데, 관련 장비를 처음 개발하는 업체의 제품을 도입하는 서‘컨’부두가 제대로 운영될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업계의 이 같은 우려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BPA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BPA 국민소통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 모두 물류정책실장이 답변하기로 결정됐다”고 밝혔으며, 윤정미 물류정책실장은 여러 차례에 걸친 전화와 문자메세지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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