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손잡은 인수희망기업, '젯밥'에만 관심? /
해운업계, “혈세로 일군 현금 12조 재투자에만 써야” /
“적당한 매수자 없으면 M&A 시기 늦춰야” 주장도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HMM을 인수할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관련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현재까지 인수전 참여의사를 밝힌 기업들 모두 자금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대다수여서 해운시황이 다시 호황에 들어설 때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HMM은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이 4,666억 원이었던데 비해 당기순이익이 6,103억 원으로 선전했는데, 이는 금융이자 수익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2조3,000억 원에 달하는데, 순이익의 대다수가 이에 기반한 금융 이자이다. 

문제는 HMM에 현금성 자산이 이처럼 많음에도 덩치가 큰 대기업들보다는 가용 자산이 1조~1조5,000억 규모인 중견기업들만 인수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HMM 인수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들은 해운시황 하락을 우려해 당장 인수전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HMM 매각과 관련해 회사 보유 현금은 무조건 회사 재투자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이에 대한 견제 목적으로 정부 지분 일부를 남길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에 상황이 바뀐 것인지 정부가 시그널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인지,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기업들만 참여 의사를 밝혀 다들 당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련업계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중견기업들이 단독 참여보다는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HMM의 매각가로 6조~8조 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규모는 인수 참여를 밝힌 하림, SM, 동원 등의 보유 현금 자산의 몇 배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때문에 FI의 도움없인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FI와 손을 잡고 들어온 기업에 HMM을 매각할 경우 인수전에 참여한 FI측에서 투자금 회수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점이다. 혈세를 들여 회사를 회생시킨 후 현금창고에 돈을 가득 쌓아 뒀는데, 이를 그대로 배당금 등으로 가져가 버릴 경우 HMM이 다시 위기에 봉착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이 FI와 함께 HMM을 인수한다면 돈만 보고 들어온 FI들은 투자금 회수에만 열을 올릴텐데, 12조 원이나 되는 현금을 보고 다들 참여하겠다고 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현재 글로벌 선사들은 항공이나 육상운송, 항만터미널 등 벌어놓은 돈으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HMM은 정부 산하에 있으면서 신규 투자를 못하다보니 현금만 쌓이게 된 것인데 이를 인수자가 챙기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HMM의 보유 현금은 회사 포트폴리오를 늘리는데 써야 하는데, 현재 참여를 공식화한 기업들이 돈도 없이 들어와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배당으로 챙기겠다고 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향후 회사가 잘못되면 다시 정부에서 세금을 들여야 하는데 정부에서도 이를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지난 호황기 벌어들인 자금을 종합물류기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사업 확장을 못한 HMM은 보유 현금 이자에 따른 순이익률은 커졌지만, 결국 글로벌 경쟁 측면에선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8위라고 하지만 선대 규모나 보유 터미널 개수 등 모든 것이 뒤떨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선사들이 투자하는 동안 HMM은 신규 투자가 없으니 타 글로벌 선사들 대비 높은 순이익률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적당한 시기에 투자를 하지 못하면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현 시점에서 자금력이 탄탄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M&A를 추진하기 보다는 매각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리하게 FI를 끼운 기업에 매각을 할 것 같으면 차라리 HMM이 보유 현금을 가지고 산업은행의 지분을 사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산업은행도 이 자금으로 다른 사업을 하던지 좀비기업을 살리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HMM은 남은 유보금으로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등 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을 경쟁력을 갖춘 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전했다.

한 해운 전문가도 “현재 사모펀드에 속해 있는 선사들의 현황을 보면 돈이 된다면 아무런 꺼리낌없이 외국에 팔겠다고 하는데, 돈보다 국가 경쟁력을 위한 대의로 HMM을 살려냈던 것이 아니었냐”면서, “혈세를 투입해 살려낸 회사인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대로 된 매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정부가 좀 더 끌고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한편, HMM 매각 예비입찰 마감일은 오는 21일로, 현재까지 인수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기업들은 하림, 동원, SM, 글로벌세아, LX 등이다. 이중 하림과 동원만 실제 인수 참여를 위한 예비입찰 서류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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