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시 미주 영업력 확보 및 투자금 조기 회수 가능
/ 해운 전문가, “시장 혼란 야기 말고 빠른 교통정리 필요” 주장

사진출처-하팍로이드 홈페이지.
사진출처-하팍로이드 홈페이지.

독일 최대선사 하팍로이드가 HMM M&A에 참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하팍로이드는 HMM 인수전 참여를 위해 독일 본사에서 롤프 얀센 CEO가 직접 국내에 입국해 금융권 인사들을 만나는 등 인수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팍로이드는 1847년 설립된 독일 최대 선사로, 지난 2017년 중동선사인 UASC와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 5위 선사로 올라섰다. 이 회사의 주요 주주는 억만장자 마이클 퀴네와 독일 함부르크시 등으로, 특히 퀴네는 독일 항공사 루프트 한자와 글로벌 포워더 퀴네나겔도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박발주를 위해 얀센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HMM 인수를 위해 금융권 등 다수의 인물들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순히 찔러보기 식으로 접근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대부분 선사간 M&A를 통해 몸집을 키운데다 하팍로이드 역시 글로벌 5위에 진입하기까지 여러차례 M&A를 성공시킨바 있다. ‘컨’선사들이 이처럼 M&A를 선호하는 이유는 신조를 발주할 경우 인도받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선사 인수는 선복량을 단숨에 늘릴 수 있고 투자대비 자산 매각을 통해 빠르게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특히 유럽선사들은 유럽이나 과거 식민지배 국가간 항로에선 강점을 보이지만, 식민지배를 받았던 아시아 국가에선 고전한다는 특징이 있다. HMM이 2M과 결별 후 현재의 디 얼라이언스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하팍로이드가 유럽항로에선 강점이 있지만 아시아와 미주노선이 약해서 항로 지배력을 상쇄시키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가 선사를 인수하면 중복되는 사업이나 선박 등에 대해 자산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업종간 M&A에 비해 투자금을 바로 회수할 수 있다”며, “선복량 확대와 부족한 영업력 확보에 빠른 투자금 회수까지 가능한데다, 설령 인수를 못하더라도 실사를 통한 회사 내부 자료를 살펴볼 수 있으니 손해볼 것이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A선사 관계자도 “HMM이 디 얼라이언스에 승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초대형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하팍로이드가 주도하는 디 얼라이언스가 유럽항로에선 강하지만 미주항로가 부족하다보니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멤버로 받아준 것이 컸다”며, “아시아에선 과거 유럽 열강의 식민지배에 따른 반감으로 유럽선사들이 고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HMM을 인수하면 그동안 진입이 어려웠던 아시아 영업망을 확보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하팍로이드가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에서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자 관련업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경쟁입찰에서 외국계 기업만 탈락시킬 경우 WTO 제소나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데다, 기존 국내 입찰 참여자들도 자금력이 떨어지면서 ‘현금 빼먹기’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관련업계는 정부 차원에서 입장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재건의 취지가 무역국가에서 선사가 없으면 해상운임을 외국계선사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수출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는데, 세금들여 살린 회사를 독일선사 서울지부로 만들일 있냐”며, “어차피 시황이 떨어지고 있어 매각 적기를 놓친 상황인데 매각 일정을 중지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외국계 참여자만 탈락시킬 경우 WTO나 GATS(서비스교역에 관한 일반협정)은 우리나라가 유보를 하고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론스타 사태 등을 미뤄볼때 ISD 관련 제소 등은 우려될 수 있다”며, “다만 투자전 상황까지 보호하는지는 애매한데, 국제협약상 문제되지 않더라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혼란을 야기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을 빨리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측은 입찰 초기 단계인데다 입찰과 관련해 개별기업에 대해 코멘트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예비입찰이 막 끝난 단계로 이후 입찰 적격자를 선별해 두 달간 실사를 거치는 등 절차가 많이 남아 있는데다, 해외 투자자라고 해서 입찰 제한이 없어 (하팍로이드 입찰 참여와 관련해선) 산은이 매각 주체로서 개별 기업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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