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재 객원논설위원
                                 박영재 객원논설위원

[데일리로그 = 박영재 객원논설위원(現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국제화물 운송주선업체(Freight Forwarder), 이른바 '포워더'는 실화주에 대해서는 계약상 운송인의 지위에서 (복합)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운송인과의 관계에서는 화주의 입장에서 운송계약을 체결해 그 운임 차액 등 수수료를 영업이익으로 취한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화물운송 중 화물손상 등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실제 운송인은 자신이 발행한 운송증권(이면약관)의 기재, 법령 또는 국제협약이 정한 책임제한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며, 포워더 역시 동일한 수준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국내 화주 중에는 포워더와의 관계에서 이러한 책임제한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해 별도의 화물운송계약 체결을 통해 손해배상의 범위에 수정을 가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포워더의 입장에서는 대형 화주와의 영업적 관계를 고려해 이러한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이러한 계약에 따른 분쟁 발생에 대비한 판결례, 유의사항 및 대응방안을 살펴본다.

일단,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에 따라 포워더가 화주와 별도의 운송계약서를 체결하면, KIFFA, FIATA 또는 IATA 양식이 아닌 계약서의 내용이 우선할 수 있다. 즉, 포워더가 별도의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책임제한권을 포기한다거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별도로 설정하게 되면 운송증권 표준약관이나 법령에 따른 책임제한을 원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파악하기로 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없으나, 하급심 판결 중에 '책임제한권을 포기한다'는 취지가 명시되지 아니하더라도 '포워더가 화주에게 <전손>, <모든 손해>, 또는 <전액>을 배상한다'는 문구가 포함되면 약관조항이나 법령이 정한 책임제한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판례가 있다(서울고등법원 2015. 11. 11. 선고 2015나2005796 판결). 이에 필자는 이러한 개별 약정에 따른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포워더로 하여금 이러한 문구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가급적 이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편, 포워더는 위와 같은 사고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포워더 배상책임보험(Cargo Liability Insurance 또는 International Freight Movement Operators Insurance)’에 가입하며, 그 중에서도 화물에 대한 법률상 배상책임만을 보상하는 ‘Section I’만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보험의 보통약관에는 위와 같이 별도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포워더가 책임제한권을 포기했다거나 손해배상의 범위가 확장되는 경우, 보험자가 그와 같이 가중된 배상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계약상 가중책임 부담보 특약(Contractual Liability Exclusion Clause)’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부담보 특약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험자의 설명의무에 따른 통제를 주장하는 견해도 있고, 확립된 판례도 없는 상황이지만, 보험자가 책임제한을 배제한 채, 포워더의 모든 배상책임을 부보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기에 포워더로서는 실질적으로 보험금으로 손해를 담보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포워더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까?

첫째, 별도의 화물운송계약 체결시 포워더의 화주에 대한 배상책임은 KIFFA, FIATA 또는 IATA 약관에 따르도록 하며,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별도 조항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권한다. 다만, 화주가 책임제한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 하에 별도 계약서 체결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적어도 상기 판례 및 실무례를 들어, 포워더의 입장에서는 실제 운송인에 대해 책임제한에 따른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고, 보험 담보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영업상의 리스크를 포워더가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며, 국제적 관행에도 반하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개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협상 과정을 통해 정히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면, 별도의 책임제한액을 설정하되, 나머지는 화주가 가입한 적하보험으로 처리하도록 협상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울러 포워더의 '고의 내지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책임제한을 적용하는 것으로 타협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셋째, 화물운송계약서 문구의 협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굳이 관련 문구를 넣어야 한다면 '계약불이행 내지 위반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거나 '화물 가액을 한도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와 같이 가급적 일반적인 책임 문구를 삽입할 것을 권한다. 이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 명확히 정하지 않아 여전히 포워더가 운송증권 내지 법령상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국제물류협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기관을 통해 표준 화물운송계약서의 확립을 위해 노력 중이나, 아직까지 특별한 성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실무상 불합리한 점의 개선을 위해서는 포워더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며,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계약서 체결 단계에서 충분한 법률적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박영재 위원 프로필]

- 학력

2022 : 영국 (England & Wales) Solicitor 변호사 자격 취득

2020 :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 LL.M

2010 : 제39기 사법연수원 수료

2008 : 연세대학교 법학 학사

2006 : 제48회 사법시험 합격

- 경력

2022-현재 : 법무법인(유) 광장(Lee & Ko)

2023-현재 :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2013-2022 : 법무법인 세경

2022-현재 : (사)한국해법학회 연구이사

2022 : 대한변호사협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TF 위원

2020 : 한국 국제사법학회 회원

2013-현재 :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심판변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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