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 HMM 매각 관련 보고서서 산은 맹비판
“글로벌 상위랭커 ‘컨’선사 공중분해 시킨 채권단은 한국 뿐”

국내 한 증권사에서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HMM M&A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보고서가 나와 그 파장이 주목된다.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글로벌 상위랭커 컨테이너 선사(한진해운)을 공중분해 시킨 채권단은 한국뿐이며, HMM의 이번 빅딜이 성공할 경우, 산업은행은 전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딜을 해낸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산은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번 HMM에 대한 M&A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21일 ‘HMM 매각에 대한 소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컨테이너 업계도 빅딜 진행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국산업은행은 이번 빅딜(HMM M&A) 성사 이후 전세계에서 가장 이상하면서도 해운업 투자를 잘 하는(?) 투자은행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8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했다. 하림은 6조4,000억 원 가량을 매각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HMM을 인수해 현재 글로벌 8위인 HMM을 글로벌 5위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엄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상위랭커 컨테이너 선사(한진해운)를 한순간에 공중분해 시킨 채권단은 한국뿐이다”고 상기시킨 뒤, “현재 글로벌 해운시장에 해운사 매물이 넘쳐남에도 원매자와 인수주체와의 가격 괴리를 좁힌 사례가 없어 실질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처럼 어려운 딜(HMM M&A)을 해낸 것은 한국뿐이다”고 전제했다.

이어 “인수주체(하림)의 장기계획상 글로벌 상위 5위 선사로 커지기 위해서는 현재 2.8%에 불과한 선대점유율을 지금의 3배 이상으로 몸집을 불려야 하고, (이 경우) 해당 선박기재 투자에만 200억 달러(한화 약 26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매각자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채권단에게 들어가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신규투자는 오롯이 HMM 자체 자금으로만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 연구원에 따르면, 하림그룹내 계열사에서 인수 주축 법인은 팬오션이며. 이번 매각건은 인수자금 마련에 있어서 자체자금의 비율이 높은 것에 점수를 부여하겠다는 원매자의 조건이 있었다. 인수금융을 제외하고 팬오션·JKL파트너스가 자체 조달해야 하는 자금 규모는 3조5,000억~4조5,000억 원 사이로, 팬오션은 기타금융자산까지 포함하면 8,000억 원을 상회하는 금융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팬오션도 연간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을 위한 현금지출이 있는데, 연간 1조 원 내외의 현금지출을 무시하고 보유 현금을 모두 인수자금으로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빌릴 여지가 많다고 예측했다.

앞서 팬오션은 20일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진행 가능성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미확정’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엄 연구원은 “기업 경영자는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필자는 경영자가 아니고 애널리스트 나부랭이 일반인이다”며, “‘승자의 저주’를 예상했던 팬오션의 인수 1년 뒤 ‘신의 한 수’라고 평가가 뒤바뀌었던 그 일이 반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그 인내의 시간을 팬오션 주주의 주식가치 하락으로 생성할 수 있고, 가치 회복의 기간은 1년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필자는 1년 이내 주식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명확한 주주가치 희석비율을 알수 없음을 감안해 팬오션 커버리지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내년 벌크시장 전망이 긍정적이었지만, 이번 HMM 매각으로 한국시장이 해운주 투자처를 상실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엄 연구원은 “운하 통과문제와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등 선박공급량을 제한하는 두 가지 중요 이슈에 직면했는데, 이는 내년 운임시장에서 컨테이너를 제외하고 호조로 전망하며 해운주의 투자비중을 높여볼만한 시점이다”고 벌크시장을 예상했다.

엄 연구원은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이 같은 업황 호전에 힘입어 성장이 예상되지만, 이번 HMM 인수로 이러한 기회가 박탈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번 빅딜 성사로 드라이벌크 시장 반등을 대비해 벌크 운송 기재 투자를 늘리고 매출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팬오션의 투자포인트가 약해졌다. 현금유동성을 업황의 다운턴에 직면한 ‘컨’선사의 인수에 활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며, “이미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지 않은 주당가치로 매각처를 확정지은 HMM의 투자매력도도 반감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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