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양종서 객원논설위원 ·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위원] 얼마전 한 인터넷 신문에 조선부문에서 최근 2달간 수주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작년에는 언론에 무수히 나오던 내용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며 더 이상의 경쟁자가 없을 것 같았던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중국에게 양적인 추월을 당했다는 사실이 매우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으로 무의미한 논의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산업은 한국인의 저력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도 큰 것으로 보인다. 해방과 6.25전쟁 이후 산업의 아무런 기반이 없었던 상태에서 20년 만에 현대적인 조선산업을 시작했다. 10년 후 일본에 이어 전 세계 2위의 조선산업 강국이 됐고, 다시 20년 후 전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경험과 기술이 중요한 경쟁요소인 조선산업에서 매우 놀라운 성과이며 우리의 자랑이기도 하다. 전 세계 산업역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성공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조선산업이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는 세계 정상으로 우뚝 서서 우리의 자긍심을 드높인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조선협회 자료에 의하면 현재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총인원은 15만 7,00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 기자재산업 등 후방산업을 포함하고 종사자들의 부양가족을 고려하면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조선산업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살아간다 할 수 있다. 금년도 선박 수출액은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며,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조선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중요한 하나의 축이 된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는 산업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부가가치란 가치 없는 재료나 자원에 기술, 인적 노력 등을 부가해 가치 있는 재화로 재창출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부가된 가치는 가진 자원이 없고 심지어 식량마저 부족한 우리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다.

조선산업은 그 동안 그 분야에 종사해온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경지에 이르렀다. 전 세계의 선주들은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줄지어 몰려오고 있다. 그럼으로써 조선소들은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고용된 이들은 그 터전 위에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며 우리 경제에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이 산업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우리 경제를 건강하게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최고의 경쟁력을 앞으로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양적 우위가 경쟁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009년 이후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금융위기로 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조선소들의 위기를 타개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국 선주들과 해외의 우량선주들에게 적극 선박금융을 제공했다. 자국의 막대한 철광석 등 벌크화물 운송 수요를 감안해 주 대상은 벌크선이었고 이 선종은 중국이 한국에 비해 경쟁우위를 가지는 선종이다. 가격이 낮은 편이고 기술적으로 간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지난해 전 세계 신조선 시장은 주로 벌크선이 주도하는 기형적인 시장구조를 형성했다. 자국 선주물량은 물론 금융을 제공받은 해외선주들의 물량도 중국이 쓸어갔다. 이것이 지난해 중국이 수주량 1위로 올라서게 된 배경이다. 금융도 이제는 그 나라 산업 경쟁력의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양적우위가 경쟁력의 우위에서 비롯됐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등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한때는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딴 선수만 인터뷰하고 영웅대접을 한 적이 있었다. 수년전 동계올림픽에서 경기도중 넘어져서 2위로 밀린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이 “2등은 안쳐주잖아요”라고 울먹이던 장면이 기억난다. 일제시대를 겪고 전쟁 후 다른 나라가 주던 원조에 의지해 살면서 너무나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한국도 성장했다. 다행히 지난 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부터는 금메달에만 쏟아지던 스포트라이트도 은메달, 동메달, 입상은 하지 못했으나 선전한 선수들에게까지 골고루 퍼지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은 산업을 보는 시각에도 필요할 것 같다. 중국이 양적으로 한국을 추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미 작년부터 건조량은 한국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30~40개에 불과한 강선 건조 조선소가 중국은 600개가 넘으니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인구수로만 보면 우리의 30배에 달하는 대국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가’, ‘계속해서 다른 나라가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등에 대한 답일 것이다.

우리 조선산업은 경제상황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유가가 비싸져 연비가 중요한 요소가 되는 시장 상황에서 또 다른 기회를 맞고 있다. 1등에 집착할 때가 아니라 이러한 위기와 기회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할 때이다. 조선산업을 지켜보는 분들도 이러한 눈으로 바라보고 격려와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종서 박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학사 (1990)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석사 (1992)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기술경영 전공 박사 (공학박사 2005)
-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선산업, 자동차산업 등 담당)
- 現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