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택배업에 종사하는 특수직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의무보험 가입이 무산됐다.

지난해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관련법안이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온종일 차량을 운전하며 물건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 때문에 이번 산재보험 의무가입 무산은 그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 줄 수밖에 없다.

사실 택배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의무 가입문제가 오로지 ‘산재보험’에만 국한됐었다면 이번에 국회를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문제가 ‘특수직 근로자’와 ‘일반 근로자’에 대한 기준을 허물 수 있는 사안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결과적으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던 것이다.

택배업계는 이 법안 추진에 대해 애초부터 반대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택배근로자가 사실상 ‘일반근로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택배업계는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고 근로자의 단체행동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문제는 택배업계와 택배기사의 관점이 다르다는데 있다.

택배기사는 그저 본인이 사고를 당했을시 보다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이고, 택배업계는 의무가입 이후의 근로관련 모든 관계로 확대해서 보고 있다.

실제로 택배기사인 A씨는 “의무가입이 되면 보험료가 일반 민간보험회사보다 훨씬 싼데다, 특히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에서 내주기 때문에 이번 법 제정을 기대했다”며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일반근로자가 되면 지위가 달라지고 어떻게 된다는 얘기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아마 대다수 택배종사자들의 마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업계 관계자인 B씨는 “산재보험이 의무가입 된다면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되는 것인데, 근로자 개개인은 어떤 생각을 할지 몰라도, 화물연대와 같은 조직이 이를 그냥 둘리가 만무하다”며 “어떤 노동단체의 지휘아래 택배기사들이 단체행동을 한다면 택배업계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관점이 서로 다를 뿐이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택배기사들은 또 다시 근로자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운전대를 잡을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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