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싼 전기요금 때문에 운송료 낮출 수밖에 없어”

- “국적선사로 등록된 기업 참여 배제는 부당”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전의 자회사인 동서발전이 국내 선사가 아닌 일본선사의 자회사인 NYK벌크십코리아와 유연탄 수송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졌다.

우선,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이 입찰에 참여해 최저가를 제안 했는데, 해당 업체가 일본기업의 자회사라는 이유로 수송계약을 맺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전이 공기업이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최저가 낙찰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국내 해운업계의 요청대로 외국계 기업을 배제할 경우, 감사원의 감사대상이 된다.

동서발전 등 국내 5대 발전소 연료팀 관계자들은 지난 19일 국토해양부 및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들과 과천정부종합청사 회의실에서 진행된 관련 회의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번 회의는 선주협회가 이달 초 동서발전이 국내 선사가 아닌 일본 NYK의 국내법인인 NYK벌크십코리아와 18년 동안 총 3억 달러 규모의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한 것이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정부에 제출해 이에 따른 대책마련 차원에서 진행됐다.

선주협회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국내 최대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동서발전이 국익과 공익은 물론 상호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일본선사에 발전용 석탄 장기운송권을 내줬다”며 “이는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기반을 크게 위협하는 처사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동서발전을 비롯한 5대 발전소는 이날 회의에서 선주협회측의 이 같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발전소는 정부가 NYK벌크십코리아를 국적선사에서 제외하지 않는 한 입찰 참여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NYK벌크십코리아가 국내 외항해운업에 등록된 정식 국적선사이기 때문에 이번 입찰에서 배제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발전소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008년 해운불황이 닥치자 5대 발전소에서는 국내 해운기업을 살리기 위해 기존 수송계약을 국제입찰에서 국내경쟁으로 변경해 국적선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조정했다”며 “NYK벌크십코리아는 모기업의 국적이 일본이지만, 국내법에 의해 국적선사로 등록돼 있어 국내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기업인 한전이 국내 해운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입찰 방식을 변경할 수는 있지만, 정식 국내기업으로 등록된 업체를 국내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할 수는 없다”며 “로이스트프라이스(최저가)를 제공한 업체를 선정하지 않고, 요건을 갖춘 특정기업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면 공기업인 우리는 감사원에 감사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선주협회 및 일부 언론에서 “일본의 각 발전소가 자국 선사에만 물량을 주는데, 우리나라 공기업이 굳이 일본계 선사와 계약을 맺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동서발전측에 따르면, 일본 전력회사가 일본국적 선사에만 물량을 내주고 있는 것은 일본 전력회사가 공기업이 아닌 민영기업이기 때문에 원료 수송단가가 오르면 이를 시장에 전가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수송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자국에서 눈치를 보면서 까지 굳이 외국 선사에 물량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

반면, 한전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원료 수송료가 올라도 시장에 이를 전가시킬 수 없어 적자폭이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자국적 선사에만 입찰을 제한시켜 전기세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럴 수 없어 한전이 몇 년째 적자가 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의 전기요금은 한국에 비해 2.5배나 비싸다.

한전측이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주요 국가별 전기요금(원화 기준)은 일본이 kWh 당 222.14 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kWh 당 86.80 원으로 OECD국가 중 전기요금이 가장 싸다. <표 참조>

                         <표> 2010년도 주요 국가별 종합판매단가 비교 (출처 : 한전)          (원, $/kWh)

구분
한국
일본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원화기준
86.80
222.14
112.87
90.07
129.20
172.61
달러기준
0.076
0.195
0.1
0.079
0.113
0.152

아울러 동서발전측은 국내 선사들이 호황기에 한전의 수송물량은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불황이 닥치자 안면을 바꿔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짢은 표정이다.

동서발전은 해운 호황기였던 지난 2007~2008년도 당시 발전용 유연탄 수송량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 선사에 입찰을 붙였지만, 당시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스팟(Spot)물량을 실어 나르기 위해 국내 선사 중 어떤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 관계자는 “당시 씨앤상선의 부도로 계약이 해지 된데다, 늘어나는 수송량으로 입찰을 붙였지만, 국내 업계가 등을 돌리는 바람에 일본선사(NYK)와 불가피하게 계약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 해운불황이 오자 한전은 국내 기업에 등을 돌릴 수 없어 시스템을 개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번 계약에서도 국내 조선업계가 어렵다는 상황을 반영해 조건 중에 수송에 사용하는 선박을 국내 조선사에서 지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며 “국내 해운과 조선을 도와주기 위해 이렇게까지 했지만, 엄연히 국적선사로 참여한 선사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NYK벌크십코리아에 대한 국적선사 등록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동서발전측은 앞으로도 이 회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NYK벌크십코리아를 국적선사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 선사가 한전의 물량을 따 내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을 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조건을 갖추고 등록한 선사를 아무런 이유없이 국적선사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국내 선사들이 유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방법을 마련은 해 보겠지만, 근본적으로 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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