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학소 객원논설위원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최근 전 세계가 경제침체로 경제회복의 탄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올림픽에서의 눈부신 선전과 여수엑스포의 성공적인 마무리로 국운이 욱일승천(旭日昇天)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특히 세계최초로 해양을 주제로 열린 여수박람회는 800만이 넘는 관람객을 유치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조차 극찬을 아끼지 않는 컨텐츠를 선보임으로써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여준 역사적인 해양행사였다고 판단되고 있다. 인류의 미래가 해양에 달려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준 것은 물론, 해양산업을 통해 인류가 안고 있는 자원고갈문제나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 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해양산업 활성화로 경제위기의 극복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모쪼록 이러한 분위기를 십분 활용해 해운, 항만, 물류, 수산, 해양신산업 등 세계해양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도록 중·단기적인 전략을 마련해 세계적인 해양강국으로 거듭나는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2020년부터 본격 상업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양신산업에 대한 R&D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미 국제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해운, 항만, 물류산업의 글로벌시장진출에 대해 집중적인 정책지원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물류시장에 대한 정책과 전략을 시급하게 추진해 국부창출로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물류시장은 연평균 8%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그 규모가 가히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물류시장 규모는 약 5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20년에 가서는 약 8조 1,000억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물류시장 규모는 1,280억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며, 이 중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벌어들인 규모는 87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선박규모나 무역규모, 수출입화물 규모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육박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열악한 수준이다.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물류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물류기업들과 정부는 세계물류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물류기업들의 경우 자국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물류기업들의 경우 규모의 영세성과 국내적인 과당경쟁으로 해외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예를 들면 DP-DHL, 일본통운, UPS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들은 이미 100개 국가 이상에 진출해 1,000여 개에 가까운 지사를 설립하고 글로벌물류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범한판토스가 36개국에 133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글로비스, 대한통운 등 국내 굴지의 물류기업들 역시 글로벌물류기업들과 비교하면 글로벌 물류시장에의 진출은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외국의 경우 다수의 글로벌물류 기업들이 연간 매출액이 1,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비스만이 100억 달러 정도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국내물류기업의 글로벌시장의 진출을 통한 국부창출이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한 범국가적인 노력과 물류기업의 의욕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가 글로벌물류시장을 공략해 국부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물류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글로벌물류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의 수립, 해외진출 및 거점확보를 위한 금융시스템의 구축, 해외항만, 공항, 물류단지등에 대한 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전담기관의 설립, 중소기업의 해외공동물류센터 구축 확대, 제3국 물류시장 선점을 위한 물류외교의 추진 등과 같은 물류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 앞서 보다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것은 우리나라 화주와 물류기업의 해외시장 동반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적인 시스템 구축이다. 외국의 굴지의 글로벌 물류기업의 성장에는 자국의 제조기업을 등에 업고 해외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세계적인 제조기업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류기업이 동반진출하고 있는 사례가 외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 자동차가 해외공장을 설립하면 거의 100% 일본통운이 동반진출해 물류를 담당함으로써 일본통운은 현재 전 세계에 383개 지사를 운영하는 세계굴지의 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현대자동차가 세계 27개국 자동차 공장에 글로비스와 10군데 동반진출 했고, LG전자의 경우 47개 국에 범한판토스와 36개 국, 삼성전자의 경우 52개 국에 삼성전자로지텍과 2개 국 동반진출한 것이 전부이다.

또 우리나라는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서도 물류기업의 동반진출이 저조하다. 원유수입의 경우 국적선이 운송하는 비율은 10%, 철광석수입의 경우 45%, 석탄의 경우는 7%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원유의 경우 66%, 철광석의 경우 91%, 석탄의 경우 80%를 일본해운기업이 운송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을 직시해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공생발전 협의체를 구성해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우리나라의 해외진출 제조기업, 해외자원개발 정부기관과 기업,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동반진출이야 말로 우리나라가 글로벌물류시장을 공략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정책과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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