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학소 객원논설위원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바야흐로 세계의 무게중심이 아시아지역으로 옮겨오고 있다. 14~16세기 르네상스 이후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이르기까지 세계 산업, 정치, 문화의 중심역할을 해왔던 유럽과 미국지역이 이제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불황과 재정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아시아 지역으로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여러 차례의 경제불황을 겪어왔고 극복한 경험이 있으나, 이번처럼 장기적으로 유럽과 미국이라는 선진국 경제가 한 꺼번에 불황의 늪에 빠진 적은 대공황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경제불황은 언제 해소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경제의 중심이 아시아지역으로의 이동현상은 이미 2008년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최근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이 속해있는 동북아지역이 가장 역동적인 후보지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해상물동량은 88억t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아시아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수출의 경우 63% 수입의 경우는 82.4%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 2000년에는 각각 52%, 68%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컨테이너 항만물동량은 5억 4,000만TEU에 달하고 있는데, 동북아지역의 비중은 2000년의 30%에서 40%를 넘어서고 있다. 2020년에는 9억 7,000만 TEU로 예상되는 세계 컨테이너물동량의 45%는 동북아지역에서 발생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지역, 특히 동북아지역의 중심에 서있다. 이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아시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세계경제의 중심에 서기 위한 새로운 국가해양산업 비젼과 전략을 수립해 2020년에 14조 달러 시장으로 예상되는 글로벌해양산업시장에서 10%를 점유할 수 있는 해양강국으로 우뚝 서야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해운, 항만, 물류산업외에도 해양관광산업, 해양플랜트 산업, 수산양식업, 해양생명공학, 해저광물자원산업 등 신해양산업을 포함한 신해양 국가비젼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해양산업은 동북아물류중심국가라는 비전과 전략을 마련해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이는 세계경제의 중심이동 현상이 발생하기 이전의 것으로서 세계의 중심을 미국과 유럽에 두고 전통적인 해양산업인 해운, 항만, 물류산업을 중심으로 추진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를 되살려 세계경제의 중심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에서 해양산업의 국가비젼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가 쌓아온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해 우리 삶속에 녹아있는 한국인의 지혜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잠재된 창의력을 발휘해 세계 해양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산업간의 융합을 통한 신 국가해양비젼과 전략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전통적인 해양산업을 보다 고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새로이 마련하는 동시에 신해양산업의 신성장동력화를 통해 해양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핵심산업이 될 수 있도록 구도를 다시 짜야 한다. 전통적인 해양산업으로서 해운산업의 경우, 작금의 해운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선박금융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해운시황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위기대응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 녹색해운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정책의 마련과 함께 개도국시장, 해양플랜트 수송시장, 에너지 및 자원수송시장 등의 미래신규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정부, 금융기관, 해운산업의 공동협력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항만산업의 경우 이제까지 지지부진했던 항만배후단지의 지속적인 확충과 다국적기업과 물류기업의 유치를 통해 물동량의 창출과 부가가치 창출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과당경쟁으로 인한 항만운영의 비효율문제가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물류산업의 경우 우리나라 물류기업이 2020년 8조 달러에 이르게 될 글로벌 시장에서 물류강자가 될 수 있도록 국내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을 획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물류전담기구의 설립과 물류펀드의 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해양관광 레저산업의 진흥을 위해 크루즈 터미널, 마리나 시설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은 물론 톤세제도의 도입, 카지노영업의 허가 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해양에너지 개발산업과 관련해서는 융복합 기술 R&D투자를 확대하고 해양에너지 복합발전 실용화기술의 개발 및 성능평가센터의 설립과 같은 구체적인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해양플랜트산업의 경우에도 해양플랜트 산업육성법의 제정과 해양플랜트 산업의 마스터플랜, 해양석유가스전의 턴키베이스 플랜트수주 등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와동시에 아직까지 세계적인 강자가 없는 해양생명공학, 해양신재생에너지, 심해저해양광물자원의 개발 등 해양신산업에 대해 그 동안의 연구가 실용화내지 상업화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예산지원을 통해 해양강국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중심현상을 국익과 연계시키는 것은 지금까지 세계2대, 3대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과 대등한 경쟁을 해온 경험이 있는 해양산업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해양분야가 이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해양플랜트산업육성법, 물류산업발전법안, 선박관리산업발전법 등 해양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법적근거의 확보와 해양플랜트 펀드, 물류기업 해외진출펀드, 연안선박투자펀드 등 신해양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 아울러 정부나 민간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분야별 전담기구의 설립과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한 국가총력이 경주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아시아시대를 맞아 새로운 해양강국의 비젼과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백년대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전국민의 관심과 한국인 특유의 창의적인 지혜가 모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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