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보도자료가 잘못 나갔는데, 국감이 한참 지난 현 시점에서 정정자료를 내기도 애매하지 않습니까.”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A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토해양위원회 몇몇 위원실은 인천항만공사(IPA)로부터 잘못된 국감자료를 제출받아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냈다. 해당 내용은 곧바로 보도가 됐다.

주요 내용은 ‘인천신항 추가 증심과 관련, 전 세계 선박 중 북중국 항만에 8,000TEU급 이상 선박이 27척 운항 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북중국 항만에 운항 중인 8,000TEU급 이상 선박은 27척이 아니라 157척이다.

IPA는 오는 2014년 개항을 목표로 인천신항을 개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인천신항 수심을 14m로 확정했지만, IPA는 16m로 증심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선박 대형화에 발맞춰 1만TEU급 이상 선박이 상시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추가 증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IPA 측 주장이다.

때문에 IPA 측은 전 세계적으로 초대형 선박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과 인천항을 거쳐 가거나 인천항과 유사한 입지인 북중국 항만에 초대형 선박이 많이 다니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IPA는 지난 국감에서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료를 보내 수심 증심의 당위성을 설명했으며, 해당 의원들은 이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함으로써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간접 압박했다.

하지만, IPA의 이러한 노력(?)은 결과적으로 역효과만 가져왔다.

언론에서 해당 내용을 접한 항만업계는 “인천신항과 유사한 북중국 항만에 8,000TEU급 이상 선박이 언론의 보도대로 연간 27척밖에 다니지 않는다면, 굳이 인천신항에 추가로 증심을 해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의아해 했기 때문이다.

이 자료를 토대로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몇몇 의원 역시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으로 국토부를 압박했다’는 비판에서 빗겨 나갈 수 없게 됐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 끝난 지 몇 일도 아니고 2주가 다 되어가는데 이제 와서 우리 쪽에서 정정보도를 내보내기도 그렇고, 또 보도는 우리가 냈는데 IPA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그쪽에서 직접 정정보도를 요청하기도 그렇지 않냐”고 난감해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인천신항에 추가로 2m 증심해 주면 6,000억 원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수요가 많아도 이렇듯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면 신중에 신중을 거쳐야 하는데, IPA 측 자료대로라면 굳이 증심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IPA 관계자는 “국감 전에 국회에서 요구한 자료가 많아 이러한 오타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시인했다.

물론, 여러 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어 전송하는 과정에서 실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IPA가 인천신항의 수심 증심을 위해 김춘선 사장 이하 모든 직원이 매달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오기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시 말해 이는 IPA가 중요한 자료를 밖으로 유출하면서 기본적인 내부검증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반증한다. 해당 자료에서 오기가 난 부문은 IPA 측이 그토록 염원하는 인천신항 수심 증심의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내용이 보도가 됐음에도, IPA 측 임직원 중 그 누구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자가 이를 지적하자 뒤늦게 확인하고, 당시 보도자료를 배포한 의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해당 내용을 바로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당시 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북중국해를 운항하는 8,000TEU급 이상 선박은 27척으로 기억한다.

IPA 입장에서는 이번 소동을 ‘단순한 실수’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김춘선 사장은 그동안 “인천신항의 수심이 16m는 돼야 하며, IPA는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IPA가 저지른 ‘작은 실수’가 그동안 김 사장이 보여왔던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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