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장·단기적인 문제 모두 해결 가능
-중소선사에도 큰 도움 될 것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재 해운업계의 당면과제는 ‘해운경기불황’과 ‘유동성 위기’일 것이다. 특히 해운업은 그 특성상 국제경기 흐름과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 경기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 이는 원화금융이 아닌 달러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위기가 오면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정우영 대표변호사는 작금의 해운시장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해운보증기금’ 설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정 변호사는 “해운보증기금은 해운업계의 단기적인 회사채 상환이나 유동성 위기 극복에도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국제시장이 흔들리더라도 버틸 수 있는 안전 방패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선박금융 권위자인 정 변호사에게 현재 선사들이 겪고 있는 해운위기의 근본적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운보증기금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해운보증기금 설립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설립 취지는.

-전통적으로 해운업계의 위기를 살펴보면 3차례 위기가 반복돼 왔다. 1985년 1998년, 2008년으로 기억되는데, 위기가 올 때마다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해운보증기금은 장기적으로 이렇게 반복되는 위기를 극복하자는 차원이며, 단기적으로는 선사들이 현재 당면한 과제들인 회사채 상환 등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해운시장의 위기가 반복되고 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국내선사들의 대부분은 부채비율이 너무 높다. 장기적으로 기금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이는 쪽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선박금융을 받을 때 자기부담금이 너무 적고 선순위 은행에서 대출을 90%까지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90%까지 선박금융을 해줬는데 1~2년 후에 선가가 하락해서 대출 비용보다 선가가 떨어지면 추가 담보를 내놓으라고 은행에서 요구를 한다. 이것이 최근 국내 선사들이 겪고 있는 LTV(Loan to Value) 문제인데, 위기가 올 때마다 자산을 팔아서 추가 담보를 은행에 제공하고 있다. 자기 것이 될 만하면 팔아서 추가담보를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증기금을 설립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 부채비율을 줄여야 선사들이 위기가 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또 선순위 대출을 가급적 적게 받고 펀드나 자기부담 비율을 높여야 한다. 국내 선사들이 최근 선박금융을 조달받는 상황을 보면 90%까지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고 10%도 선박펀드를 구성하는 등 자기부담금 하나 없이 배를 짓고 있다.
선순위 대출을 너무 많이 받는데,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선박에 민간펀드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 기금은 이에 대해 원금이나 아니면 원금에 가깝게  보장을 해주는 등 정책적으로 보증을 해줘 민간펀드 투자를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선순위 은행 대출 비율을 줄이고 펀드로 나머지 부분을 분담하면 해운사들이 재무적으로 안정성을 얻을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어떠한가.

- 옆나라 일본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저금리 국가이다. 이 때문에 저축을 해도 1%대 이자도 안주니까 일반인들이 선박펀드 등 민간투자가 활성화 돼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장기적으로 저금리 국가로 가려고 하는 추세이다. 민간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선박펀드에 눈을 돌릴 수 있게 정부에서 뒷받침 해줘야 한다. 또 외국의 경우는 선가를 100%까지 빚을 져서 선박을 사지는 않는다. 최대 85%까지 하고 해운강국인 그리스 선주들은 오히려 자기부담금을 더 많이 내고 배를 건조한다. 국내 해운선사들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한다.

▲보증기금의 장기적 목표는 부채비율 완화인가.

 

 

-맞다. 불황이 와서 선가가 떨어졌을 때 선순위 은행에서 받은 대출보다 선가가 하락하지 않으면 추가 담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선사들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다. 또 호황이 왔을 때는 무분별한 선박 발주를 자제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면서 선사들이 점차적으로 부채비율을 완화하게끔 이끌어갈 방침이다.

▲현재 선사들의 당면한 과제인 회사채 위기나 유동성 문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지난해 P-CBO 발행을 검토했을 때도 정책적 보증이 우선이었다. 현재 선사들의 당면과제는 선박금융 조달이 문제가 아니라, 회사채 상환이나 유동성 자금 확보 부문이다. 보증기금은 보증을 통해 회사채 상환 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보증기금이 대형선사만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데.

-오히려 중소·중견선사들이 보증기금에 대해 혜택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대형선사는 보증을 받을 때 보증수수료가 붙으면 본인 크레딧보다 수수료가 높으면 보증을 안받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금융을 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높아도 자금이 없으니까 보증을 받는다. 신용보증기금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신용보증기금은 현재 대부분 중소기업이 이용하지, 대기업이 이용하고 있는게 아니지 않는가. 해운보증기금은 장기적으로 중소선사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

▲보증기금은 단순히 선사들에게 추가적인 기능없이 보증업무만 전담하는지 궁금하다.

-크게 3가지 업무를 한다. 주요 기능은 보증이지만, 시황분석기구와 선박운용을 할 계획이다.

▲토니지뱅크(Tonnage bank)에 대해 중요성도 거론되는데 선박운용이 그 부분인가

- 맞다. 캠코펀드 기능을 확대한 토니지뱅크 업무도 병행할 계획이다. 회사 사정이 안좋아서 선박 운용이 힘들거나 부실선박을 대신 정부에서 매입해주고 시황이 좋아지면 다시 선사들에게 되파는 것이다. 캠코펀드의 문제점을 보완할 생각이다.

▲캠코펀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박 저가 매입이었는데.

- 캠코펀드를 운용하면서 당사자들이 펀드의 안정성에만 집착한 까닭에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당장 선사들은 자금이 필요해서 선박을 매입해 달라고 하지만, 선박 계약 당시 선가보다 펀드 신청시 시장가격이 저가에 있으면 현 선가대로 선박 가격을 정해 선박을 매입해줬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선사들이 선박을 매각했는데, 이자율은 높고 선가는 낮게 쳐주니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는 시황분석기구가 없는데다가 펀드의 안정성만을 강조해 생긴 결과로 보여진다. 기금 내부에 분석기구를 통해 선가에 합당한 금액을 쳐주고 호황기가 왔을 때 선사에게 다시 선박을 되팔아서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한다.

▲선박금융공사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데, 보증기금과 선박금융공사의 차이점은.

-기금은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에 대한 규제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다. 반면 금융공사는 바젤Ⅲ 영향을 안받을 수 없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장기대출은 수익률이 떨어지므로 위기시 대응할 수 있는 충당금을 쌓아 놓아야 한다. 다시말해 안정적으로 선박금융공사는 BIS(자기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운용배수를 7~8배 유지해야 한다. 기금의 경우 10~20배 운용이 가능하다. 2조 원 규모로 설립하자고 하는데, 기금도 2조 원 규모이다. 같은 초기자본금을 놓고 봤을 때 자금은 자유롭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기금이 선박금융공사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보증기금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보증기금이 설립되면 그 성격상 WTO 등 국제기구에서 분쟁이 일 수도 있을텐데.

-그렇다. 국제기구에서의 분쟁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해결할 방법이 있다. WTO의 핵심은 정부가 관여해 정부자금을 특정 산업에 지원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함이다. 해당 기구에서 시비를 거는 것은 크게 3가지로 정부가 최대 지분인지, 특정산업을 지원하고 있는지, 또 이자나 수수료가 다른 금융권보다 크게 혜택이 있는지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하면 제제를 가한다. 해운사만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두 번째 조건은 충족된 것이고 나머지 부분에서 걸리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기금의 초기 모델은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구체적인 비율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현재 해운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부자금이 더 많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은 해운사들이 시황이 개선됐을 때 차츰차츰 늘려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또 이자나 수수료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은행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받으면 제재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조선업계를 지원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

-국내 조선과 해운은 사실 산업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국내 조선업계에서 국내 해운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 정도 밖에 안된다. 또 조선업은 제조업이고 해운업은 서비스업이다. 금융형태도 조선어은 조기 설비투자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단기 운전자금이 주종이고, 해운업은 장기·자본재 구입자금이 대부분이다. 전혀 다른 산업을 하나의 툴, 하나의 논리로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는가.
특히 국내에는 조선업계를 지원하는 금융기관은 여러곳 있지만, 해운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관이 없다. ECA(공적수출신용) 기관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국내 조선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지, 해운업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출입은행은 조선소에 금융을 지원하고, 무역보험공사는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는 해외 선주들을 지원하고 있다. 구조를 살펴보면 해외 선주가 국내 조선소에 발주를 할 때 해외에서 자금조달을 할 경우 무역보험공사가 해당 계약에 보증을 해주고 국내 조선소에 발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조선소에서 발행하는 RG(선수금환급보증)도 보증을 하는 등 양쪽에서 다 보증을 해주는데, 국내 선사들이 국내조선소에 발주하면 무역보험공사는 해당 계약에 대해 그렇게 보증해 주지 않는다. 이 부문은 국내선사가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다. 이는 곧 ECA 혜택을 받고 싶으면 해당국가의 조선소에 가서 발주하라는 이야기인데, 국내 조선소가 세계 1위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가서 조선소를 이용하고 싶어도 어려운 점이 있다.

▲끝으로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운업계가 당면한 장·단기적인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해운보증기금이라고 본다. 해운사에게 에쿼티 포션(자기자본)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과거처럼 해운업계가 남의 돈 빌려서 장사하려는 의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어, 세계경기 흐름에 따라 해운선사들이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또 부채비율도 줄이고 자산도 늘리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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