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이미 4자물류(4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나요?” 

최근 한 지인이 기자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얼마 전 이채욱 CJ대한통운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기존 3자물류에 IT와 컨설팅을 접목해 궁극적으로 4PL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물류기업과 경쟁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삼성SDS 측이 4자물류를 제공하겠다고 홍보한 것은 지난해 이맘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내 1위 IT서비스기업인 삼성SDS는 당시 1,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글로벌 물류IT 플랫폼인 첼로(CELLO)를 통해 물류기업 가운데 최초로 4PL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3자물류(외부 전문 물류업체)에 자사가 직접 개발한 IT시스템과 컨설팅까지 더해 4PL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 회사가 주장하는 4PL의 핵심이다.

하지만, 삼성SDS 측의 이러한 주장에 물류업계 관계자는 너 나 할 것 없이 코웃음을 치고 있다.

4PL의 근본 개념은 화주에게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전문기업(3PL 기업)이 IT와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화주와 동등한 관계 속에서 물류 운영에 대해 전반적인 책임을 지는 것을 뜻한다. 삼성SDS가 이러한 4PL의 기본 개념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4PL 서비스는 3PL 전문업체 즉, 전문 물류업체가 화주사의 물류업무는 물론 IT와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삼성SDS 측이 주장하는 것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그룹 계열사의 해외 물류사업을 일괄 수주해 하청업체(물류전문업체)를 통해 물류대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자사가 개발한 IT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룹 일감몰아주기 행위의 가장 큰 수혜자인 삼성SDS가 물류전문업체에 그룹사 물량을 재하청주면서 수수료를 챙기고, IT와 컨설팅 비용까지 추가로 수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 회사는 일반적인 물류자회사보다 높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3PL을 제공하는 전문 물류업체들이 삼성SDS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나아가 다단계 하청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낳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삼성이 제공한다는 4PL’은 국가 물류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정부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대통령 업무보고’를 가진 자리에서 3PL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물류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기업의 2자물류 행태를 철저히 배제할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지켜볼 일이다. 예전에도 이러한 발표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시장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류업계는 삼성SDS와 같이 그룹 물량을 일괄 수수해 물류업체에 재하청을 주는 ‘슈퍼 갑’인 물류업체(?)를 두려워한다. 이러한 업체가 대량의 물량을 갖고 물류시장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뒤에서는 이들 ‘슈퍼 갑’을 욕하더라도, 앞에서는 이들이 가진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물류시장에서 그룹사 물량을 다량으로 수주하는 2PL 기업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화주”라며 “ 때문에 그들이 ‘4PL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라고, 또는 ‘국내 최대 물류업체’라고 홍보하더라도 대놓고 반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업계는 삼성SDS를 4PL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전문업체로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슈퍼 갑’으로는 인정한다.

물류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2PL 기업의 입김이 커질수록 물류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현장근로자의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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