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억 천일정기화물자동차 사장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천일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박재억 천일정기화물자동차 사장은 열정이 넘쳤다. 박 사장은 물류업계에서 성공한 2세 경영인으로 손꼽힌다. 천일정기화물자동차(이하 천일)는 지난 1956년부터 국내 정기화물시장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1990년 대 말까지 30여 년간 ‘천일’하면 자연스럽게 ‘정기화물’이 떠올랐지만, 이제는 아니다. 2013년 현재 천일의 대표 사업은 자동차부품 조달물류(SCM)이다. 이 사업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자동차부문 조달물류는 워낙 작업이 까다로워 시장진입이 쉽지 않지만,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경쟁업체가 적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때문에 ‘물류시장의 꽃’이라 불린다. 반면, 정기화물시장은 택배 등의 영향으로 해를 더할수록 축소돼 왔다. 천일의 주력사업이 정기화물에서 SCM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박 사장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 사장은 “사업 초기에는 죽을 만큼 힘들었다”며 “당시에는 미쳤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박 사장의 이러한 노력으로 천일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기업들로부터 세계 최고 부품조달 물류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다음은 박 사장과의 일문일답.

▲ 천일의 주요사업을 소개해 달라.

- 천일은 지난 1956년 부산에서 정기화물사업을 시작으로 성장해 왔다. 주요 사업은 택배, 컨테이너운송, 철강운송, 철도운송, 물류IT, 국제물류, 통관·하역, SCM 등이다. 정기화물은 현재 택배사업으로 분류되는데, 내부적으로는 정형품과 비정형품으로 나눠진다. 주로 기업물류(B2B) 부문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를 것이다. 현재 주력사업은 SCM이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부품 조달물류사업이다. 현재 르노삼성자동차의 부품은 100% 천일이 조달하고 있으며, GM의 경우 부평 1, 2공장에 부품을 납입하고 있다. 전자제품의 경우 삼성전자의 중국 탕정공장에 LCD 판넬을 조달해 주고 있다.

▲ 천일은 정기화물 운송 전문 업체로 성장해 왔는데, 자동차부품 조달물류로 주력사업을 변경한 이유는 무엇인지.

- 90년대 초 택배시장이 성장하면서 정기화물 시장이 조금씩 쇠퇴돼 갔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했다. 또 대다수 물류기업이 단순히 배송을 하는 완성품 물류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가격덤핑을 견딜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삼성그룹이 자동차시장에 뛰어들었고, 삼성자동차가 부산에서 자동차 부품조달 물류업체를 선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때부터 준비한 것이 자동차부품 조달물류시장과 인연을 맺게 됐다. 준비과정에서 ‘자동차부품 조달 물류’가 앞으로 상당한 성장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확신을 가졌다. 당시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결과, 96년 삼성의 부품조달물류업체로 선정됐다.

▲ 삼성자동차는 몇 개월 가동되지 못했는데.

- (웃음)맞다. 당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지만, 사실 이때부터 시련이 시작됐다. 삼성은 당시 일본 닛산자동차의 부품을 사용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따라서 삼성의 부품조달 물류업체로 선정된 후, 삼성이 자동차를 제조하기까지 3년 간 저를 포함해 직원 100 명이 일본에 연수를 갔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투자였다. 회사 내부에서는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노력한 결과, 삼성이 첫 차를 생산해 냈는데, 수 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하기까지 1년 6개월 간 해당 팀을 해체하지 않고 직원들을 놀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IMF까지 터져 정말이지 진퇴양난이었다. 당시 아버지(박남도 회장) 한테 혼도 많이 났다. 회사에서는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사업이었다. 중견기업으로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액수이다. 정말 당시에는 일이 왜 그렇게 꼬이는지 하늘을 보며 원망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 해당 사업을 포기를 하지 않는 것은 회사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모험이었을 텐데.

- 물론 스트레스는 많이 받았다. 다만,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사업을 못하게 되면 다른 기업이 할 것이고, 결국 삼성의 시스템에 맞춰 수년간 준비를 해 온 우리(천일)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다른 물류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류만 수 만 개에 달하는 자동차부품 조달업무는 수년 간 준비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참고 기다렸던 것이다. 결국 르노가 인수를 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줄곧 천일이 부품조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SCM 사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 물론이다. 일반적인 물류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동차부품 조달업무는 그렇지 않다. 이 비즈니스는 단기간에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얼마전 GM으로부터 2년 연소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됐는데, 그 때도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다. GM의 전세계 협력사 가운데 매출액 500억 이상 되는 업체가 2만 개나 된다. 이 중 80여 개 업체를 선정하는데, 우리나라 업체가 20여 개 기업으로, 미국업체 다음으로 많다. 특히, 17년 연속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된 기업이 한국 기업이다. GM 역사상 최다 연속수상기록이라고 한다.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자동차 부품 조달물류 만큼은 천일이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 지난해 7월 한·일 간 피견인 트레일러 상호주행 시범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현재 진행상황은.

- 피견인 트레일러는 트럭에서 엔진이 달린 트랙터를 제외한 짐을 싣는 부분을 말한다. 이 사업은 화물을 실은 트레일러를 선박에 선적해, 도착 후 환적 절차없이 바로 트랙터에 연결함으로써 빠른 운송은 물론, 물류비용도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 지난 10월 간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조만간 사업이 본격화 된다. 일반적으로 발주에서부터 납품까지 45일~60일 가량 소요되는데, 이 시스템은 6일이면 끝난다. 현재 일본 닛산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사업인데, 물량적인 측면에서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다. 향후 도요타, 미쯔비시 등 닛산자동차 외에 메이커 업체를 공략할 것이다.

▲ 새 정부들어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천일은 국내 중견물류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이다. 중소·중견물류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현실적으로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화는 정부가 유도해 줘야만 한다. 물론, 어느 한 기업이 특출해서 단독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물류부문에서는 극히 드물다. 잘 찾아보면 물류사업 중에서도 특수한 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업체는 많다. 다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현실적으로 해외에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화를 꿈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러한 부문을 정부가 발굴해 냈으면 한다.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 화주기업의 해외 진출시 해당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는 중소·중견 물류기업의 동반진출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에 맞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본도 자국의 큰 기업이 해외로 나갈 때 물류전문기업이 같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 준다. 이러한 부문을 우리 정부도 해 줘야 한다.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것도 좋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화주기업과의 동반진출이다. 또 한 가지 말한다면, 동반진출 후 적어도 1년 가량은 화주기업이 마음대로 내치지 못하게끔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부문이 안되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들이 섣불리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 천일의 글로벌 비젼을 말해 달라.

- SCM 사업을 더욱 활성화함으로써 전세계 자동차부품 조달물류시장의 40%가 넘는 점유율을 갖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한·중·일 자동차 부품 조달업무에 관해서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이제 막 시작단계이다 보니 큰 성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역량은 있으니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나아가 좀 더 커진다면 글로벌 유통물류시장으로까지 역량을 확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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