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홍기 한국해기사협회장

- “해기사, 정년없는 평생직장 보장”
- “폴리텍대학이나 해사고 인력은 근본적 해결책 안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선박 운항에 있어 필수 고급인력인 해기사는 해운산업을 떠받치는 전문직이다. 최근 들어 해양관련 단체에서는 부족한 해기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해양대학 증원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민홍기 한국해기사협회장이 있다. 민 회장은 “우리나라 선대가 급속도로 확장됐음에도 해기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해양대학 정원을 늘려 부족한 해기인력을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박 승선 기피 현상에 대해서도 “정년없이 평생을 일할 수 있어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인데, 아쉬움이 많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해기사가 해운업 종사자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데.

- 해기사는 선박운항, 선박엔진 운전, 선박통신에 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 소정의 면허를 취득한 자들이다. 크게 항해사, 기관사, 운상항, 소형선박조종사, 통신사 등으로 구분한다. 항해사와 기관사는 1급부터 6급까지 나뉘며, 역할과 직책에 따라 항해사는 선장과 1등~3등 항해사, 기관사도 기관장과 1등~3등 기관사가 있다. 통상 해양대학교를 졸업하면 학과에 따라 3등 항해사나 기관사로 시작한다.

▲ 최근 해기인력의 수요 부족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를 중심으로 해양전문인력 양성에 대해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해양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이유는.

-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세계 5위의 해운강국으로 급성장하게 되면서 특히 육상부문에서 해상근무경험을 가진 해양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됐다. 하지만, 양성인원이 한정돼 승선 해기인력뿐만 아니라 해양산업 전반에 걸쳐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선박관리산업발전법’을 제정하고 선박관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선박관리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와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우수한 해기사가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그 가운데서 유능한 공무감독(Super-Intendent)이 양성돼야 한다.
부족한 해기인력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양성체계는 붕괴되고 해기전승의 단절로 이어져 우리가 염원하는 해양강국건설을 통한 선진강국으로의 진입은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 해양대학 정원을 확대하면 해기사 부족 현상이 해결될 수 있나.

-전세계 해상물동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선복량도 급격히 증가해 세계선복량은 2000년 6만4,000여 척에서 지난해 8만6,600여 척으로, 같은 기간 국내선복량은 450여 척에서 1,000여 척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한정된 해기인력 양성과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선복량으로 2020년 우리나라 외항선 해기사의 경우 5,000여 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여기에 승선경력을 활용해 취업 중인 육상직 해기사가 현재 9,000 명에서 1만 명 정도이며, 연간 퇴직률 4.5%를 적용할 때 매년 약 400 명이 해상에서 육상으로 진출해야 육상의 해양조선관련 부문이 원활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해양대학 졸업생 750 명 중에서 여성인력 120명, 해군장교(ROTC, OCS) 60~70 명을 제외하면 500여 명에 불과한데 매년 400여 명 정도가 육상으로 진출해버리면 100여 명 만이 해상에 남게된다.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급을 확대하지 않고는 해기사 부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 현재 해양대를 졸업해도 해기사라는 직업을 상당히 기피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 사람은 누구에게나 원초적 감정인 희로애락을 공유하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이 기초적 욕망을 100퍼센트 충족시켜 줄 방법이나 대안이 없어 고민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흔히 해기사가 왜 배를 타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즉 해기직업을 해상근무만 해야 하는 직업으로 보는 일종의 선입견이나 편견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 해기직업을 선택했다고 해서 일생을 바다에서 보낼 수는 없다는 인식이 많다.
또 조기 하선하는 다른 이유는 육상부문에서의 해기사의 수요가 증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해상직해기사는 1만1,797 명(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자료)이며 육상직해기사는 9,000 명에서 1만 명 수준으로 육해상간에 큰 차이가 없을 만큼 육상직해기사의 수요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 정부에서 부족한 해기사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마이스터고인 해사고와 폴리텍 대학에서 단기과정 인력양성을 운영하고 있는데.

- 우선 근본적으로 오션폴리텍이나 해사고 졸업생과 해양대학 졸업생은 자질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인력이 해양대 졸업인력을 대처할 수 없다. 근무여건도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선박건조기술과 운항기술의 발전과 함께 선박 자체가 대형화, 첨단화, 전문화돼 6개월 과정의 짧고 얕은 지식으로는 대처하기가 난해하다. 선내 인적구성도 제3국 선원들과 혼승은 기본이어서 언어, 문화 등의 문제와 함께 PSC 등 각종검사와 국제규제로 인해 당직근무 이외에 처리해야 할 서류와 잡무가 가중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선사는 승선인원을 최소화해 필수요원만 승선시키고 있으며 해기사의 선내업무는 직급에 상관없이 자기 완결형이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는 자기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 해시가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으로 크게 자리잡고 있어 인력해소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 해기직업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해양사고로 인한 인적피해와 환경재해가 육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고 쉽게 이슈화되기 때문이며, 이에 따른 막연한 두려움이 기억으로 오래 남아서 생긴 것이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해적문제가 언론매체를 통해 크게 알려지게 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해양사고는 물동량증가에 따른 입출항 선박의 증가와 소득증대에 따른 요트, 낚시배 등 레저활동의 증가로 인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해양사고원인의 80% 이상이 인적과실이기 때문에 해양사고와 관련이 있는 산·학·관이 공동으로 노력하고 우수한 해기인력의 양성에 주력한다면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 선박에 승선했던 해기사들은 이 직업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하는데, 일반인들에게 이에 대한 매력을 어필하자면.

- 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20대 평균임금은 2,373만 원이며, 초급해기사(3항·기사 기준)의 경우 3,831만 원으로 1,500만 원 가량 차이난다. 그리고 본인의 노력에 따라 빠른 승진을 감안하면 육상직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 해양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나 병역특례로 다른 직업에 비해 자립할 기회가 많아 자수성가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 기업체들은 원가절감과 구조조정을 위해 조기퇴직을 종용하면서 사오정이니 오륙도란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다, 평균수명은 늘어나 실버세대 일자리 문제와 정년퇴직자, 조기퇴직자에 대한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해기사는 고소득에다 전문기술직이기 때문에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만 허락하면 70세를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지난해 한국선주협회에서 톤세제기금으로 해운빌딩을 매입해 일부 논란이 있다. 일각에서는 빌딩보다는 선원기금을 만들어 선원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는데.

- 선주협회의 빌딩 구입에 대해서는 우리협회가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향후 선원기금이나 해운보증기금 등의 조성이 필요하고 당위성이 있을 경우 선주협회차원에서 획기적인 출연과 대책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정부나 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부족해 무역의존도가 112.7%에 달하며, 삼면이 바다인 특성상 수출입 화물의 99.7%가 바다를 통해 운송되고 있어 해운산업의 발전은 수출산업의 발전 즉 국가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 광복과 한국전쟁이후 황무지에서 오늘날 해운 5위, 조선 1위 등 눈부신 성장에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해기전문직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우리 해기사들의 노력과 역할이 크게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으로도 해양계의 최일선에서 활동해야할 우리 해기사를 비롯한 선원들의 역할은 더 중요하고 강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두군데의 해양대학교에서 배출되고 있는 해기사의 숫자로는 우리나라가 초일류 해양국가로 진입하는데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한국 해기사가 없으면 외국인 해기사로 대체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때문이다. 우리 해기사가 능력면에서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선박은 단기간에 대량 건조가 가능한 시대이지만 선장이나 기관장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10여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능한 해기사의 부족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산·학·관이 뜻을 모아 해양대학의 정원확대를 위해 노력해 줬으면 한다.

※한국해기사협회는.

1954년에 창립돼 내년에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있다. 광복 후 해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국제표준과 국내외 법안에 대처하고 각종 해기관련 연구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다. 해기인력양성과 자질향상, 해양사상보급 및 해기사의 권익신장, 복리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현재 2만 5,0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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