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학소 객원논설위원] 최근 수년간 기대를 모아왔던 선박금융공사, 해운보증기금제도가 표류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멎는듯 가슴이 답답하다. 해운산업이야말로 글로벌경쟁에 전면 노출돼 있는 산업으로 경쟁국가들의 정책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함에도 불구, 국내 금융산업의 입장만 고려되거나 국제적인 마찰을 너무 우려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노파심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의 글로벌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과 해운산업의 충격은 예상을 넘어 장기적인 파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중반이 지나도록 세계경제의 불경기는 해소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해운경기 역시 최악의 상태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EU, 싱가포르, 중국, 일본, 영국, 그리스, 홍콩, 미국 등 세계 선진해운국들은 자국의 해운, 물류, 조선산업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강력한 금융지원을 통해 자국 해운기업들을 불황에서 구제해 주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주요 선진해운국들이 추진해 온 경쟁력 강화정책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가장 위협을 주는 국가는 이웃에 위치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은 해운시장규모의 확대와 글로벌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해운 및 조선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2009년 초 이후 자국의 조선 및 해운산업지원 및 육성을 위한 명분으로 중국은행,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 중국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국내외 선사에 대한 선박금융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것이다. 2011년에는 톈진, 상하이를 중심으로 선박펀드를 통한 해운 및 조선투자를 본격 지원하고 있다. 또 상하이에 글로벌 금융중심지 및 해운거래중심지 설립을 추진해 왔으며, 이 같은 노력으로 상하이는 세계 최고의 해운항만물류금융중심지로 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했음에도, 자국선사의 자국건조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방법은 3가지이다. 먼저 중국에 발주한 선박에 대해 17%에 이르는 막대한 부가가치세를 환급해 주고 있다. 또 다양한 선박편드를 조성해 선박을 발주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선사의 중국조선소 발주를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자원개발 업체와 해운업체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도 해운회사를 설립하고 화물수송을 확대해 왔다. 이밖에 중국선박의 적취율을 제고하기 위해 특별한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경제의 고도성장으로 철광석, 원유, LNG, 등의 자원수요가 증가함에도 불구, 중국선박의 적취율이 부진하자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는 자국선사의 수출입화물 적취율을 2015년까지 89%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수립해 추진키도 했다.

일본의 경우, 주변의 경쟁국에게 매우 위협적인 해운금융지원정책을 수립했다. 일본은 2억DWT에 이르는 선복량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 2위 해운국가로서 해상물동량이 9억 7,000만t에 달하고 있다. 일본선사의 적취율은 무려 62%에 달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8억 2,000만t에 국적선 적취율이 15.7%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높은 것이다. 일본은 2008년 이후 미증유의 해운불황에 대처하고 해운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 추진해 왔다. 외항해운에 대한 지원정책으로서 선박에 대한 특별공제제도, 특별상각제도, 과세특례, 양도자산의 압축기장허용 등과 같은 세제우대조치를 실시했다. 재정자금 지원책으로도 정책투자은행에 의한 외항선박건조자금융자제도에 의해 LNG선, 에너지 절약선, 주요물자 수송선박, 이중선체 유조선 등에 대해 건조자금의 60%까지 장기저리 융자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해운선진국이자 경쟁국가들은 해운불황의 극복을 위해 이러한 광범위한 전방위적인 정책을 추진해 온 것은 물론이고, 2008년 이후 자국의 해운기업들을 위해 실질적인 정책금융을 지원해 왔다.

이를 통해 보듯 국내에서도 지지부진해 지고 있는 해운금융지원시스템을 마련하는 사업이 국제경쟁력 확립 차원에서도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

선진해운국들 특히 중국과 유럽은 해운산업의 지원을 위한 국가시스템의 확립을 통해 자국의 해운기업들에게 집중적인 유동성을 지원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국의 경우 중국공상은행과 인민은행을 통해 2008년에 COSCO에게 150억 달러, 2009년에 CSCL에 7억 달러의 신용대출을 했다. 또 중국은행은 2008년도 COSCO에 108억 달러, 2009년도 CSCL에 126억 달러의 신용보증을 시행한바 있다. 독일도 정책금융기관인 KFW를 통해 페테퓔레에게 1억 유로 구제금융을 지원했으며, 하팍로이드에 12억 유로의 대출에 대해 신용공여를 할 계획이었으나, EU의 제동으로 무산된 적도 있다. 이 밖에 싱가포르, 프랑스 등 많은 국가들이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자국의 해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인 해운산업의 조류와는 반대 방향으로 정책이 표류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최근 수년 간 논의돼 왔고 많은 국민들 특히 해운산업종사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던 해운보증기금제도, 선박금융공사, 해양금융공사가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되거나 용두사미격인 해양금융종합센터로 마무리되지 않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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