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국내 국적선사 양대 산맥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장기적인 해운시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영구채 발행까지 어렵게 되면서 침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높은 부채비율’을 꼽고 있다.

이 보고서는 “주력선종인 컨테이너선 외에 영업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선종다각화를 갖추지 못한 가운데, 자본력이나 계열 및 정부 지원이 취약해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 ‘컨’선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머스크를 제외하고 운임하락과 연료유 가격 상승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바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과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정부지원이 뒷받침 돼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컨’시장의 경우 상황이 계속 좋지 않았지만, 일본의 경우 벌크 비중이 높아 벌크부문 수익으로 ‘컨’부문의 손실을 메우고 있다”며, “특히, 일본은 벌크물량 중 장기운송계약이 기반이 되고 있는데, 일본 대형화주들이 자국 선사들에게만 물량을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본 ‘컨’선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대규모로 납입자본금을 줘 재정상태가 탄탄하다”고 전하고는, “반면, 국내 국적선사의 경우 대형화주들이 무조건 이들 선사에게 물량을 주는 상황도 아닌 탓에 벌크화물에 대한 장기화물운송계약 기반이 미흡하고, 사기업이란 이유로 정부 납입금도 없는 등 자구적인 노력만으로 지금까지 버틴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의 양대 선사인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은 정부 납입자본금이 각각 지난해 말 80억 달러(US), 지난 6월 말 약 46억 달러 수준으로 상당히 안정적이다.

이웃 나라들에 비해 정부지원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상태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결국 자산매각, 유상증자, 그룹 지원 등의 노력으로 올해 고비는 넘긴 상황이지만, 내년에 더 큰 시련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형 ‘컨’선 얼라이언스인 P3 출범과 초대형선박 미확보 및 불투명한 시황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미 글로벌 선사들이 준비해 놓은 고효율 선박에 대한 미확보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비용절감에 따른 노력을 하고 있을 때 국적선사들은 이러한 작업이 늦어짐에 따라,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는 전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적기에 선박 확보는 커녕 급한 불부터 끄느라 정신이 없지 않았느냐”며, “결국 글로벌 선사들이 이미 구비해 놓은 초대형 ‘컨’선이나 연비개선을 위한 개조선박 등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선사들이 원가절감으로 화주에게 낮은 운임을 제공하게 되면 국적선사들은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마냥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결국 시황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악순환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수출강국이다. 수출품의 95% 이상이 선박을 통해 각 나라로 수출된다. 극단적으로 말해 ‘컨’선사들이 없어지면 무역업체들의 부담도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관련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최근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다보니 이러한 보편적 사실이 조금 간과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미국의 경우, 자국 ‘컨’선사가 없음에도 막대한 물량과 국력을 이용해 ‘컨’선사들을 제어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은 자국선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 해운업계의 불황이 수년 간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각 국의 국적선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형 국적선사라고 무조건 정부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당 기업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 무조건적인 지원은 '모럴 헤저드' 현상을 동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냥 지켜보고 있기에는 국내 선사를 대표하는 한진과 현대의 현 상황이 너무나도 힘겨워 보인다. 이들 양대선사가 무너진다면 타국적 글로벌 선사들은 국내 수출품에 대한 운임을 올릴 것이다. 이는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왜 해운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이라 일컫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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