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호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 “새 공제상품 개발로 틈새시장 노릴 것”
- “여객선 이용 승객불편 최소화 위해 노력”

 
전국 2,100여 연안해운 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해운조합은 공제사업, 해상관광사업, 유류공급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업무를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해 9월 말부터 해운조합을 이끌고 있는 주성호 이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제사업, 연안해운, 선원공급, 여객터미널 운영 등 조합이 영위하고 있는 여러 사업분야에 대해 제각각의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특히, 최근 환경이 중요시 되면서 물류부문에서 연안해운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 부족 등으로 기대만큼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아쉬워 했다. 주성호 이사장은 “국내 물류의 18%를 차지하는 연안해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데, 적어도 원가보전은 해줘야 연안해운이 발전할 수 있다”며, “정부부처 및 화주들과 일부 화물에 대한 상생협정을 곧 체결해 연안해운 산업의 현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또 조합 발전을 위해서는 “‘선박건조공제’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틈새 공제상품을 개발해 조합의 역량을 키워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 : 오병근 편집국장    정리 : 김수란 기자]

▲ 임기 중 중점추진사항이 있다면.

- 해운조합의 가장 큰 사업이 선박 공제 사업인데, 공제사업을 그동안에는 근해, 연안화물선 등이 많이 가입해 기본적으로 일정한 수입이 있었다. 지금은 해운업계가 어렵다보니 외항선도 그렇고 연안화물선도 그렇고 신조선으로 바꾸는 것도 거의 없다보니 발전이 없다. 신규로 가입하는 수량이 없다보니 한계점에 온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지 고민하다 외항선박으로 공제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외항선 대부분은 민간보험사와 외국계보험사에서 유치를 하고 있는데, 이 부문에 대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항만종합공제나 선박건조공제 등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병행하고 있으며, 이는 곧 시장에 도입할 생각이다.

▲ 선박건조공제는 어떤 상품인지.

- 선박건조공제라는 것은, 선사가 조선소에 선박발주를 해놓고 나서 계약된 시기에 배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보통 선사들은 선박을 발주할 때 이미 화주와 계약을 해놓은 상태인데 안 나오면 문제가 물량수송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을 보험으로 커버해 주는 것이다. 아무런 사고없이 선박이 제 기간에 나올 수 있게 해서 보험약관을 만들어 건조 중인 선박에 대해서 보험을 유치할 계획이다. 일단 시작하면 사업부서를 만들어야 하고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본인들도 부담이 많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틈새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 조선사들이 소속된 그룹 계열사에 보험사가 이미 있는 경우가 많은데.

- 조선사들은 보통 계열사로 보험사를 가지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은 현대해상, 삼성중공업은 삼성화재 등이 있다. 보험사들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세세한 부분들은 민간보험사에서 컨트롤하기 어렵다. 그러한 전문적인 부분들, 즉 사각지대를 노릴 계획이다. 보험사에서는 클레임 같은 것이 들어오면 선주사 입장을 대변하기 어려운데, 우리는 선주사 입장에서 보험으로 커버해 주겠다는 것이다.

 
▲ 항만종합공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 태풍과 같이 천재지변도 있지만, (항만사업은)자체적으로 안전사고도 많이 난다. 사고도 사고지만, 하역업체들이 부두를 운영하다가 부두 또는 하역장비에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 대부분 하역업체들이 영세한데, 사고가 발생하면 각 기업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부문을 해결해 주는 보험이 항만종합공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보험을 하려면 부두 내에서 어떤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 화주들도 만나고, 운영사도 만나 위험요소를 계약을 통해 하나하나 반영시켜줘야 한다. 이 보험은 우리 직원들이 지난 2년 간 준비를 착실히 해 왔기 때문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며, 출시 시점은 올 상반기 중으로 생각하고 있다.

▲ 해외 선주에 대한 영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다. 우리 해운조합법에는 국적선에 한해 영업을 하게 돼 있다. 앞으로 해운조합이 선박보험, 공제사업을 한다고 하면 반드시 풀어줘야 할 부분이다. 해운조합이 내국적 선사들만 회원으로 유치하면 장기적으로 분명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제사업 같은 경우, 유보금이 많이 필요한데 외국적선사 유치가 어려워 규모를 키우지도 못하고 있다. 선주측에서도 한정된 부분 때문에 사고 후 처리부분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부처와 논의를 하고 있는데, 조합이 해외 선주에 대해서도 영업을 할 수 있게끔 풀어줘야 한다.

▲ 해운관련 보험들도 경쟁이 심하다. 민간보험사 등 여타 보험사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면.

- 지금 외항선사 경우 선박보험, 선원보험, 선주상호책임보험(P&I)이 있는데 KP&I는 P&I보험만 책임지고 있다. 선박보험의 경우, 해운조합과 민간보험사들이 하고 있는데 외국 보험사도 10개 이상 들어와 있다. 민간보험은 미끼 상품이 있다. 예를 들면 민간보험사에 보험을 들면 보험사에서 대출을 해준다든지, 다른 계열사의 물량을 준다든지 하는 미끼 상품이 있다. 하지만, 민간 보험사는 대형 선박사고가 나면 현지에 정통한 직원이 없어 사고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 우리 조합은 전국에 14개 지부가 있어 직원들이 곧바로 현장에 가볼 수 있고 배를 아는 직원들이 많으니까 클레임이 들어오면 바로 해결이 가능하다. 보험가입자들이 신경쓰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고 정확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요율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우리는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올해 요율을 4% 가량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보험사나 KP&I는 올해 4.5% 가량 인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합은 해운업계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요율을 낮출 계획이다.

▲ 물류부문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환교통사업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 좋은 질문이다. 제가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국내 전체 물류수송에 있어 연안해운이 18%, 철송이 7~8% 정도이고, 나머지가 육상운송이다. 그런데 전체 우리나라 물류비를 놓고 보면 해상수송에 대한 우리 선사의 운임 수수료가 1% 밖에 안 된다. 전체 물류비용의 1%를 받고 18%를 수송하는 격이다. 운송료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제가 공직에 있을 때 마무리를 못한 것을 반성하는 차원에서도 현재 해양수산부와 이 부문에 대해 현실화할 수 있도록 협의를 하고 있다. 철근, 원유, 케미컬 등은 연안해운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 그런데, 낮은 요율 때문에 해송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손해가 아닌가.

 
▲ 결국, 요율을 현실화 한 이후에 연안해송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인데, 요율 현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 선주들에게 적어도 원가보전은 해 줘야 선박의 감가상각비도 받고 배도 현대화시킬 수 있지 않겠나. 현재 해수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데, 일단 화물 종류별로 액체화물을 우선으로 검토해 적절한 표준요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유사, 연안선사, 해수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4자간 약정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조합에서는 연안선사들의 운임, 총비용 등을 계산해 항로별·거리별로 운임을 오는 3월 말까지 제시할 예정이다. 액체화물에 대한 약정이 체결되면 향후 건화물과 철재화물로 점차 확대할 것이다.

▲ 운임체계에 대해서는 확정이 됐나.

- 전혀 안 돼 있다. 하지만, 표준운임에 대해서는 만들어 놓은 것이 있으니, 그쪽에서 검토해보면 되는데 최소한 원가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현재 연안선사가 화주와 계약할 때 마지못해 들어가는 부분이 많다. 배를 운항해야만 그나마 선원 인건비와 은행 이자라도 낼 수 있다. 그러니 (계약내용에 불만이 있어도)화물을 수송하는 것이다. 전형적으로 원가를 계산해 이윤부분에 대해서는 선사와 정유사 간 일정부분 인정해주더라도 최소한의 원가에 대해서는 보전해 줘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지원이 없더라도 큰 배로 바꿀 수 있고 연안해운에 대한 현대화가 이뤄질 수 있지 않겠나. 현재로서는 절대 현대화할 수 없는 구조이다. 최근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류오염사고도 원칙적으로는 화물선과 유류공급선 사이에 안전판 역할을 하는 바지선이 있어야 하는데, 비용이 드는 것이 부담스러워 없이 했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제대로 된 원가보상을 받았다면 이러한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 선원 공급문제도 업계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현재 내항선원 공급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 선원 공급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내항에서는 보통 화물선에 선원 7~8명, 여객선에 4명 가량 승선하는데, 선원을 못 구하다보니 현 상황에서 몇 년이나 버틸까 싶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내항선은 젊은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보니 평균 연령이 60세가 넘어섰다. 해양대학 학생들도 승선예비역 기간인 3년이 지나면 미련 없이 배에서 내려버린다. 해양대나 해사고에 장학금을 주고 교육도 시키고 있지만, 우수한 선원들은 배를 잠깐 탔다가 의무기간이 지나면 내려버리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우리 선원들의 말이나 행동이 거칠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적응을 못하는 점도 있다.

▲ 외국인 선원으로 많이 대체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 현재 미얀마 선원들로 1,000명 정도 채워졌다. 과거에는 중국 선원들을 채용했는데, 이제는 오라고 해도 안 온다. 국내에서 선박을 타 본 경험자들은 우리나라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도 미얀마에 선원공급업체 6군데를 다녀왔다. 그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얀마가 독일 등 한국, 유럽, 일본 등에 인력을 보내는데,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성격이 급하고 거칠다며 적응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부문이 확대된다면 외국인 선원도 점점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기존 선원들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미얀마에 동행한 선주사들도 이러한 현지사정을 같이 들었으니 개선될 것이라 믿는다.

▲ 국내 선원수급 문제에 대해서 해결방법은 있나.

- 우리 조합에서 해사고나 해양대에 가서 연안선을 타면 최소한 2~3일에 한번씩 육지에 발을 디딜 수 있고 여러 가지 장점을 이야기 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해양대 정원 늘리고 해사고도 교육부에서 해수부로 관리가 이관됐지만 해결이 어렵다. 이 때문에 의무승선기간을 5년으로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단기적인 방편일 뿐이다. 현재로서는 (내국인 선원을 늘릴)뾰족한 방법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내항뿐 아니라 외항도 외국인 선원 자리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 전국 여객선터미널을 위탁경영하고 있는데, 이용객들을 위해 개선돼야 할 사항이 있다면.

- 국내 여객선터미널은 시설관리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가장 큰 문제이다. 공항터미널처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사장이 된 후, 여객부문에서는 이 부분을 바짝 챙기고 있다. 제가 다녀보니 제주·군산과 같이 큰 여객터미널도 이용이 불편하다. 일반적으로 여객선을 이용하는 어민이나 관광객들은 짐이 많다. 이용객들은 터미널에 오면 보통 2층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후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선박에 탑승할 수 있는 접안시설까지 400~500m를 또 걸어야 한다. 고객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이렇게 불편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터미널 시설에 대한 개조가 힘들다면, 운송수단을 이용해 짐이라도 선박에 미리 옮겨놓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섬관광, 해상관광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뭐가 불편한지 알아야 한다. 기분 좋게 관광을 하게끔 도와야 하는데, 배를 타기도 전에 짐 때문에 짜증이 나서야 되겠는가. 현장에 가서 직접 표를 끊어 배도 타보고 시설도 이용해 본 후, 불편한 점을 숙지해 고객 입장에서 개선해 줘야 한다.

▲ 터미널 이용 개선 외에 해상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뒷받치 돼야 한다고 보는지.

- 해상관광은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뉜다. 현재 해수부에서 섬 지방을 영토관리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섬 관광, 해상관광, 영토관리 다 좋은데 인프라가 잘 안 돼 있다. 우리 아무리 작은 산골 시골마을도 도로는 다 돼있다. 현재 가장 개선돼야 할 부문은 여객선 현대화와 접안시설 개선이다. 작은 섬에는 접안시설이 없는데다, 여객선이 작고 낡아 바람만 조금 불면 진입을 하지 못한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부문은 정부에서 책임을 져 줘야 한다. 또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조합이 나서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조합은 홈페이지를 통해 ‘가보고 싶은 섬’이라는 관광 사이트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는데, 이를 강화할 것이다. 이 사이트를 문화관광부 관광사이트와 연계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사실상 올해가 취임 이후 첫 해라 할 수 있다. 올해 내에 뭔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조합내에 총 15개 팀이 있는데, 팀별로 올해 꼭 해야 될 과제 22개를 정해 저와 약속했다. 일명 ‘스타 프로젝트’라고 해서 각 팀별로 반드시 달성하기로 한 2~3개 과제가 있는데, 이것만 해결하면 우리 조합이 앞으로 2~3년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업계의 묵은 현안과제라든지 조합이 꼭 해야 할 업무들과 장기적으로 보험공제 안정화를 위해 올해 내에 꼭 해야 할 일들이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를 공개하고 연말에 평가를 받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다. 장기적으로 거창하게 하는 것보다 이렇게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연말에 평가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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