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동호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

지난해 연말 기준 택배물동량이 연간 15억 개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2,50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한 해 동안 경제활동이 가능한 사람 1인당 평균 60회나 택배를 이용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전에는 집에 손님이 오면 반가워했지만, 이제는 택배가 가장 반갑다는 우스갯소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는 곧 택배가 국민 생활서비스로 자리 잡았으며, 하나의 산업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택배는 지난 1992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매년 숨 가쁘게 성장해 왔다. 이 같은 성장의 중심에는 택배업체 간 경쟁이 뒷받침 됐다. 이들 업체는 지난 수십 년 간 상호 경쟁을 해 오는 과정에서 때로는 질타도 받았지만,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본분만큼은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이에 본지는 국내 주요 물류업체의 택배사업 책임자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해당 업체의 경쟁력과 함께 국내 택배시장의 주요 이슈 및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릴레이 인터뷰 ②>
차동호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

- "택배 기사 복리후생 향상 극대화"
- "올해부터 기업물량 단가인상 본격 추진"
- "택배업종 법제화 위해 노력"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차동호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부사장)은 CJ의 택배사업 초창기 멤버로, 회사 내부에서는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대한통운과 CJ GLS의 통합으로 택배사업 부문이 국내 시장의 33% 가량을 장악할 만큼 초대형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통합에 따른 진통도 겪었기 때문에, 수익률 향상에 대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겠지만, 차 부사장이 택배부문 수장이 된 후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다. 차 부사장은 “올해 CJ대한통운 택배사업의 화두는 현장 근무여건 개선을 통한 복지제도 강화에 있다”고 밝히고는, “물론,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해야 하겠지만, 고객과 가장 접점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들이 행복한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택배단가를 현실화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올해부터는 보다 적극 대처할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 CJ대한통운의 택배사업을 총괄하면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부문이 있다면.

- 지난 몇 년 동안 CL부분의 영업과 운영을 맡다가 지난해 11월 택배부문장으로 부임을 했다. 부임하고 택배부분을 살펴보니 제가 10여 년 전 택배부문을 맡았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었다. 택배산업의 외형은 커졌으나 영업이익이나 SM(택배기사)들의 근무여건은 오히려 나빠져 있었다. CJ대한통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올해 CJ대한통운의 택배부문의 화두는 통합시너지와 현장 근무여건과 복지제도를 강화로 잡았다. 핵심은 SM들의 근무의욕을 높이고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지난해 CJ GLS와의 통합을 통해 CJ대한통운 택배사업은 명실상부한 택배업계 1위 회사로 성장했다. 전국 180여 개 택배터미널과 1만 2,000 명의 SM이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로 국내 최대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CS(고객만족)지표를 끌어올려 고객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다.

▲ 차 부사장은 CJ GLS 초창기인 용산 시절부터 택배에 직접 관여해 왔다. 초창기와 현재의 택배사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 사업 초장기와 비교하면 택배산업은 엄청난 성장을 했습니다. 택배는 지난해 15억 상자를 취급하며 국민 1인당 30회 이상 이용하는 국민생활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또 택배는 인터넷쇼핑몰, 홈쇼핑 등 신유통산업과 같이 성장하면서 인터넷 비즈니스가 활성활 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택배사업 자체적으로도 생계형사업자의 안정적 일자리를 마련, 실버인력, 여성인력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의 모범적인 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성장 이면에는 택배사와 택배기사의 수익성 저하 및 근로조건 악화 등 구조적인 문제점은 더욱 커져왔다. 택배사 간 치열한 영업전쟁의 결과로 택배단가가 하락하고 경유가 상승 및 인건비 증가 등의 여파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2004년부터 택배차량 증차제한, 2013년부터 카파라치 제도의 시행 등 많은 규제들이 생겨나면서 택배업계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 택배단가 적정 인상은 모든 택배업체들의 화두라 할 수 있다. 단가인상에 대한 CJ대한통운의 입장을 말해 달라. 또 인상해야 한다면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 택배는 신유통산업의 성장과 국민의 편리한 삶은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택배산업이 급성장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택배단가는 매년 하락해 1999년 3,500 원 하던 상자당 운임이 지난해에는 2,000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택배업체와 택배기사 등 많은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런 구조로는 더 이상 고객만족, 고객서비스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택배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안팎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사도 고객서비스를 높이기 위해서는 택배기사들이 처우가 좋아져야 하기에 근무여건 개선 및 복리후생 제도 등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택배종사자들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는 택배비의 현실화가 이루어져서 택배사 및 택배기사도 제값을 받고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당사는 각 고객사들과 재계약 협상을 하거나 현저히 시장가 보다 낮은 단가에 있는 화주와 협의를 진행해 택배단가를 현실화 시킬 예정이다.

 
▲ 물류협회의 택배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내 택배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 지난해 합병으로 CJ대한통운은 택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류업계 선도기업이 됐다. 이런 의미로 저 또한 통합물류협회 택배분과 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리고 올해 협회 택배분과에서는 택배업계의 해묵은 규제를 철폐하고 택배회원사 및 택배기사, 고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택배를 이용하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량증차 규제를 완화해 나갈 것이다. 지난 14일 차량증차심의위원회에서 택배 차량증차를 허용하는 것으로 방향이 나와서 1차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현재 1만 3,000대 가량의 자가용번호판 차량이 택배차로 운행되고 있는데, 이 차량들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근원적으로는 업계의 숙원인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택배업종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택배산업 및 택배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택배산업은 국민의 편리한 생활을 위한 동반자로써 국민생활문화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택배는 기존 물류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서비스 개선과 혁신을 주도하고 고객기업이 성장하고 신규 산업의 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 택배차량 부족 문제는 필요시 마다 정부에 증차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방법은 매번 증차논란을 야기 시키고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있다면.

- 택배차량의 수급은 택배물량의 증감에 따라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 현재의 법률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만, 이번에 택배차량 증차 허용은 업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앞으로도 택배차량 증차는 자유롭게 허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수급균형에 따라 증차와 감차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택배는 다른 운송업과 달리 일반 소비자를 접점에서 만나는 유통업과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운송업과 다른 틀에서 택배업을 규정할 수 있는 법의 제정이 택배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국내 유통가의 최대 이슈는 아마존의 한국시장 진출이라 할 수 있다. 아마존 상륙이 택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또 만약 CJ대한통운이 아마존의 택배파트너가 된다면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 지난 2000년 이후 택배업계는 신규 고객시장이 없었다. 그 결과 기존 고객사들의 수주 쟁탈전으로 단가파괴 등 현재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아마존은 택배의 중요한 신규 고객군이 될 수 있다. 자연히 택배사들의 유치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꼭 아마존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진출과 해외 직구의 확대 등은 포화된 국내 택배시장을 활성화 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 택배기사들의 복리후생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것 같다. 기사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CJ대한통운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또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 CJ대한통운은 지난 2012년부터 업계 최초로 협력사 택배기사 자녀를 대상으로 학자금 지원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연간 기준으로 대학생 150~500만 원, 고교생 80만 원, 중학생 20만 원이며, 택배기사 1인당 두 자녀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협력사 택배기사 자녀 1,300여 명이 이러한 학자금을 지원받았다. 또 택배기사, 대리점장, 대리점 직원 등 모든 종사자들에게 건강검진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회사는 택배 현장에서 고객과 만나는 택배기사는 물론, 대리점장과 직원들도 하나의 가족으로서, 공동운명체라는 인식하에 이 같은 복리후생 정책을 시작한 것이다. 좋은 근무환경이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만족한 고객이 다시 CJ대한통운택배를 이용함으로써 회사, 택배기사, 대리점 모두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 끝으로 향후 CJ대한통운 택배사업의 비전을 말해 달라.

- 국내 택배사업 1위 업체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업계 최고의 네트워크를 확보할 것이다. 수익성 기반의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높은 집배송 밀집도를 유지함으로써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차별화 된 신규 서비스도 발굴해 택배서비스의 다양성도 이뤄내고 싶다. 리딩기업으로서 택배 시장재편을 통한 구성원 및 업계 전체가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도 CJ대한통운이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책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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