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피해자가 해운조합에 직접 보험금 청구할 수 있어”
- “항해시 무리한 변침만이 사고원인 아닐 것”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세월호 참사와 관련, 청해진해운이 감항성 유지의무를 위반했거나 중대과실을 저질렀다면 보험사가 아닌 청해진해운이 유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적자에 허덕여 온 청해진해운이 여유자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았을 것이 가능성이 높고,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씨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족들은 어디에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걸까. 해상법 전문가인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경의 늦장구조와 출항전 안전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점을 근거로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항은 해경, 해운조합, 청해진해운 등이 복합적으로 사고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공동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정부가 단 1%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국가에서 선보상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들은 책임보험에 대해 선사와 별도로 본인들이 직접 해운조합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며, “국내 상법에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선사가 아닌 피해자들이 해운조합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나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 인터뷰 했다.

▲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여러 사고원인 중 가장 핵심적 요소가 ‘항해사의 무리한 변침’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 다수의 언론 보도에서 사고 원인이 항해사의 무리한 변침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일반적으로 항해 중에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에는 선박들이 항해 중 충돌을 피하기 위한 신호로 상대 선박에게 자신의 동작을 확실히 알려주라고 나온다. 보통 맞은편 선박과 충돌할 것 같으면 같은 방향으로 꺾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키를 30도 가량 돌린다. 상대선박도 마찬가지로 움직이는데, 이러한 상황이 양쪽 선박이 충돌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신호이다. 키(타각)는 최대 35도까지 꺾을 수 있는데 선박은 이처럼 급속도로 변침을 해 조금 경사되도 원래대로 돌아오게 된다. 선박 자체가 이러한 상황에 맞게 설계되는 것이다. 3등 항해사가 현재 통상 5도의 타각을 주는 곳에서 그 이상을 꺾어서 조타 미숙이라는 판단이 내려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항해하는 모든 선박에서 이 같은 변침이 비일비재 하게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선박이 넘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때문에 이번 사고가 다른 원인없이  ‘항해사의 무리한 변침’ 때문이라는 주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선박에 무리하게 화물을 싣는 것, 즉 과적도 세월호 사고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과거 서해훼리호 사고를 말하면서 과적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서해훼리호 사고와 세월호 사고는 다르다. 과적은 선박의 재화중량톤수(DWT) 이상을 실었을 경우를 과적이라고 표현하는데, 재화중량톤수는 평형수, 연료, 화물, 승객, 청수탱크(식수나 선박에서 승객이나 선원이 사용하는 물) 등을 모두 포함한 무게이다. 과적에 대한 판단은 선박의 만재흘수선 이상이 잠겼는지 여부로 확인한다. 선박 아랫부분의 색깔이 다른 곳까지가 만재흘수선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데, 서해훼리호는 이 만재흘수선 이상의 재화중량톤을 실어서 사고가 났다. 하지만, 세월호는 만재흘수선을 넘지 않기 위해 평형수를 빼고 승객과 화물을 더 실었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따져 과적은 아니다.

 
▲ 세월호 개조 당시 복원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측의 권고사항이 있었는데.

- 감항성 유지 위반을 근거로 복원력 상실을 들고 있는데, 쟁점은 출항시 한국선급이 권고했던 GM값을 맞췄냐는 여부이다. 감항성은 선박 항해를 완수하기까지 충분한 성능을 말하는데 만약 이 GM값을 맞췄는데도 운항 후 복원력을 상실했다면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확인해 본 결과, 한국선급에서 선박을 개조하면서 권고치로 GM을 15㎝로 줬다고 한다. 출항이후 연료가 소모되고 식수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복원성이 떨어지는 점은 있지만, 어찌됐든 청해진해운에서 권고 GM값을 맞췄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선사에서 감항성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면, 보험사에서 면책사유로 인정된다고 하는데.

- 세월호 출항 시 불감항이 사고 원인이었다면, 선박보험과 책임보험(P&I)에서 보험자의 면책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법 ‘제706조 제1호’에 보험자는 선박의 발항 당시 안전하게 항해를 하기에 필요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경우, 면책사유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선박보험(선체보험)에만 적용되지만, P&I보험에도 준용된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청해진해운에서 감항성 유지 의무를 어겼다면 보험사의 면책사유가 된다.

▲ 세월호의 경우 선체보험은 돈을 빌려준 산업은행으로 흘러가겠지만, 유가족들은 P&I 보험으로 지급되는데, 면책사유에 해당되면 선사에서 유가족들의 보상이 이뤄질 수 있나.

- 보험사 면책이라고 하더라도 선사에서는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줘야할 것이다. 다만, 지금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청해진해운의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유가족들의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소지는 많아 보인다. 상법에는 업무집행지시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회사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나 명예회장, 회장, 사장 등 회사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배후의 진정한 소유자라 알려진 유병언 씨 일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있을 것이다.

▲피해자들이 보상을 제대로 받기 위해 진행할 수 있는 사항은 없나.

- 좋은 질문이다. 우리나라 일반 해상보험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있는데, 영국법에서는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이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영국법과 다른 것은 (상법 제724조 제2항에)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넓게 직접청구권을 인정한다. 이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통상 책임보험에서는 선사에서 보험사에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을 받아 이를 다시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법상 피해자가 보험사에 직접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줬다. 청해진해운이 해운조합에 청구하면 면책을 주장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해운조합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면책항변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이는 보험사측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 대법원 판례는 손해배상청구권설이라고 해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입장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선원, 여객, 유류오염, 난파물 제거는 국제규약상 선주가 책임보험에 강제로 가입한다. 결국 책임보험이 강제화된 경우에는 면책항변을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해운조합이 피해자들에게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 이번 사고를 ‘공동불법행위’로 간주해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배상해 주는 방안도 있다는 주장을 했는데.

- 세월호 사고의 원인은 해운조합이 운항관리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당연히 운송사인 청해진해운에도 문제가 있었다. 아울러 해경에서도 출항 전 안전관리와 해운조합의 운항관리자의 역할을 제대로 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독을 하게 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 침몰 후 (구조할 수 있는)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 늦장구조를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정부, 업체, 해운조합 등 여러 곳에서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공동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 공동불법행위는 우선 피해자들이 국가에 청구하게 되면, 설사 과실 기여도가 선사측이 많다고 해도  100% 정부가 우선 지불해야 한다. 이후 정부가 적법절차에 의해 해운조합이나 선사로부터 이를 돌려받게 된다.

 
▲ 늦장구조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는지.

-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5년 5월 화성시 전곡항을 출발한 레저보트가 오전 9시 40분 인천해경에 신고를 하고 출항하고 오후 4시 20분 전곡항에 귀항할 예정이었지만, 귀항 중 로프에 걸려 선박이 전복됐다. 전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해경에서 신고를 받을 때 귀항한 것으로 판단하고 전곡항에서 대기하고 있어 다음날 6시 20분 한 사람만 구조되고 나머지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이에 유가족들이 해경의 초동조치 실패로 사람이 사망했다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당시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피고인 해경이 신속하고 적절한 초동조치를 잘했어도 피해자들이 사망했을 것이기 때문에 해경의 과실과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위험이 높은 해양조난 사고에서 해경은 엄격한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인과관계도 넓게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세월호는 피해자들이 해경의 늦장구조에 대한 여객 사망에 대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지만, 여러 차례 언론보도와 영상공개 등의 자료가 있기 때문에 전곡항과 같이 (입증이)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정부의 낙하산 인사, 즉 해피아(관피아)에 대한 폐해가 사고를 키우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 이러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꼭 그렇게까지 확대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해수부 낙하산 인사라 해도 꼭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 간 사람들도 있다. 물론 너무 많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어찌됐든 이유가 있어서 간 사람들도 있다. 지금 현재 10여 군데 이상 산하기관에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그 사람들이 나가면 그 자리에 누구를 채울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렇다고 (전문성이 떨어지는)정치권 인사로 채울순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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