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왜 우리 외항해운업계가 내항해운업계와 같이 싸잡아 비난을 받아야 합니까?”

최근 한 외항선사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번 세월호 사고로 외항해운업계까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번 세월호 사고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관리를 철저히하고 있다는 외항해운업계도 내항업계와 같이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외항해운업계는 타 국가의 항만에 기항하기 때문에 강도 높은 안전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관리가 소홀할 경우, 외국 항만으로부터 최대 출항정지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선박관리업체에 업무 위탁을 맡기거나, 선사 스스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특히, 9·11테러 이후 항만 안전관리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체계를 갖추고 있는 미국에서 국내 외항선사들은 안전관리 최상 등급인 ‘퀄십(Qual Ship) 21’을 부여받고 있으며, 유럽과 아태지역 항만에서도 최상위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외항해운업계의 안전관리와 내항해운업계의 안전관리 수준이 다르고, 규모나 시스템적으로도 비교가 안되기 때문에 그동안 외항선사들은 은근히, 아니 어쩌면 대놓고 내항선사를 무시해 왔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을 아는 인물이 내항선사를 운영한 적도 없고 해양대 출신 인물도 없는 탓에 외항선사들이 공공연히 내항선사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밝히고는, “하지만, 이번에 세월호 사고로 외항선사까지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있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투정을 부리기 전에 '우리끼리'에 너무 집착하진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 외항해운업계가 앞장서 해운산업에 뿌리 박힌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번 해 본적이 있는가. 이번 세월호 참사에도 혹시나 외항업계에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걱정부터 하지 않았던가.

해수부 관계자는 “대부분 해양대 출신으로 이뤄진 외항해운업계는 겉으로 보기에는 거대집단으로 똘똘 뭉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 자신들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적인 부분이 많아 상당히 놀랐다”며, “이 때문에 해양발전을 위한 기금 마련이나 업계 전반을 위해 추진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대부분 비협조적이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었다.

해운 유관 단체 관계자도 “외항해운이 상당히 발전해 글로벌 경쟁을 하는 등 몸집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해운업이 성장한 것에 비해 물류나 항만 등 해운 관련 유관산업들은 고만고만하지 않냐”고 반문하고는, “업계가 호황기를 누릴 때 직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1,000% 까지 줬으면서, 선사가 지불해야 할 하역료나 도선료를 인상하는데는 인색했던 탓에 해운 연관산업이 성장을 못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외항해운업계는 호황기에는 유관산업계의 문제에 나몰라라 하고는, 불황만 오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 왔었다. 외항해운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선주협회는 또 어떤가. 해양산업 전반을 대표하기 위해 만든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의 당연직 수장으로 있으면서도 언제 앞장서 국내 해양산업의 문제점을 해결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적이 있었던가.

외항해운업계는 이번 세월호 사고를 내항해운업계만의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 해운업계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본인들이 급할 때만 정부나 국민의 관심을 바라지 말고, 좀 더 폭 넓은 시각으로 해운산업 전반에 걸쳐 기여할 수 있는 부문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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