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물류정책, 10여 년 째 ‘제자리걸음’

- 물류업계, 수십 년 동안 “제조업 수준으로 맞춰 달라”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지난 2000년대 초, 정부는 ‘동북아물류중심국가’를 외치며 물류산업의 중요성을 전파해 왔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현재, 물류산업이 바뀐 것은 없다. 국가의 관문인 항만은 여전히 저단가에 따른 비효율성으로 곪아가고 있고, 내륙 물류시장은 효율성 낮은 성장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동북아물류중심로드맵’은 지난해 마무리 돼야 했지만,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아직도 언제 마무리 될 지 모르는 ‘미지의 계획’이 돼 버린 지 오래이다. 국가가 글로벌 물류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은 물론, 인프라 혁신, 전문인력 양성, IT 개선, 거래 투명화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동북아물류중심국가를 꿈꾸며 지난 10여 년을 살아온 물류기업 및 종사자들은 아직도 국내 제조업과의 형평성을 부르짖고 있다. 글로벌 물류역량을 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부에 산적해 있는 문제점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한 것이 없다. 이에 본지는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물류산업을 발전시기 위해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문이 무엇인지 최근 한국통합물류협회 종합물류위원회가 발표한 관련 보고서를 통해 알아본다.

- 물류업에 대한 행정적 정의 마련

물류산업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4.4%에 달하며, 타 산업의 흐름을 관장하는 기간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 한국표준산업 분류코드에는 세부적인 물류업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업계 현황 및 실태파악이 불가능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과학적인 물류산업 정책수립 및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아울러, 금융 및 세제상의 지원이나 여신관리 등 정부정책을 수립 및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범위 및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물류업이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 별도로 명기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물류업체 포함되는 업종(택배, 3자물류, 물류IT 등)에 대해 정부의 행정적 정의를 명확히 함으로써 인관적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 ‘물류산업법’(가칭) 제정

현재 물류산업은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타 산업의 세부 하위 산업으로 산재돼 있어 산업분류가 명확하지 않다. 물류관련법령은 물류정책기본법, 물류시설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 매우 다양하며, 서비스업의 개별 업종별로 분류돼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이 물류산업은 국가경제에 큰 역할을 하는 주요 산업이지만, 법률적 행정적 정의가 없어 부당한 규제가 많다. 물류산업의 개별업종은 특성이 다른 업종에 부분적으로 포함돼 있는 형태로 불합리한 법률적용 및 형평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물류산업법’(가칭)을 신설해 물류관련 법령을 통합, 일관된 정책과 지원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물류업과 제조업의 불평등 개선

물류산업은 제조업 등 관련의 공급망을 관장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제조업과 동등한 사회경제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물류산업의 인허가 및 운영시 제조업과 차별되는 규제와 상이한 세제지원 정책으로 인해 물류산업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물류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류비 증가에 따른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현재 제조업에 부여된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산업기능요원 지정업체 선정 등 각종 특례사항을 물류업에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많은 물류시설 인허가 규제는 철폐하고, 혜택이 적은 세제 및 금융지원 정책을 제조업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 물류산업 선진화기금 조성

지난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유통·물류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300억 원 규모의 ‘유통물류합리화자금’이 지원됐었지만, 2009년 중소기업청의 ‘신성장기반자금’으로 통합돼 중소기업 창업 등에 지원되고 물류산업 지원은 상대적으로 급격히 축소돼 왔다.

이로 인해 중소형 물류기업은 물류표준화 및 자동화 시설 증설, 시설투자, 기술개발, 해외진출 등에 필요한 신규자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물류전문인력 양성과 녹색물류체계 구축 등 물류산업 선진화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물류산업 선진화 기금’ 마련이 절실하다.

- 항만,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

항만은 국가의 기간산업으로서 항만마비 시 수출입 화주의 피해 및 대외 신뢰도 악화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등에 대비한 항만 관리 및 운영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항만을 관련 법령(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거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항만의 관리 및 운영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국가적 측면에서도 항만분야는 항공분야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국가기간사업이므로 법적으로 이를 지정해 관리 및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종합물류기업 인증업체’ 지원 확대

현재 종합물류기업 인증제가 도입돼 운영되고 있지만, 투자자금 지원 및 세제혜택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미흡해 인증제 도입 취지인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물류산업은 장치산업이라는 특성상 대규모 시설투자가 지속적으로 선행돼야 하지만, 비용 부담 등으로 투자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때문에 종합물류기업 인증기업에 한해 국내외 물류인프라 관련 투자시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예를 들어, 10억 원 이상 자금이 투입되는 물류인프라에 신규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3~7% 상당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 정부기관 및 공기업 발주 운송 입찰시 종합물류기업에 대한 가점을 부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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