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금융업계, “복심은 현대상선 인수에 있을 것”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팬오션 인수를 공식 부인한 가운데, 이번에는 현대상선 인수설이 제기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한진해운 사례와 같이 현대차그룹에 SOS를 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공시를 통해 팬오션 인수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이와 관련, 해운·금융업계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상장기업들에 대한 공시 요구 답변과 실제 상황이 달랐던 적이 많았던만큼 시장에서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0월 2020년 해운 매출 8조 원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선박을 2020년까지 500척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벌크선 23척, 자동차 운반선 50척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6년 동안 400여 척을 늘려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선박 130여 척을 포함한 해외 영업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현대글로비스가 M&A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2자물류 비율을 대폭 줄이고 해운비전을 실현할 수 있어 ‘팬오션 인수설’이 끊임없기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팬오션이 벌크선대뿐만 아니라 근해 컨테이너 항로도 있는 등 2자 물류 비율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많아 시장에 나올 때부터 끊임없이 현대글로비스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그룹이 자구안을 발표한 이후 채권단과 마찰을 빚으면서 현대그룹이 최악의 경우 현대상선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현대글로비스의 모그룹인 현대차그룹이 방향을 전환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현대그룹이 자구계획안에서는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 3사를 매각키로 결정했음에도 부실 계열사를 지원했다는 의혹의 커지면서, 현대증권을 실제 매각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신감까지 제기되고 있어 현대상선 매각안이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이다.

최근 현대증권의 부실계열사 지원 의혹 논평을 내놓은 경제개혁연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하겠다고 했음에도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그룹과 출자관계는 강화하는 것”이라며, “매각하려면 이러한 출자관계 고리를 끊는게 정상인데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기때문에 그룹이 현대증권을 정말 매각을 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22일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같은달 31일 현대증권은 현대유엔아이 유상증자(200억 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3월 4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62억 원)에도 참여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현대증권이 현대앨앤알 사모사채 610억 원어치를 모두 인수했다.

게다가 사채발행과 관련해 현대엘앤알이 현대증권에 제공한 담보가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 현대엘앤알 명의 한국외환은행 계동지점 개설 예금채권,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발행 보통주 및 상환우선주식에 대해 793억 원의 담보한도를 설정했다. 현대엘앤알이 반얀트리호텔(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회사로 지난해까지 자본잠식 상태임에도 이러한 담보제공을 통해 자금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증권의 강성노조 때문에 시장 매각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현대상선 매각안에 오히려 힘이 실리는 분위기이다. 채권단에서도 현대증권 매각이 늦어지면서 현대상선에 부족한 자금을 현대증권 매각을 담보로 2,000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장부가액보다 매각금액이 낮게 평가된데다 강성노조 때문에 시장 매각이 늦어지고 있다”며, “금융권에서는 (현대증권 매각이)올 연말까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은행 관계자는 “현대그룹 채권단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도 현재 그룹에서 내놓은 자구계획안이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현대상선을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며, “채권단에서는 순환출자구조로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방어 때문에 상선이 아니더라도 최악의 경우 ‘컨’선 사업부문 매각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상선의 ‘컨’선 사업부문은 국내 ‘컨’선 사업 진출이나 원양항로 얼라이언스 신규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시장에 나오면 눈독 들이는 곳이 많을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해운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나오면 유력하게 인수후보자로 거론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진해운이 위기를 겪자 사이가 좋지 않음에도 한진그룹에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던 최은영 회장처럼 현정은 회장도 같은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에 SOS를 친 것처럼 현대상선도 현정은 회장이 최악의 경우 범현대가인 현대차그룹에 현대상선을 넘길 가능성이 있어 현대글로비스가 팬오션과 저울질하고 있다는 말이 많다”며, “현 회장이 몇 년째 실적을 내지 못하는 상선 때문에 골치아파 하고 있지만, 상선에 대한 애착이 있어 ‘컨’선 사업부문만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현대글로비스가 벌크부문에 대한 선대도 가파르게 확장하고 있는데다 신규 진입이 어렵다는 가스공사 입찰계약도 기존 업체들이 매각하고 있어 신규 진입에 대해 희망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에 현대글로비스가 부족한 부분인 현대상선의 ‘컨’선 사업부문만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 회장이 지분구조로 상선을 통째로 포기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부분도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좋은 대안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글로비스측은 팬오션 인수에 대한 조회 공시는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현대상선 인수와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공시는 공시 그대로 받아들여줘야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는,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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