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종길 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성결대 교수)

-“중국, P3 승인 사실상 유예한 것…국적선사 대응책 마련해야”
-“해운관련 대책이 아닌 '정책' 요구되는 시점”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최근 해운업계는 공룡 해운동맹 P3 출범 무산과 국가 기간화물을 수송하는 전용선대 사모펀드 매각 등 이슈가 산재해 있다. 중국 정부의 불허로 무산된 P3가 완전 출범이 없던일도 됐다고 보기도, 전용선대의 사모펀드 매각도 향후 펀드사에서 재매각시 국적선사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지금 당장의 단기적 이슈도 산재해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도 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방안이 모색돼야하는 중요한 시점임에도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는 제대로 된 전략방안도 내놓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에 놓여 있다. 일본 해운·항만물류 전문가로 통하는 한종길 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은 “중국 정부가 P3에 대해 언제까지 반대할지는 궁금하다”며, “중국 상황을 봤을 때 P3를 계속 반대할 수 없으므로, 현재 상황은 사실상 유예한 것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국적선사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용선대 사모펀드 매각에 대해서는 “향후 펀드사가 사업부문을 선사에 재매각하려 해도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어 매각시 해외로 팔리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결대학교 유통물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회 회장까지 겸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한 교수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나 해운·항만물류의 전문가적 견해를 들어봤다.

▲ P3 출범이 무산됐다. 중국이 불허한 이유가 무엇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 우선 P3가 중국정부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3는 중국의 선사들에게 강력한 기업결합으로 향후 중국 화주들에게 높은 운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에 중국 상무부가 반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P3가 중국 조선소에서 배를 짓거나 중국선사와 제휴 또는 중국 화주와 연합 등을 통해 충분히 재탄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불허는 일시적인 유예로 볼 수밖에 없다. 영구히 P3 출범이 무산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 중국 정부가 P3를 지속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나.

- P3 무산을 장래의 상황변화를 고려하면 과연 중국이 언제까지 반대할지 의문이다. 지금은 중국 정부가 선사의 경쟁력을 우선시 한다고 하지만, 낮은 운임을 원하는 자국 화주업계의 요구를 계속 거부할 순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 일각에서 P3가 기업결합이 무산되도 메가 얼라이언스 출범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사실 세계 1~3위 선사의 메가 얼라이언스만 되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메리트가 상당하다. 굳이 기업결합을 하지 않아도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국적선사에서도 중국이 P3 출범을 유예시킨 이 시기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준비기간을 가져야 한다.

▲국적선사들이 P3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절감을 위한 선복공동운항 등인데, 우선적으로 국적선사들이 집중해야 하는 곳은 P3가 약한 항로를 강화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테면 간선은 태평양, 남북항로로는 극동 및 동남아 항로 등 P3의 경쟁력이 부족한 항로에 대해 여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들 지역은 통상 국적선사들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곳이다. 이 같이 기반이 되는 곳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P3 이 외의 강력한 얼라이언스가 출범하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지금 현재로서는 국적선사들에게 정책지원도 필요하지만, 선사들이 먼저 기업차원의 노력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방향을 전환해서 한진해운이 6월부터 한진그룹에 정식편입됐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으로서 역할이 있다면.

- 한진그룹이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 등 3사를 통해 육·해·공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서플라이체인은 전체 물류산업 시각으로 봤을 때,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적기가 없는 인천국제공항의 허브화가 불가능하고 국적선이 없는 부산항도 허브항이 될 수 없다. 한진그룹은 육해공 물류기업을 통합함으로써 국가 물류 산업을 한차원 높일 수 있다. 머스크나 NYK도 이루지 못한 네트워크를 갖게 된다. 세계 유수의 항공 포워더 기업들도 항공기능이 없이 물류만 하고 있다.

▲장기 해운불황으로 해운합리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일본 전문가로서 해운합리화에 성공했던 일본은 어땠는지.

- 우리나라가 해운합리화를 한 시점은 1980년대이지만, 일본은 훨씬 이전인 1964년에 이미 해운(업)집약정책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는 전체 95개의 해운회사를 6개의 대그룹으로 통합했는데, 통합의 첫 번째 조건이 규모의 경제였다. 합쳐서 크게 만들자는 것이다. 산재해 있는 고만고만한 회사를 합치고 나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두 번째로 시행했던 것은 경기의 헷징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통합 범위의 경제였다. 이 때문에 현재 해운합리화에 참여해 현재까지 실존하는 일본 해운기업들이 대부분 국가 전략화물을 수송하면서 컨테이너 시황이 어려운 현 시점에도 무리없이 버티고 있다. 또 국가 전략화물이 아니더라도 자동차같은 생산품도 직접 실어나르지 않고 자국 선사에서 수송하게 해 해운 경기의 변동없이 선사의 경쟁력을 갖추게 했다. 세 번째로는 책임금융이었는데, 합병그룹 뒤에 하나의 민간은행과 함께 국책은행이 지원하는 2중 안전장치를 갖춘 정부의 해운금융 정책 뒷받침이었다. 민간은행이 운영자금을 보증하고 국책은행은 선복확보를 위한 신조자금을 저리로 공급하는 2원구조이기 때문에 일본 선사들이 시황 변동에도 흔들림이 적다.

▲ 일본 정부가 선사들에게 금융적으로 정책지원을 하면서 전제조건은 없었나.

- 일본처럼 이유없는 공짜를 싫어하는 나라가 선사들한테 정책지원을 해 주면서 아무 단서조항을 안 달았겠는가. 20년동안 장기 저리고 정책금융을 해주면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앞서 언급한 6개 대그룹에 참여하지 않는 해운사에게는 이러한 파격적인 정책금융을 안 해줬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었던만큼 이 6개 회사 중 하나가 어려워지면 가장 튼튼한 회사가 책임지게끔 만들었다. 2012년께 일본의 '산코기선'이 파산했을 때 정부지원이 없었던 것도 산코가 해운합리화 당시 6개 대그룹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묻지마식 지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공동의 선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해운업의 발전을 위해 이 같은 방침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실행에 옮겼다.

 
▲ 최근 국적선사의 경영악화로 LNG 등 국가 전략화물 수송사업파트가 사모펀드에 매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선사들의 자금사정의 어려움은 경영판단미스가 1차적 원인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전략화물은 선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종의 씨앗개념으로 봐야 하는데, 굳이 사모펀드에 매각했어야 했나 싶다. 지금 현재 사모펀드가 매입했던 선사에게 몇 년후 되팔 때 우선권을 준다고 해도 해당 시점에 선사들의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사모펀드에 매각한 전용선대에 대해 추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또 국가 전략화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주협회를 중심으로 건전한 경영회사에서 공동으로 인수를 하는 방안도 심도있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 팬오션이 해외 매각설이 나올 때 공동 인수방안에 대해 선주협회에서 검토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선주협회의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아마 특혜시비 때문에 추진이 안됐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특혜시비를 극복할 수 있는 뚜렷한 룰이 없기 때문에 이를 상쇄할 룰이 필요하다. 일본이 해운집약정책을 실시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사업이 해운업이다. 일본이라고 정치권 문제가 없었겠나. 1950년대 일명 조선게이트라고 큰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과 해운·조선기업 유착비리에 대한 고리를 끊어냈다. 또 한번 정해진 룰을 꼼꼼하고 치밀하게 만들어 일관성 있게 추진해 해운집약정책을 진행했다.

▲ 부산항이 동북아 컨테이너 물류허브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 일본은 현재 허브포트가 아니기 때문에 컨테이너에 집중하고 있지 않지만, 부산은 허브포트이기 때문에 독일의 함부르크시처럼 부산시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 부산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중국과 연계한 강력한 피더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북한 등의 문제로 대륙의 관문 역할을 하기에는 약하다. 대륙은 하나로 이어져야 하는데 우리는 북한에서 끊기기 때문이다. 대륙의 현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항만을 살펴보면, 미국의 LA, 뉴욕, 뉴저지, 유럽의 노테르담, 함부르크,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 중국 남부를 연결하는 홍콩과 중국 중부의 상하이로 나눌 수 있다. 부산은 북중국과 일본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재 중국의 칭다오와 이 역할에 대해서도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물류허브로 입지를 계속할지 장담할 수 없다. 부산항이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맞는 물류허브로 나아가기 위해 네덜란드처럼 물류 배후단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항만배후단지에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자유화 해 기본적인 코스트를 맞춰야 한다. 또 조선과 연계된 부산만의 강점을 살려 수리조선소 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 선박금융이나 물류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 정부에서 선박금융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지만, 실제 이 인력을 양성해도 갈 수 있는 곳이 한계가 있다. 선박금융전문가는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출 필요도 있다. 이 때문에 특정지역에 국한된 선박금융 전문인력 양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물류 전문인력, 특히 포워딩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공감한다. 제대로 된 포워딩업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 교육과 사내교육을 연계하고 자격을 갖춘 인재를 선별해 국제물류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배출해야 한다.

▲ 끝으로 국내 해운·항만업계나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해운이든 항만이든 특별 산업체를 떠나 어떤 정책이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인 대책만 놓고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해운산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만 기업도 정책도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다.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대책이 아니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돈벌이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정부 정책은 다르다. 정부정책이 장기적으로 큰틀에서 접근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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