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택배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던 중소택배업체가 모두 주인을 찾아가고 있지만,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 가능성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농협은 택배시장 진출을 타진하면서 기본적으로 ‘중소택배업체 인수를 통한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해 왔다. 농협은 택배사업 경험은 물론, 전국망을 갖춘 택배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에 기존 업체를 인수하지 못하면 사실상 시장진출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매입할 업체가 사라졌다는 것은 ‘농협의 시장 진출 무산’을 의미한다.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었던 3개 중소택배업체(옐로우캡, 동부택배, KGB택배)는 농협이 아닌 다른 회사에 팔렸거나, 매각을 앞두고 있다. 실적악화로 옐로우캡을 내놓았던 KG이니시스가 동부택배를 인수하면서 두 회사는 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나머지 한 회사인 KGB택배는 로젠택배가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쯤 되면 택배업계를 들쑤셨던 농협의 시장진출 계획은 상식적으로 판단해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오히려 시장진출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왜 일까.

농협이 매물을 산 기업에게 해당 매물을 재구매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매입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택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들의 생각은 한결같다. 수년 동안 택배시장 진출을 꿈꿔왔던 농협이 그렇게 허무하게 포기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A사의 한 임원은 “상식적으로 농협이 그렇게 쉽게 손 한 번 써보지 않고 포기할 리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는, “이건 상식의 문제다. 그들은 반드시 들어올 것이다”고 예상했다.

농협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계를 들쑤셔 놓았지만, 정작 매물로 나와 있던 3개 기업에는 단 한 번도 구매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당시 농협측 관계자는 “여러 소문이 있지만, 우리(농협)가 단 한 번이라도 해당 업체에 접촉한 사실이 있다면 말해 달라.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문만큼은 확실하며, (시장진출은)현재 검토 중이다”고 말한바 있다. 기자가 확인한 바로도 매물이 시장에서 모두 사라진 현재까지 농협의 접촉은 없었다.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시장 진입준비를 강행해 왔던 그동안의 농협측 행보와는 달리 너무나도 안일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인수경쟁은 커녕, 매물이 타 업체에 넘어가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만 본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현 시점에서도 농협측은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의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은 사라졌지만, 농협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다. 재구매 하는 것이다. 값은 좀 오르겠지만, 불필요한 부문을 없앤 다음에 인수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농협측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택배업계에는 농협과 특정업체와의 밀약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재구매키로 양측이 약속을 해 놓았기 때문에 농협이 진입시점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밀약설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구매는 현 시점에서 농협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협TF팀 관계자는 1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제하고는, “상황이 변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지만, 결국 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다급하게 움직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몸집이 커졌다고 해서 인수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며, “가격만 맞으면 L사도 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밝혀 초기투자금 상향 조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러한 발언은 결국 시장 진출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진출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농협의 느긋한 행보가 업계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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