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돈 KGB물류그룹 회장

- 몽골 택배시장 개척…울란바타르에 서비스 개시
- “몽골 물류혁신 돕고 싶다”

 
[데일리로그(울란바타르) = 오병근 기자] 박해돈 KGB물류그룹 회장은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15배가 넘는 광할한 고원이 펼쳐져 있는 몽골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었다. 모두가 주저해온 택배서비스를 몽골에 도입한 이유도 그의 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몽골은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돈을 벌길 원한다면 택배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택배’라는 서비스를 몽골인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세상에 이렇게 편리한 서비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직 몽골에는 택배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환경과 여건이 택배로 돈을 벌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타르는 면적이 서울(605km²)의 7.8배인 4,704km²인 반면, 인구는 150만 명으로 서울시민의 6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사업가들이 몽골에서 택배사업은 어렵다고 한다. 울란바타르 시민들은 TV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가지러 업체를 방문한다. 그들은 이러한 행위를 당연하게 여긴다. 택배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몽골에 편리함을 가져다 주려한다. “훗날 몽골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인 사업가로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박 회장이 몽골에서 꾸는 꿈이다.

- 몽골은 국토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은 나라이다. 더군다나 날씨까지 매우 추워 택배사업을 하기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맞다(웃음). 우선 사업초기에는 수도인 울란바타르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울란바타르의 면적은 서울의 8배 가까이 된다. 반면 인구는 150만 명(등록인구 130만 명) 밖에 되지 않아 택배물량 하나를 배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 같이 배송밀도가 낮은 지역은 택배서비스가 무리일 수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택배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곳에도 물건을 가정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이는 시내 도심에만 국한된 것으로 택배시장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울란바타르 시내에서도 거리가 먼 곳은 배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도 겨울 밤에는 영하 30~40도까지 떨어져,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 그런데, 왜 굳이 몽골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 지난 2009년 몽골에 포장이사 서비스를 처음 도입했었다. 당시 몽골에는 포장이사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사를 하려면 인력시장에서 사람을 불러 이고지고 이삿짐을 날랐었다. 그런데 5년여가 지난 현재 몽골에 포장이사라는 개념을 정립시켰다. 우리가 성공하자 현지 포장이사업체 2~3군데가 생겨났다. 작지만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택배도 그렇게 시작하고 싶다. 시장성만 따진다면 어렵겠지만, 몽골사람들도 한국인들이 애용하고 있는 택배를 이용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돈도 벌어야 한다(웃음). 계속 적자가 난다면 문을 닫아야 할 것 아닌가. 수익성은 작겠지만 흑자는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적게 버는 대신 보람은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 사업초기에는 수도인 울란바타르에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 몽골 전체에 택배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건 몇 개를 배달하기 위해 수천km나 이동해야 한다면 기름값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몽골은 또 유목민이 많다. 우리가 말하는 몽골텐트를 이곳에서는 ‘게르’라고 하는데, 목축업을 하는 이들은 게르에서 생활하며 일정기간이 지나면 이동을 하기 때문에 지역을 벗어나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때문에 울란바타르 지역 내에서 게르를 치고 생활할 경우, GPS 등을 활용해 최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올 한해는 울란바타르에 택배시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서비스는 한국의 택배 수준과 똑 같이 제공되는지.

▲ 물론이다. 일단 24시간과 48시간,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초기에는 공항으로 유입되는 인바운드 물량을 각 가정으로 배송해 주는 형태로 진행할 것이다. 현재 항공화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들이 업무제휴 요청을 해오고 있다. 서비스를 정착시키려면 물량 보다는 서비스 위주로 가야 한다. 서비스를 망가뜨릴 수는 없다. 한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아직 이곳 사람들이 택배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개인물량(C2C)은 시간이 조금 흘러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항올구에 위치한 본사 및 터미널을 중심으로 직영제로 운영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소사장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홍보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 3월 한 달간은 ‘택배’라는 서비스를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보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미 신문이나 TV, 라디오 등의 미디어에 광고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SNS 등도 활용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인 ‘KGB몰’도 활용하는 등 몽골사람들이 한국 물건을 살 수 있는 유통경로도 다양하게 확보할 것이다. 한 3개월 정도 지나면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 초기 물량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 조사를 해 보니 한 달에 한국에서 몽골로 들어오는 물량이 6~8TEU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중 현재 계약을 앞두고 있는 한국업체가 2TEU를 들여오고 있다. 여기에 일반 물량도 조금 보태면 유지는 될 것으로 생각한다. 택배서비스를 도입한다고 하니 그동안 택배가 없어 답답해했던 여러 업체가 제휴관련 문의를 해오고 있다. 또 조만간 한국에 지사를 만들어 한국에서 거주하는 몽골인들이 고향으로 보내는 물건을 처리할 것이다. 초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 터미널과 영업소 운영계획은.

▲ 터미널은 수동체제로 운영된다. 초기에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동화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없다고 본다. 물론, 물량이 증가했을 때에 대비해 전동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공간은 확보해 놓고 있다. 자동화는 1일 물량이 500개가 넘어서면 도입할 것이다. 차량은 13대로 시작하지만, 물량증가 속도에 맞춰 연말까지 40대로 늘릴 계획이다. 영업소는 아직 없다. 울란바타르는 면적이 넓은데다 중심가만 개발이 됐기 때문에 도심이 아닌 지역에는 화물차가 들어갈 수 없다. 이러한 지역에는 관공서나 구멍가게 등을 택배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울란바타르 항올구에 위치한 몽골 KGB택배 본사 전경
-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 간 준비해 왔는데, 준비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 한국 같았으면 올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곳은 겨울철에는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는 등 날씨가 너무 춥다. 때문에 정부에서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개월 간은 공사를 금지하고 있다. 건물을 짓다가도 11월 1일이 되면 모든 공사가 중단된다.(실제로 울란바타르 시내 곳곳에는 공사가 중단된 빌딩 수십 채가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었다.)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공사기간이 길었다는 점과 언어 소통이 쉽지 않다는 부문에 있어서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또 공산국가라서 행정적인 부문에서 인가를 받으려면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다지 큰 문제들은 아니었다.

- 몽골에 택배서비스를 처음 도입하는 기업인이 됐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 몽골민족은 예로부터 기백이 넘치는 민족, 수송과 이동을 제일 잘하는 민족인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유목민들은 거주하는 집인 ‘게르’도 쉽게 옮기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몽골은 극심한 차량정체와 수준 낮은 물류시스템 등으로 인해 그동안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소비자가 차를 타고 업체까지 물건을 사러 나와야 했기 때문에 도심속 정체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택배차 한 대가 움직이면 수십 가구의 차량은 도심으로 나올 필요가 없어진다. 택배서비스가 활성화 되면 불필요한 차량의 운행을 줄여주고 국민들은 편리한 생활을 영유할 수 있게 된다. 제가 바라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 포장이사는 이미 안정화 됐고, 이제는 택배다. 이렇게 하나하나 정착되면 몽골에도 물류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향후에도 KGB는 몽골에서 더 많은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사업을 성공시켜 돈을 번다면 몽골의 물류혁신을 위해 재투자 할 것이다. KGB를 몽골인들이 사랑하는 좋은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한편, 이날 출범식에는 몽골 현지 방송사인 MNC를 비롯해 방송 및 신문 등 유수의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펼치는 등 몽골에 처음 도입되는 택배서비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은 몽골 현지 언론사와 인터뷰 중인 박해돈 회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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