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한종길 객원논설위원(성결대 교수)] 영화 '국제시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이다. 주인공 덕수는 해양대에 진학을 포기한 채 독일로 베트남으로 향한다. 피폐해진 삶에 힘들었던 덕수와 같은 1960년대 젊은이들이 독일로 간호사와 광부로 취업했고 1억5천900만 마르크 (3500만불)의 외화벌이에 나서게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난 1964년 12월6일, 독일에서 1억5천900만 마르크의 차관을 얻는데 성공했는데 이는 각각 1만 2,000여 명과 8,000 명에 이르게 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임금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은 이 차관과 이들이 국내로 송금한 외화가 추후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등을 건설하며 우리 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다고 치하한다.

파독광부와 간호사를 치하하는 것은 영화뿐만 아니다.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독일을 국빈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일정 마지막 날에 프랑크푸르트에 들려서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세기 전인 1964년 12월, 독일방문시에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했다. 박대통령의 파독 광부 및 간호사에 대한 배려는 이것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파독 광부·간호사 단체 대표가 주빈으로 초청됐다.

대통령만이 아니다. 국회에서는 196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의 외화 송금이 조국의 근대화에 이바지한 것을 인정해 이들을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서훈자로 지정하자는 법 제정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대통령도 국회도 매스컴도 모두 잊고 있지는 않은가. 파독광부와 간호사의 희생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금의 정세가 너무나도 우리 선원들이 국가경제발전에 끼친 노고를 몰라주는 건 아닌가. 거친 파도와 싸우면서 본인은 입에 맞지 않는 빵한조각으로 배를 채우면서 낯선 외국선박에서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고국으로 송금하였고 이는 경제발전의 종자돈이 되었다.

1960년 김강웅 통신장의 그리스선박 취업을 시작으로 1964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선원들의 해외취업에 대해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외진출 초반인 1964년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번 외화는 11만 달러인데 반해 송출 선원은 55만 달러를 송금해 외화가득액이 5배나 많았다. 1965년부터 75년까지 10년 간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은 1억 164만 달러, 같은 시기 해외취업 선원은 1억 6,720여 달러를 고국으로 송금했다. 뿐만 아니라 2만여 명에 달하는 양질의 선원들이 외국선박에서 익힌 선진기술들은 조선산업과 해운업발전의 초석이 됐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세월호로 뭇매를 맞고 유교시대의 천박한 뱃놈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하다. 선원이 아니라 뱃놈들은 '해피아'로 불리면서 국가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것도 없다는 식의 평가가 인터넷을 활보하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늦었지만 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던 해외취업선원들의 노고를 재평가하고 이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야말로 해양입국의 첫 걸음이다. 정부와 관련단체가 앞장서야 한다.

선원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이들에게도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서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더라도 이제라도 대통령 취임식에 선원대표가 주빈으로 초대받고, 전국민을 대표해 대통령이 1년에 한 번 부산을 방문할 때라도 영도 태종대 초입에 있는 순직선원 위령탑을 찾아 헌화하면서 선원들이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흘린 피와 땀을 정당하게 평가해 주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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