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북극항로 초입에 발만 담그고 오는 데다,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영업해 체결한 계약을 두고 왜 정부가 나서서 생색을 낸답니까?”

해양수산부가 29일 CJ대한통운이 국적선사 최초로 북극항로 상업운항에 나설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내자, 한 해운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해수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내달 중 아랍에미리트 무샤파서 야말반도까지 해상시추시설구조물(ALT, Arctic loading tower)을 운송하면서 국적선사로서 첫 북극항로 상업운항을 시작한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네덜란드 엔지니어링업체인 블루워터와 해당 계약을 체결, 이달 초 러시아북극해항로관리청(NSRA)의 북극항로 운항허가를 취득했다. 해수부는 이번 상업운항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의 첫 결실”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해수부의 이 같은 자랑에 대해 해운업계는 너나 할 것 없이 코웃음을 치고 있다.

북극항로 운항의 핵심은 화물선이 쇄빙선을 앞세워 얼음을 깨고 북극해인 베링해와 러시아 북서쪽인 무르만스크 사이를 관통해 운항구간을 단축하고, 꾸준히 통항함으로써 향후 세계시장에서 선점할 수 있는 효과를 갖기 위해서다.

CJ대한통운은 북극해를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항로 초입인 무스만스크에서 야말반도까지 발만 담그고 오는 수준인데다, 장기계약이 아닌 일회성 계약이다. 때문에 ‘국적선사의 첫 북극항로 상업운항’이라고 ‘자랑’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정부의 도움 없이 CJ대한통운이 자체 노력으로 해외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해수부가 생색을 내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구간은 여름에는 빙하가 녹아 별도의 쇄빙능력이 없는 선박도 상시 입출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며, “투입 선박도 아이스클래스(내빙능력에 대한 등급)를 받지 않은 일반 선박인데, 해당 구간이 북극항로 초입구간이라 러시아측에서 요구하는 선원 교육 이수 및 서류제출 등이 더 필요한 것 뿐 특별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수부가 북극항로 상업운항에 큰 공을 들인 것도 아니고 단지 투입 선박이 국적선이라서 우리나라에서 개설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해운업체인 A사 관계자도 “중량물 수송같은 프로젝트 화물은 통상적으로 화주와 계약이 돼 있지 않으면 선박 발주조차 어려운데, CJ대한통운도 선박 건조 당시부터 이번 계약을 염두해 뒀을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해수부가 나서서 ‘국적선사와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실’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물론 북극해를 통항하든 항로 초입까지 갔다오든, 일회성이든 장기계약이든 그 여부와 관계없이 북극항로는 관련법에 따라 선원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해수부가 이러한 교육과정을 개설했다는 것은 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북극항로 상업운항의 성공 포인트는 꾸준한 수송을 통한 항로 선점이다. 이를 위해 해당 국가의 정부가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해수부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해수부는 2년 전 현대글로비스 선박이 북극해를 시범운항하고 광양항으로 들어왔을 때 대규모 환영행사를 통해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그 이후 단 한차례도 국적선이 북극해를 오가지 못했다.

해수부는 해운업계에 북극항로 상업운항을 위해 등을 떠밀고 있지만, 해운업계는 “그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해수부가 국적선사들의 북극항로 운항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업계가 꺼리는 이유를 찾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민간기업이 노력해 얻은 결과물을 마치 자신들의 실적인양 과대포장해 홍보에만 열을 올려선 안된다는 것이다. 촌극을 연출한 해수부의 행태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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