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CJ대한통운의 일일 택배 처리물량은 350만 박스이고 오는 9월 450만, 2016년 500만, 2018년 640만 박스로 증가할 것이다. 택배 물동량 증가에 대한 대응과 외형 성장, 시장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 K증권사 애널리스트

“택배시장 재편 과정에서 점유율 확대와 함께 내년 하반기 택배가격 인상, 그리고 인수·합병(M&A)과 조인트벤처(Joint Venture)를 통한 해외 진출 등이 향후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D증권사 애널리스트

최근 1년간 국내 물류업계 중 CJ대한통운에 대한 주가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가 증권시장에 상장한 이래 최고가를 경신할 날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앞다퉈 내놓는 등 축제분위기입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대다수는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이전까지는 이 회사 주가가 23만 원에서 25만 원대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1956년 대한통운(CJ대한통운의 전신)이 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가장 ‘핫(Hot)’ 한 주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전망들에 대해 고개가 갸우뚱 해 집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우려스럽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입니다. CJ대한통운이란 회사의 주식가치를 따지면서 특정된 한 분야의 사업에 대한 평가로만 회사의 가치를 따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CJ대한통운을 출입한 지 19년째 됐지만, 이렇게 ‘묻지마 택배야’식 주가전망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통운의 기업가치(주가)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근거는 택배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타 물류업체에 대한 평가가 이어질 때도 택배가 언급되곤 했지만, CJ대한통운과 같이 맹목적으로 ‘택배’로만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CJ대한통운의 전체 물류사업 중 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말 기준 택배부문 매출액은 1조 2,486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매출액의 25.5% 가량 됩니다. 영업이익은 356억 원으로 21.3%입니다. 이 같은 실적은 전년도인 2013년에 비해 확실히 개선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문 전년도(2013년) 실적은 매출액 9,016억 원(23.8%)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70억 원이었습니다. 2013년 실적이 악화된 것은 택배부문 합병(대한통운+CJ GLS)에 따른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어찌됐든 전년도에 비하면 택배부문 실적이 흑자로 전환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택배사업에서의 이러한 성과 때문이었는지 2013년 한 해 동안 8만~11만 원대를 오갔던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초부터 17만~20만 원대를 오가더니 11월에는 22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뛰어올랐습니다. 2015년 7월 27일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17만 3,000 원입니다. CJ대한통운 택배사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수치입니다.

- 85년 대한통운 경쟁력은 택배 아닌 ‘CL(Contract Logistics)’

지난 85년간 물류사업을 영위해 온 대한통운의 주력사업은 택배가 아니라, CL(Contract Logistics, 항만하역․보관․운송) 사업입니다. 사실 현재까지도 CL부문은 이 회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영업이익 부문에서도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지난 1분기 실적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1분기 매출액 1조 2,525억 원, 영업이익 476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CL 부문이 5,434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액의 43.4%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포워딩사업이 3,678억 원(29.4%), 택배사업이 3411억 원(27.2%)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CL 부문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올해 1분기 CL 부문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은 324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68.0%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비해 택배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7.6%에 불과했습니다.

2013년 택배부문이 적자를 기록했을 당시에도 굳건히 버텨준 사업은 CL이었습니다. 2013년 CL사업부문 실적은 매출 1조 9,485억 원(46.5%)에 영업이익 1,054억 원(164%) 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매출 2조 175,8억 원(44.5%) 영업이익 1,196억 원(71.6%)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수치만 보더라도 85년을 이어온 ‘대한민국 넘버1 물류기업’ CJ대한통운의 경쟁력은 CL사업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CJ측은 자사 매출의 절반, 영업이익의 70%에 가까운 실적을 내고 있는 주력사업인 CL에 대한 홍보는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대한통운을 인수하자마자 CL의 핵심사업인 항만하역사업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통운이 CJ에 인수된 후부터 항만인프라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택배에만 신경쓰고 있습니다. 명실공히 국내 1위 물류기업이라는 CJ대한통운이 투자를 하지 않으니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항만을 외국계 기업이 다 장악하지 않았습니까. 부산신항 운영사 중 한진해운, 현대상선만 국내 기업이지 이 두 기업을 제외하면 항만하역업체가 모두 외국계 기업입니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3~5년 후에 반드시 후폭풍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국내 기업들이 국내 항만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외국계 기업이 우리나라 수출입 최전선을 장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통운의 현재 행보가 답답합니다. CJ가 들어오면서 항만분야에 대한 투자는 모든 것이 거의 스톱인 상황입니다. 국내 기업이 항만하역을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왜 이런 상황이 왔는지 한심할 정도입니다.” 한 외국계 물류기업 임원의 말입니다.

지난 2011년 12월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한 후 CJ 측은 대한통운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 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는 특수한 경우(투자비 회수가 빠른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CL부문 특히, 항만·하역사업은 대표적 장치산업으로, 막대한 투자가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거액의 투자비가 투입돼야 하는 데 비해 회수율은 상대적으로 느립니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향후 3~4년간 순차적으로 수천억 원의 투자비를 투입해야 한다면, 해당비용을 회수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 종료에서부터 5~6년이란 기간이 지나야 가능합니다. 사업에 따라서는 10년 이상 소요되는 것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 사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반대로 생각할 때, 올해부터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당장 실적이 사라지거나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3~5년간(길게는 10년)은 꾸준하게 실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전 투자에 대한 실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CL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5~6년 후 해당 부문에 대한 실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다음 호에 'CJ대한통운에 투자한 개미들을 위한 조언 ②'가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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