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국장] 현대글로비스가 물류컨설팅 업무를 접목해 4자물류(4PL)로 영역을 확대한다고 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8일 자체 개발한 물류 컨설팅 방법론인 ‘G-CAT(Glovis Consulting Advanced Toolkit)’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쳤으며, 이를 통해 화주기업의 물류 시스템까지 진단해주는 ‘4자 물류’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화주기업에 컨설팅을 해주는 사업을 개시하니 4PL을 본격화 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2자물류(2PL)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2PL기업이란 대기업의 물류자회사를 말한다. 그룹 계열사로부터 물량을 받아 본인들이 처리하거나, 또는 외부 전문 물류업체에 재위탁을 주는 회사를 2PL기업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국내 2PL기업들 대다수가 물류업체에 재위탁을 주고 있다.

이를 넘어선 것이 3자물류(3PL)이다. 3자물류는 물류기업이 화주의 화물을 위탁받아 수송, 보관, 하역, 포장, IT 등 물류전과정을 책임지고 대신 수행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장비는 물론, 상당한 노하우가 접목된 기술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4PL’이란 이러한 3PL을 제공해 주는 ‘전문물류기업’이 물류 컨설팅 등과 같은 고차원의 통합 공급망 관리(SCM) 전략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곧 물류자회사가 아닌 3PL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문물류기업이 컨설팅 능력을 갖춰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글로비스가 3PL 기업인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현대글로비스는 선대를 확장하는 등 지속적으로 선박운송사업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으로부터 위탁받은 화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트럭킹이나 하역, 보관 등의 업무는 전문물류업체에 거의 대부분 재위탁하고 있다. 때문에 선사가 아닌 물류업무에서는 여전히 2PL기업이다. 그런데 이번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4PL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대글로비스의 방식대로라면 국내 수십 개에 달하는 물류컨설팅업체는 모두 4PL기업이란 말인가.

몇 년 전 삼성SDS가 4PL사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본지가 쓴 소리를 한바 있다. 당시에도 이 회사는 물류컨설팅사업을 접목해 최초로 4PL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했었다. 이 회사도 삼성전자 등 그룹계열사 물량을 위탁받아 전문물류업체에 재위탁 주는 형태로 물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현대글로비스가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와 삼성SDS 양사 모두 그룹 계열사들의 물량을 먹고 초고속으로 덩치를 키운 물류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전형적 2PL기업들이 4PL이란 이미지를 덧씌워 첨단 물류기업인양 포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포장이 계속되면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둔갑하는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종종 봐 왔다. 물류산업에서 만큼은 그러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화주의 물량을 따내기 위해 오늘 이 시간에도 동분서주 하고 있는 전문 물류업체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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