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인천신항 터미널에 근무하는 A씨는 퇴근준비를 하던 중 현장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위험물 보관장소에 적재된 탱크로리가 보글보글 소리가 나면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A씨가 고개를 돌려 위험물 보관장소를 보는 그 순간 갑자기 펑 소리가 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지난 9일 오후 7시께 인천신항의 위험화물 보관구역에 적재된 탱크로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업계와 관련 당국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국 톈진항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해당 구역이 위험물 보관소였던데다, 탱크로리 특성상 1단 이상 적재가 불가했기때문에 터미널 운영사에서 이 같은 규정을 지켜 화물 폭발 이후 큰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폭발로 인해 날아간 탱크로리 뚜껑도 사고 발생 다음날 100m 인근에서 발견됐으며 사고 발생 후 4일이 지난 현재 사고는 모두 수습됐고 조사당국은 원인 규명을 위해 샘플 채취까지 마쳤다고 한다.

인천항 관계자는 “사고지점에서 사무실까지 불과 3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는데, 자칫 큰일 날 뻔했다”며, “위험물 보관장소에 잘 적재돼 있었던데다, 배에서 내린 지 10여 일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싣고 온 배 위에서 사고가 안난 것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안도했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에 대해 알려진 바로는 내부 물질이 직전 화물과 섞여 화학반응을 일으켰거나, 용기 불량으로 인해 외부 이물질이 유입되면서 팽창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원인은 향후 조사당국에서 정확히 밝혀질 것이지만, 이 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관련 업계와 정부당국이 노력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특히, 사고 원인이 현재 추정하는 대로 결론이 난다면 국내 정부나 부두운영사 자체적으로는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원인이 밝혀지면 사고 예방을 위해 중국 당국에 제재 및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같은 허술한 관리체계 하에 놓인 국가에 대한 불안감이 항만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자를 초청해 특강까지 했음에도 사고가 났다면서, 담당자들이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중국 측에서 이미 문제가 있었던 상태에서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중국이 톈진항 사고도 중국 화주가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번 인천항도 중국 업체가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용기 관리나 물질 관리 등을 철저하게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서 중국 측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별 화주의 취급 부주의라고 단순하게 치부하고 있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사고라는 것은 하나의 사소한 가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터미널 운영사가 야드가 부족해 규정을 어기고 해당 화물을 2단으로 적재했다면, 위험물 보관소 주변에 사람이 있었다면, 해당 화물을 실었던 선박이 뜻밖의 기상이변으로 입항이 10일 가량 늦어졌다면,’ 등의 상황이 발생했다면 이번 사고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을 것이다.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결코 단순 사고가 아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당국은 사고 원인이 밝혀지는 즉시 중국 및 안전관리 후진국에 대한 정부 공조와 상대국 안전관리 강화를 강하게 요구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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