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인터뷰] L택배사 수원지점장 M씨

- “3~10년 이상 공들인 거래처 하루아침에 날려”
- “공정위 조사 지켜본 후 향후 대응방안 정할 것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CJ대한통운이 택배시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저단가 영업행위가 업계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경쟁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화주업체의 물량은 물론, 영업소장까지 빼내가며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견업체인 L사는 CJ로부터 소위 ‘타겟업체’로 찍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재 각 지점별로 단체행동까지 나서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본지는 L사의 한 지점장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택배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알아봤다.

- CJ대한통운이 L사를 ‘타겟업체’로 정한 것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CJ가 우리를 타겟업체로 정했다는 것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알고 있었으며, 우리 회사 영업소뿐만 아니라 타 택배업체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장에서는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속 회사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친하다. 때문에 본사에서 어떤 정책이 내려오고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는지 서로 잘 알 수 있다.

- 왜 L사가 타겟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우리 회사는 매각이 유력시되고 있다. 만약 외국계기업에 매각이 되면 인터넷을 통한 직구 및 역직구 등의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C2C(개인과 개인간 거래) 물량이 많다. 그러면 2위까지는 쉽게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타겟업체가 된 것은 아마도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이에 불안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회사가 매각되려는 시점을 틈타 거래업체의 물량과 영업소를 무차별적으로 빼내가는 것은 정말 최소한의 상도의도 없는 것이 아닌가.

- CJ측이 어떤 식으로 영업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CJ는 거래처의 물량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의 영업소를 통째로 빼앗아 가려고 하고 있다. 멀쩡히 잘하고 있는 영업소장에게 접근해 좀 더 좋은 대우를 약속하고 빼내가는 식이다. 아직 내가 담당하고 있는 수원 쪽에서 영업소가 떨어져 나간 곳은 없지만, 당진지점의 경우 몇몇 영업소가 이탈한 것으로 알고 있다. 거래처의 경우, 제주는 물론이고 경기도 쪽이 좀 심한 실정인데, 박스당 2,500원에 거래하고 있는 화주에게 접근해 2,000원대 초반의 가격을 제시하는 식으로 물량을 가져간다. 나는 한 곳에서 2,500원에 거래하던 화주를 CJ가 들어와 2,200원에 채갔다. 우리도 (화주 및 영업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맞서고는 있다.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택배사들도 피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 언론 보도 이후 달라진 것이 있는지.

보도가 된 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현재 전국 각 지점별로 피해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CJ가 거래처를 얼마나 가져갔는지, CJ가 화주에 저단가를 제안해 어쩔 수 없이 (기존 거래처에)단가를 낮춰 계속 거래하고 있는지, 영업소는 얼마만큼 넘어갔는지 등 3가지로 나눠 이번 주말까지 피해 정도를 파악할 계획이다. 취합된 자료는 공정위에서 진위여부를 조사할 때 전해줄 것이다.

- 민원은 어디에 제기했는지.

청와대 민원실,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등에 3곳에 넣었다. 처음에는 (CJ대한통운 본사를)찾아가 시위도 하려고 했지만, 지점장들 의견을 취합해보니 일단 민원을 제기한 후 결과를 지켜보자고 해서 민원부터 제기한 것이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잘 아시다시피 중견업체 지점장들은 대다수가 사업자이다. 적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공을 들여 확보한 거래처를 하루아침에 잃는다는 것은 정말 우리를 힘들게 한다.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고는 있지만, CJ측이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영업행위를 이어간다면 우리 같은 사람은 다 죽으라는 얘기다. 정말 해도 너무한다. 일단 공정위의 결과를 지켜볼 것이고, 이후에 시위를 포함해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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