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A, 신항 터미널에 한진선박 강제 배당

- 항만업계, "칠곡 등 인근 내륙물류기지에 공'컨' 옮겨야"

 ▲29일 임시 공'컨' 장치장으로 사용 중인 웅동배후단지에 최소한의 트레일러 통로만을 남겨둔채 한진해운 공'컨'들이 꽉 들어차 있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정부가 한진해운의 대다수 선박을 부산신항으로 유도하면서 부산신항 컨테이너야드(CY)에 화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제2의 물류대란이 우려된다. 한진해운신항만에서 더 이상 한진해운 선박의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자,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BPA)가 이주부터 인근 신항 4개 터미널에 선박을 강제로 배당하는 등 부산신항에서의 물량 처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항만업계에 따르면, 부산신항에서 한진해운 선박을 단독 처리해왔던 한진해운신항만의 야드 장치율이 77%를 넘어서자, 해수부와 BPA는 이주부터 부산신항의 나머지 터미널 4개 사에 한진해운 선박을 강제 배당했다.

28일 현재까지 한진해운 선박 3척은 BNCT를 제외한 PNC, PNIT, 현대부산신항만에 각각 1척씩 기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선박에 실린 화물은 총 1만 3,500TEU로, PNIT가 8,000TEU, 현대부산신항만이4,500TEU, PNC가 1,000TEU를 각각 처리했다.

터미널 규모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4,000~5,000TEU를 양하하면 장치율이 10% 이상 증가한다. 이전까지 60~65%대의 안정적인 장치율을 유지했던 신항 터미널이 한진해운의 화물을 처리하면서 장치율이 급증, 터미널 운영이 버거워진 것이다.

한 항만업체 관계자는 “지난 주말께 정부와 BPA에서 더 이상 한진터미널에서 한진해운 선박을 받아줄 수 없으니 나머지 4개 터미널에서 각 1만 1,000TEU씩 받으라고 강제적으로 할당을 했다”며, “PNC는 운이 좋아 1,000TEU밖에 내리지 않았지만, 현대부산신항만의 경우 4,500TEU를 내리면서 기존 장치율 대비 10%이상 뛰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PNIT가 가장 문제인데 이 터미널에는 8,000TEU나 내려져 장치율이 13% 이상 올라가 마지노선 장치율인 75%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야드가 부족해 건물 앞 주차장까지 컨테이너를 쌓아놓을 정도로 터미널이 일시 마비됐다”며, “PNIT가 마비되니 나머지 터미널에 추가로 화물을 할당할 것이 뻔한데, 이러다간 부산신항 모든 터미널이 한진해운 화물로 가득차 부두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 중 선복교환 화물이 아닌, 공컨테이너와 한진해운 자체 화물의 경우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제대로된 구상도 없어 이들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문제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해운 선박에서 내린 화물들 중 타 선사나 얼라이언스와 선복교환을 했던 화물이라면 선사에서 부산신항에 기항해 찾아 가겠지만, 한진해운 자사 소속 화물이나 공‘컨’은 터미널 야드에서 기약없이 적재돼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적화물도 선사나 화주가 빨리 찾아가주면 다행이지만, 시일이 걸리는 화물은 기약도 없이 장치장에 적재돼 있어야 한다. 현재 BPA에서는 공‘컨’에 대해 웅동배후단지와 공용 장치장에 분산 적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거의 다 찬 상황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공‘컨’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돼 공‘컨’을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한 실정이다. 

강제배당을 받은 신항 터미널에서는 정부와 BPA에 공‘컨’과 환적화물을 적재해 놓을 수 있는 추가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이렇다할 답변조차 듣지 못하고 있다.

A 항만업체 관계자는 “한진터미널에서 나온 한진해운 공‘컨’만으로 이미 공용 장치장과 웅동 배후단지가 거의 다 차서 추가 공간이 필요하다”며, “듣기로는 이번에 8,000TEU나 하역한 PNIT는 절반이 한진해운 공‘컨’이라는데 이 화물들은 못해도 6개월에서 1년가량은 안 찾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복교환했던 화물들은 선사에서 2~3일 이내에 찾아갈테지만 환적화물이나 공‘컨’은 언제 가져갈지도 모르고, 터미널 장치장에서 공‘컨’이라도 빼줘야 장치율을 60%대로 낮춰 정상 영업이 가능한데 정부나 BPA에서 나온 대책은 하나도 없다”며, “이러다 부산신항 전체 터미널이 마비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답답하다”고 하소연 했다.

B 항만업체 관계자도 “배는 얼마든지 받을 수 있고 하역도 얼마든지 해줄수 있는데, 한진해운이 안 찾아가는 공‘컨’은 야드에서 빼내 다른 곳에 적재해 줄 곳을 마련해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요구했었다”며, “그런데 정부와 BPA에서는 무슨 생각인지 '그건 모르겠고, 일단 배만 받으라'고 압박만 하고 있어 미칠지경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돈을 못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선박을 받고 싶어도 못받는 상황이 됐는데 왜 정부가 추가 부지 마련에 대해서는 소극적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책없는 선박 배당으로 이 처럼 제2의 물류대란을 야기되면서, 아시아 환적 허브항으로서 부산항의 위상도 추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터미널은 야드의 장치율 회전이 가장 중요한데, 한진해운 화물이 장치장을 계속 차지하고 있다면 기존에 기항하던 선박들의 터미널 기항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시성 유지가 생명인 선사들 입장에서는 선박들이 정시에 입출항을 못한다면 기항지를 인근 항만으로 바꿀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화물 때문에 기존 선박들이 기항을 못하면 인근 중국이나 일본에 화물을 내려 놓는다”며, “정부나 BPA는 그럴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선사들은 한 번 뱃머리를 돌리면 다시는 안 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베지진 이후 부산항으로 기항지를 돌린 선사들이 고베항이 복구된 후에 다시 고베항을 환적항으로 이용하지 않고 지금까지 부산항을 사용한 것 아니냐”며, “솔직히 신항 터미널업체 중 한진터미널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계라서 부산항이 망가져도 상관 없겠지만, 타격을 입는 곳은 부산시와 우리나라 국민들인데 정부가 이렇게 막무가내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부산신항 인근에 부지가 부족하다면 장치율에 여유가 있는 인근 내륙물류기지에라도 한진해운의 공‘컨’을 옮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자사 선박이 하역 후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거기에라도 공 ‘컨’을 실어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정부와 BPA에서 싫다고 한다”며, “선박이 매각되면 또 공 ‘컨’ 폭탄으로 내릴건데 차라리 칠곡이나 장성내륙물류기지로 옮겨주면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국가시설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활용도 못한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데 한진해운 공‘컨’이라도 쌓아두면 일석이조 아니냐”며, “어찌됐든 한진해운 화물이 터미널 장치장에서 빠져야 신항에서 터미널을 정상 운영할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A 항만업체 관계자도 “칠곡이 부산신항과 가깝기 때문에 그쪽에 공‘컨’을 보내야 부산신항 물류마비가 해소될 것”이라며, “선사들 다 떠나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정부와 BPA가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 해수부와 BPA는 문제가 없다거나 대책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대책을 찾고 있지만,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입을 다물고 있으며, BPA에서는 “공용 장치장 6,500TEU와 우리측에서 확보한 웅동 배후단지에 여유가 있어 한진해운 소속 화물들을 처리하기에는 충분하다”며, “내달 14일까지 10척이 부산신항에 들어올 예정인데, 해당 선박들에 실린 화물을 처리하는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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