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각 터미널에 파업기간 장치 화물 보관료 면제 강요

- 터미널사 “면제 일방 요구”…BPA, “강제성 없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부산항만공사(BPA)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를 부산항 터미널사들에게 떠안으라고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터미널 장기경과 보관료 면제 협조 요청’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BPA는 부산항에 입주한 각 터미널사에게 무료장치기간 초과화물에 대한 보관료를 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BPA가 지난 19일 발송한 해당 공문에는 “10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컨테이너의 반출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되는 무료장치기간 초과 화물에 대해 장기경과보관료가 면제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명시돼 있다.

화물연대 파업은 19일부로 종료됐지만 10일간 파업을 진행하면서 화물연대측이 집회를 부산신항 도로에서 진행해 외부로 반출하는 화물 운송작업이 더디게 진행됐었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운송자들까지도 파업기간에는 발이 묶일 것을 우려해 부산항 운송을 꺼려했다는 전언이다.

부산항 A 터미널 관계자는 “터미널에서 반출입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었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운송사들이 신항 인근 교통체증 때문에 한번 가다가 농성으로 묶이면 3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면서 화물운송을 잘 안해주려고 해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부산항에 있는 화물의 화주나 선사는 해당 기간 동안 화물 반출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 BPA측에 컴플레인을 제기했고, BPA에서는 해당  기간동안 발생한 보관료에 대해 면제를 해주라며 관련공문을 각 터미널사에 발송한 것이다.

 

문제는 BPA가 부산항 터미널사에 이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없을뿐더러 화물연대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를 고스란히 터미널사에 떠넘겼다는 점이다. 게다가 화물연대 피해 부분에 대해 터미널사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파업 종료일인 19일 갑작스럽게 공문만 발송해 해당업계를 당황시키고 있다. 타 항만공사도 BPA의 이러한 업무 처리방식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부산항 B 터미널 관계자는 “직원들이랑 공문이 첨부된 해당 메일을 받고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공문을 계속 쳐다봤다”며, “우리가 시켜서 화물연대가 파업을 한 것도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우리도 피해자인데 왜 피해를 떠안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세집에서 세입자가 하숙생을 받고 있는데 집주인이 하숙생 방값 몇일 받지말라고 할 권한이 있느냐”고 반문하고는, “터미널사들은 BPA로부터 땅을 임대받아 터미널을 운영하는 세입자들인데 BPA가 무슨 권한으로 터미널에 해당 기간 보관료를 받지 말라고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A 터미널 관계자도 “신항은 아직까지 화주들이 요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항에서는 화주가 BPA에서 면제해주겠다고 약속을 받았다면서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황당한 요구에 열받은 북항터미널사들 중 한 곳에서 대표로 BPA에 이의제기를 했는데 ‘담당 부장에게 그 말씀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 항만공사 관계자는 “다른것도 아니고 돈문제인데 사전에 협의도 안하고 어떻게 공문만 보낼수가 있냐”며, “부장전결로 처리할 사항도 아닌데 BPA에서 진짜 일을 그렇게 처리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BPA측은 터미널에 보관료 면제를 요청했으나, 강제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BPA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선사나 화주의 과오로 발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따른 피해에 대해 터미널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며,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아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문에도 협조를 해달라고 했지, 막무가내로 면제를 해달라는 뜻은 아니다”며, “우리(BPA)가 권한도 없이 면제를 강요할 수는 없고 화주나 선사들이 이러한 요청을 할 수 있으니 협조를 해달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터미널업계는 협조가 아니라 강제성이 다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 터미널 관계자는 “한진해운 선박 강제배당 당시에도 공문에 ‘협조 요청한다’고 명시돼 있었는데 공문에 들어간 형식적인 멘트일 뿐이고 공문 자체가 이미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 아니냐”며, “저 문서를 받고 안지킬 터미널 운영사들이 어디있겠냐”고 반문했다.

C 터미널 관계자도 “보관료 면제를 바란다는 것을 문서화했는데, 강제성이 없다니 무슨 말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BPA에서 그렇게 해명했다니 어이가 없다”며, “어차피 한진해운 사태 수습 과정에서 부산항 터미널사들 모두 BPA 일처리를 보고 많이 실망해 신뢰도가 바닥이라 공문받았다고 해도 면제해 줄 생각은 없었고 다른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BPA에서도 터미널사들이 본인들한테 불만이 팽배하다는 상황을 알고 있어 혹시라도 모든 터미널에서 한꺼번에 자기네 공문을 무시할까봐 창피해서 부장전결로 처리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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