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본부장 "내 놓아라" VS 사업본부장 "못 내놓는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경영지원본부장이 선임된지 한 달 가까이 된 한국해운조합이 이사장 직무대행 권한을 놓고 내분이 일고 있다. 조합은 현재 이사장이 공석이다. 조합원 대다수는 이사장 직무대행을 직제 규정상 우선순위인 경영지원본부장인 한홍교 상무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직대인 장수익 상무(사업본부장)는 그럴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운조합은 지난달 28일 공석이었던 경영지원본부장에 한홍교 씨를 선임했다. 조합 정관에는 '직제 규정 우선순위인 상무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합 직제상 1순위는 경영본부장, 2순위는 사업본부장이다. 때문에 세월호 사태 이후부터 새 이사장이 선출된 지난해 6월까지 2년여간 경영본부장이 이사장 직무를 대리했었다.

하지만, 현재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장수익 상무는 경영본부장이 선임됐음에도 불구, 이사장 권한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임 이사장이 사임하기 직전 본인을 직무대리로 지명했기 때문에 새 경영본부장이 선임되더라도 직대 자리는 본인이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운조합 정관 제 44 조(임원의 직무) 5항에 따르면, '상무이사는 이사장을 보좌하며, 이사장이 지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의 업무를 나누어 맡고, 이사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이사장이 지명하는 상무이사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 다만, 지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직제규정에서 정한 상무이사 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경영본부장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한 다수의 대의원들은 이 정관을 근거로 공석이었던 경영본부장이 선임되면 곧바로 해당 당사자에게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길 것이라고 천명해 왔었다.

투표일에 앞서 기자와 통화한 한 대의원은 “사업본부장이 직무대행을 맡을 당시에는 이사장과 경영본부장이 공석이어서 사람이 없어서 맡아달라고 했던 것이지, 규정상으로는 (사업본부장이 직대를 맡는 것은)맞지 않다”며, “경영본부장이 선임되면 당연히 직대도 직제상 우선순위인 경영본부장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신임 경영본부장이 선임된지 1개월 가까지 됐지만, 정관 해석 차이로 여전히 이사장 직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사업본부장이 맡은 직대가 전임 이사장이 퇴임하면서 지명했기 때문에 돌려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원칙대로 하자면 직제규정상 경영본부장이 직대를 바로 맡아야 하는데, 사업본부장을 주축으로 일각에서 직대가 전임 이사장이 퇴임하면서 지명했기 때문에 사업본부장이 계속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교통정리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다수의 조합원들과 정부부처 관계자는 정관 해석을 두고 직제 우선 원칙이 맞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게다가 정관상 ‘이사장의 부득이한 사유 시 지명된 상무’라는 의미는 이사장의 퇴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병가 등 잠시 자리를 비울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사업본부장이 직대 자리를 내놓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해당 정관으로 볼 때는 직제가 우선으로 돼 있다”며, “해당 정관 해석을 두고 논란이 있을만한 근거도 분명치 않아 보이는데, 왜 이런 경우가 벌어지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해운조합의 한 대의원도 “정관에서 ‘부득이한 경우’는 이사장이 병원에 장기간 입원을 했다거나 해서 잠시 공백이 있을 때로 해석해야지 이미 퇴임하고 없는 이사장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해운조합은 규정상 경영본부장 다음 사업본부장, 부산지역본부장 순으로 직제가 정비돼 있는데 당연히 경영본부장에게 직대를 돌려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장단 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상의해 이달내에는 직대문제가 마무리 될 것”이라며, “회장단도 조합의 정상화를 위해 빠른 용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렇듯 해운조합의 때아닌 직대 논란에 대해 업계 안팎으로 날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직대 문제로 볼썽 사나운 일을 벌이고 있는지 한심하다"며, "사업자단체의 법은 정관이며, 정관에 따라 진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텐데, 일부 인사의 어이없는 욕심이 연안해운업계 전체를 욕먹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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