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많지만 능력은 ‘글쎄’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인수명목으로 정부가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도쿄터미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현대상선에 대한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도쿄항 아오미터미널 3호(A3)는 기존 터미널 운영자인 한진해운이 사라진 현재까지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알짜 터미널이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도쿄항(도쿄항 아오미터미널 3호)의 운영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음에도 불구, 현재까지 매달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물량은 없지만, 기존에 해당 터미널을 기항해 왔던 선사인 OOCL과 중국선사들이 해당 터미널에서 여전히 물량을 처리하면서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당 터미널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에도 현재까지 매달 1,000만 원 가량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해당 수익금은 도쿄항을 운영하는 관리 당국인 도쿄항부두주식회사가 현대상선에 대한 계약승계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음에 따라 한진해운 파산법인측으로 입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도쿄터미널은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직전 년도에 약 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지난해에는 이보다 13억 원 오른 37억 원을 벌어들였었다.

이처럼 운영자가 파산했음에도 수익이 나는 이유는 일본의 항만터미널 운영시스템의 특수성에 있다. 가령 선사가 도쿄항의 B터미널에서 C터미널로 기항지를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는 도쿄항만당국이 선사들의 터미널 교체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도쿄터미널의 경우, 한진해운이 처리한 환적물량과 얼라이언스(해운동맹) 물량 외에도 코스코와 OOCL이 기항하며 물량을 처리해 왔다.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물량은 현격히 줄었지만, 이 두 선사의 물량은 여전히 해당 터미널에서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이 나고 있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항만은 한진해운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해당터미널을 기항해온 선사들은 신규 항로가 아니면 터미널 교체가 어려워 기존 터미널에 기항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한진해운 파산 이후에도 도쿄터미널에서 물량을 지속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터미널 운영방식은 한국항만물류협회가 발표한 ‘항만하역시장 안정화 방안 연구’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은 사전협의제도를 통해 수송체제 및 하역수단 등의 형태변화에 동반해 항만노동자의 고용과 취로에 영향을 끼치는 사항에 대해 다시 협의하게 제도화 돼 있다.

선사가 터미널을 교체하려면 우리나라 항운노조 성격인 ‘일본항운협회’를 통해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 선사는 신규 항로 개설은 물론, 기항 터미널 및 터미널 작업체제 변경 등과 항만노동자 고용과 취로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 등에 대해 모두 사전에 협의하게 돼 있다.

이 같이 터미널 이전이 꽤나 까다로워 일본 항만을 기항하는 선사들은 기존에 기항해온 터미널을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도쿄항을 기항하는 한 국내 선사도 수 년 전 터미널 변경을 검토했지만, 이 같은 이유로 터미널을 교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선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요율 문제로 바로 옆 터미널로 교체하려 해도 이전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선사가 떠안아야 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도 당국에서 허가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당국이 너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터미널 교체가 쉽지 않아 결국 터미널 변경계획을 접었다”고 전했다.

또 국내 근해선사들이 한진해운 도쿄터미널이 아닌 시나가와 부두에 기항하고 있는 이유도 항만 내에서 터미널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부분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항 관련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선박 투입에도 일본항운협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서에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협력업체를 다 지정해야 승인이 나고 이 때문에 한번 승인이 난 항로와 선박은 원청업체와 협력업체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에 다른 터미널로 교체하는 것이 어렵다”며, “일본이 시장교란행위에 대해 엄격한데, 이는 어느 한 선사의 터미널 교체로 전체 항만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터미널 운영시스템이 어긋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이 일본당국이 항만을 관리하는 방식이 철저함에도 불구,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도쿄터미널을 인수하면서 도쿄항부두주식회사와 계약한 ‘한진해운’이 아닌, 위탁 운영사업자인 ‘한진퍼시픽’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현대측의 명백한 실수라는 지적이다.

도쿄항부두와 계약한 주체가 한진해운이었음을 뻔히 알면서도 ‘한진퍼시픽’의 주식을 인수한 현대측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경력직원 고용당시 터미널 부서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 전문인력 미비로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추측하고 있다.

일본항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초반에 한진퍼시픽 지분 인수 당시에 이같은 내용을 몰랐다가 도쿄항부두측에서 제동을 걸자 그때서야 이같은 내용을 알았다고 들었다”며, “현대상선이 도쿄항에는 기항을 하지 않고 터미널 전문가라고 할만한 인물도 없는데다한진해운 경력직원 채용 당시 터미널 부서 직원들을 필요없다는 이유로 고용하지 않아 전문가가 없어 이런 아마추어적인 일이 발생한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상선이 도쿄터미널을 포기 하지 않은 이유는 대외적으로 터미널 개수에 대하 욕심도 크겠지만, 운영권이라는 무형자산에 대해 투자 액수는 적고 타 선사가 처리하는 물량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으니 억지라는걸 알면서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것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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