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발표로 비난 자처

-日항운협회서 도쿄항부두에 강력 항의해 사실상 승계 불가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상선이 한진퍼시픽을 통한 한진해운 도쿄터미널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마치 도쿄터미널을 확보한 것처럼 지속적으로 홍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일본 현지에서 보도를 접한 일본항운협회에서 항만당국에 강력하게 항의를 하는 등 문제가 커졌음에도 현대상선 측은 일본 변호사만 선임해 공문만 몇차례 보내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한진퍼시픽 인수만으로 한진해운 도쿄터미널(도쿄항 아오미터미널 3호)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수 검토당시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은 한진퍼시픽 인수가격 중 카오슝터미널 부분에 해당하는 80억 원만 지급하고 도쿄터미널 부분 30억 원에 대해서는 운영권에 대한 계약승계가 이뤄지면 지급키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계약 주체가 한진해운으로 돼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진해운을 인수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확인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월 현대상선이 일본 현지 언론에 한진퍼시픽 인수로 한진해운 도쿄터미널을 확보했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일본 해사프레스는 관련 보도자료를 인용해 현대상선이 도쿄터미널을 확보했다고 보도했고, 이 보도를 접한 일본항운협회가 터미널 운영당국인 도쿄항부두주식회사에 강력히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항운협회측은 운영사를 선사가 아닌 ‘한진퍼시픽’이라는 별도 법인과 계약하는, 전에 없던 계약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그대로 현대상선에 승계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했다고 한다.

전 한진해운 관계자는 “일본항운협회는 민간 항만근로자를 관리하는 단체면서도 항만에 선박 투입이나 근로자 배치 등 모든 것을 관리하는 곳으로 영향력이 크다”설명하고는, “일본 항만에서 터미널 운영사 선정 원칙은 선사와 계약하는 것인데 이 원칙을 깨고 처음 들어보는 한진퍼시픽이라는 곳과 계약이 돼 있었다는 사실을 현대상선측 발표로 처음 알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협회측에서는 운영사가 한진퍼시픽이라는 사실을 처음 인지한 후, 오랫동안 항만운영에 대한 원칙을 도쿄항부두가 깼다고 오해해 강력하게 항의를 했고, 도쿄항부두측이 이 부분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며, “도쿄항부두의 해명으로 인해 오해는 풀어졌지만 현대상선에 터미널 승계는 불가하다는 입장까지 전달해 확인까지 받는 등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항운협회는 우리나라 항운노조와 같은 성격의 민간단체이지만, 선사가 항만을 신규 기항하거나, 터미널 선정 및 작업체제 변경 등 선박이 기항하기 전 모든 사항들에 대해 사전에 관여할 수 있어 일본 항만업계에서 영향력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A선사가 도쿄항을 추가 기항하려고 하면 기항 전에 항운협회와 기항전 선박 투입과 시기, 항만근로자 투입 및 터미널 선정 등 모든 사항들을 협의해야만 해당 항만에 기항할 수 있다.

일본 항만업계 관계자는 “항운협회에서 도쿄항부두에 전례없던 방식으로 운영사 선정을 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고 추후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등 전통을 고수해야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며, “일본이 시장질서 훼손이나 교란에 대해 상당히 엄격하게 제재를 하고 있어 현대상선의 계약 승계 인정으로 또다른 분란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부분도 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년 전부터 도쿄항에 기항도 하지 않는 선사(현대상선)에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에도 흑자가 나는 터미널을 내주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일본이 선사에 운영권을 우선적으로 주는 것은 물량유치 때문이고, 지난 수십년간 이같은 원칙으로 운영사를 선정했었는데 기항도 안하는 선사에게 터미널을 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측은 이 같은 상황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 지난 2월 한진해운 도쿄터미널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명백히 허위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이후 해당 터미널을 확보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아, 정부자금을 끌어내 일단 확보해 놓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전 한진해운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처음부터 도쿄터미널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확보했다’고 여러차례 보도하면서도 터미널 확보를 위해 취한 조치는 현지 변호사를 고용해 도쿄항부두측에 공문만 몇차례 보낸게 전부라고 한다”며, “한진해운이 없는 지금도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알짜 터미널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확보를 했어야 했는데, 7개월 넘게 일본 변호사만 믿고 일을 처리한 현대측의 업무처리 방식이 이해가 안간다”고 지적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도 “터미널을 확보하려고 했으면 항운협회 반발에 대한 문제부터 해결하고 풀어나갔어야 했을텐데 왜 이렇게 아마추어같은 방식으로 일을 추진했는지 모르겠다”며, “가만히 있으면 어쩔수 없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현대측이 착각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현대상선 측은 도쿄터미널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도쿄터미널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해 왔었다”며, “협의도 계속 진행 중이며 (확보를 위해)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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