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CGM측, 물량 담보로 지분 50% 요구

- 도쿄터미널 이어 혈세 낭비 논란 가중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상선이 지난 5월 정부 지원자금 1,000억 원을 넘게 들여 확보한 '한진해운 알헤시라스 터미널' 지분 절반 가량을 프랑스 선사인 CMA-CGM에 내 줄 위기에 처했다. CMA-CGM측이 현대가 확보한 지분 중 50%를 사실상 공짜로 주지 않으면 해당 터미널에 기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최근 공시를 통해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주식 취득 예정일자를 2개월 연기했는데, 그 배경에 프랑스선사인 CMA-CGM과 주식배분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운영권은 변함없이 저희(현대상선)가 갖는다”며, “물량확보를 돕는다는 전제조건이 있다면, 다른 선사들의 지분 참여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인정했다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은 한진해운이 운영했던 터미널로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우량자산 인수 명목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지난 5월 지분 100%를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 인수대금 1,176억 원을 지불했다.

해당 터미널에는 한진해운이 빠져나가고 CMA-CGM이 터미널 전체 물량의 50% 이상을 처리하고 있으며, COSCO와 MOL도 일부 기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MA-CGM측은 알헤시라스 터미널에서 처리하는 자사의 물량을 담보로 현대상선과 알헤시라스 터미널 법인(TTIA) 채권단에게 지분 50% 가량을 무료로 건제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터미널의 주요 고객인 COSCO와 MOL의 물량이 대부분 빠진데다, 현대상선이 대형 얼라이언스인 2M에 부분 승선함으로써 현재까지 알헤시라스 터미널에 선박을 기항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CMA-CGM이 강력하게 지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 한진해운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전체 물동량의 60% 가량을 CMA-CGM이 처리하고 있는데다, COSCO와 MOL은 노선이 빠지고 있는 추세”라며, “머스크는 바로 옆에 터미널이 있는 관계로 남는 물량만 TTIA에서 처리했었고 정작 터미널 주인인 현대상선은 유럽에 배를 투입하지 못해 물량이 제로(0)인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어 “CMA-CGM이 기항하더라도 전체 계획물량을 커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자사 물량이 빠져나가면 TTIA의 타격이 더 크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으니, 현대상선이 1,176억 원을 들여 확보한 지분의 절반을 그냥 달라고 우기는 중이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정보통에 따르면, CMA-CGM은 현재 현대상선이 지분을 나눠주지 않으면 터미널에 기항하지 않겠다며 현대상선과 TTIA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TTIA의 채권단 주간사가 프랑스은행인 BNP파리바라는 점도 CMA-CGM측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측은 CMA-CGM에 터미널 지분 공짜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는 현 상황이 현대상선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어 결국 CMA-CGM이 원하는대로 지분을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저가매각 우려에 대해 “결과를 보시면 알겠지만, 근거없는 낭설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CMA-CGM이 자기네가 빠지면 터미널 수익구조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지분을 안 주면 배를 다 빼버리겠다고 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며, “CMA-CGM이 알헤시라스 인근 모로코쪽 항만에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터미널이 있는 까닭에 그쪽으로 기항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채권단 입장에서 현대상선이 배를 한 척도 기항하지 못하고, 언제 기항해 줄지도 장담을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 고객이 빠져나가 타격을 입게 생겼으니 CMA-CGM에 넘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하고는, “현재 지분 매각에 대해 협의 중이라는데 협상 키는 CMA-CGM이 선점하고 있는 만큼 원하는대로 저가에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이 현대상선이 TTIA 지분 100% 확보하기 위해 1,176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했지만, 해당 지분을 재매각하면서 합당한 매각대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한진해운 자산인수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아직 확보조차 못한 도쿄터미널에 이어 알헤시라스 터미널까지 외국선사에 지분을 내줘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지분 100%를 취득할 때는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고는 CMA-CGM측에는 거의 공짜로 지분 절반을 내줄 판”이라면서, “도쿄터미널 확보도 못하고, 이제는 알헤시라스까지 문제가 발생하는 등 현대는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산은의 지원을 받아 추진을 했으면 신중하게 했어야지, 자사 돈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앞 뒤 안가리고 무리하게 추진했을까 싶다”고 일갈했다.

전 한진해운 관계자도 “본계약 전 유럽노선에 배를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결정됐으면 터미널 확보에 좀더 신중했어야 했을텐데 터미널 운영사도 아닌 선사가 배도 없이 터미널 확보에 목숨을 건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현대상선의 본업이 ‘선사’라는 사실을 잊고, 터미널에만 욕심내면서 정부 투입자금을 그냥 낭비하게 됐는데, 이게 혈세낭비가 아니고 뭐냐”고 지적했다.

한편, 알헤시라스항만청은 한진해운이 지난 2013년께 개발을 포기했던 TTIA 옆 2단계 터미널 개발 계획을 내달까지 확정지을 예정이며, 현대상선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반론보도문

[현대상선 관련 보도에 대한 반론보도문]

본사는 2017년 9월 19일자 ‘현대상선, 국민혈세 1,100억 들여 확보한 외국터미널 지분 절반 공짜로 내줄 위기’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선사 CMA-CGM가 현대상선에 TTIA 주식 50% 가량의 무상양도를 요구하고 있고, 결국 현대상선이 CMA-CGM에게 TTIA 주식을 저가에 매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CMA-CGM가 현대상선에게 TTIA 주식의 무상 양도를 요구한 사실이 없고, 현대상선이 TTIA 주식을 CMA-CGM에게 무상 또는 저가에 양도할 계획도 없다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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